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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인용? 이런 증거 앞에서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TV리뷰] 심증뿐이던 디도스 공격, <그알>이 고발한 그들의 꼼꼼함

17.02.14 14:34최종업데이트17.02.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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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사건을 주목한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지난 11일 방영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문제가 되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다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2주간 부정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룰 예정인데 '디도스 공격'을 그 첫 번째로 올린 것이다.

사실 '디도스 공격'이 최근 다시금 세간에 회자한 것은 지난달 <시사저널>의 기사 때문이었다. <시사저널>의 조해수, 조유빈 기자는 5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 '디도스 공격' 사건을 취재해 왔는데, 그 와중에 핵심 관계자를 만나 들었던 증언을 보도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한나라당) 전체 차원에서 나경원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의장님 외에도 당 수뇌부는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먼저 당에서 지지율 조사를 거쳐 SNS 작업이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선관위 공격을 들어가는 순서였기 때문이다."

"원래 타깃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아니고, (이듬해인) 2012년 4·11 총선이 메인 타깃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총선을 앞둔 연습게임이었다. 첫 제안 때부터 총선이 메인 타깃이라고 들었다. 그 사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진주팀(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실제 실행한 팀)이 디도스 공격을 실행할 때 일부분 같이 테스트가 들어갔던 것이다."

"실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진주팀 외에 다른 팀이 존재했다. 디도스 공격 외에 다른 해커들의 해킹이 있었던 것은 100%다."

당시 검찰의 "디도스 배후를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는 발언과 겨우 꾸려진 특검이 90일간 수사팀 100여 명으로 2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고도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시사저널>의 보도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그 사건의 배후에는 당시 집권세력이 엄연히 존재했고, 그와 같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기사는 여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요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디도스 공격'보다 워낙 비현실적이고 충격이어서이겠지만, 또한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러 사건 자체가 국민들의 관심사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물증만 없을 뿐이지 그 뒤에 당시 집권세력이 있었음을 당연히 의심해오지 않았던가.

다시 디도스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지금 다시 이 사건을 꺼내들었을까. ⓒ SBS


그렇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굳이 이 사건을 이 시점에 다시 이야기했을까? 그것은 바로 '디도스 공격' 사건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함의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디도스 공격' 사건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비록 야당은 특검을 꾸려 수사를 하도록 했지만 궁극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당시 집권세력이 워낙 기세등등하고 모든 사정 기관이 정부·여당의 편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전의 서슬 퍼런 군사정부 시절 때에도 야당은 최소한의 저항이라도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당시 무능력한 야당에 대해 온갖 질책이 쏟아질 수밖에.

그렇다고 '디도스 공격' 사건이 이렇게 유야무야 묻힌 것을 마냥 야당 탓이라고도 할 수 없다. 국민 역시 쉽게 포기하고 분열하고 말았다. 당시 '디도스 공격'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가장 먼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는데 적지 않은 국민이 이를 음모론이라 몰아붙였고, 보수언론들은 이를 확대재생산 하여 이후 합리적인 의심까지도 힘들게 만들었다. '설마 그 정도일까'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우리의 선거판을 흙탕물로 만든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디도스 공격' 사건 외에도 소위 '창원 터널' 사건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었는지 보여주었다.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의 권력을 위해 얼마나 꼼꼼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이 얼마나 더 악착스럽게 그들을 감시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터널까지 막았고 투표소 찾기까지 교란했고. 사실 그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억대 단위 돈을 들여서 할 만큼 그렇게 효과가 높지 않을 거라고 저는 분명히 생각하거든요. 그런데도 그렇게 한다는 것은 굉장히 최선을 다한다는 거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재표 기자)

"선거에 참여하는 주체로서의 정치인들은 사람이 싸울 방법 중에 가장 끝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모든 걸 다 끌어들이는 마지막 싸움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승환 기자)

요컨대 우리가 '디도스 공격' 사건 등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저들은 절대 지치지 않는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이들이며, 그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많은 이들이 음모론을 들먹이며 괜한 걱정을 한다고 하지만, 역사는 그리 쉽게 전진하지 않음을 인식하며 감시의 시선을 거둬들여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지난 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조정훈


현재 우리 사회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작년 10월 이후 우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목에 서서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다시금 정세가 흔들리고 있다. 탄핵 이후 일정 기간이 거치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많은 이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으며, 그와 같은 관제 모를 진실인 양 착각한 많은 어르신이 더불어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에 맞추어 가짜뉴스들이 간악한 모습으로 유포되고 있다.

물론 저번 주에는 80만 촛불이 광장에 모여 시국의 엄중함을 묻고, 박근혜 대통령의 시급한 탄핵을 요구했다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함을 지울 수는 없다.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듯이 그들은 질 때까지 졌다고 하지 않으며, 끝까지 꼼꼼하게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그들이 살 수 있는 길이기에 그 기세는 더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조금 더 열심히 우리의 자리에서 상식을 외쳐야 한다. 촛불을 들 수 있으면 광장에서 촛불을 들어야 하며, 혹세무민하여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가시는 어르신들이 있다면 애써 진실을 그들에게 말씀드려야 한다.

어차피 탄핵은 인용될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하는 순간 저들의 역습은 시작된다.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이며, 우리가 완벽히 지키지 못한 민주주의 역설이기도 하다. 그들은 현재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설픈 관용이나 안일한 태도는 비수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것이알고싶다 디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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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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