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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의 대반전 이끈 '미운 오리' 웨이터스

[NBA] 클리블랜드와 OKC에서 쫓기듯 나와 마이애미에서 기량 활짝

17.02.18 15:23최종업데이트17.02.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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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농구팬들을 열광시켰던 2016-2017 NBA가 17일(이하 한국시각) 경기를 마지막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쳤다. 동부컨퍼런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서부컨퍼런스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예상대로 양대 컨퍼런스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동부의 보스턴 셀틱스(37승20패)와 서부의 휴스턴 로케츠(40승18패)의 선전이 돋보인 전반기였다.

동,서부 모두 플레이오프 하위시드를 향한 중위권팀들의 각축이 치열한 가운데 전반기 내내 가장 큰 반전을 안겨온 팀은 바로 마이애미 히트였다. 실제로 마이애미는 시즌 개막 후 41경기에서 11승30패에 그치며 동부 컨퍼런스 하위권을 전전했다. 리빌딩 실패 후 꿈도 희망도 없는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브루클린 네츠(전반기 9승47패)를 제외하면 NBA 전체에서 마이애미보다 처지가 나은 팀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마이애미에게  마법같은 일이 찾아왔다. 마이애미는 1월18일 휴스턴전을 시작으로 무려 13경기를 연속으로 승리하는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승률을 .439(25승32패)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마이애미의 상승세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연승기간 동안 팀의 계륵에서 희망으로 떠오른 슈팅가드 디온 웨이터스가 그 주인공이다.

리바운드 머신-드림팀 포워드 포기하고 선택한 슈팅가드

르브론 제임스는 2006-2007 시즌 파이널 진출 이후 세 시즌 연속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에서 패하며 원맨팀의 한계를 깨달았다. 그리고 2010년 7월 시끌벅적한 쇼를 벌이며 드래프트 동기 드웨인 웨이드(시카고 불스)가 있는 마이애미로 떠났다. 믿었던 에이스의 이적에 클리블랜드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KING'을 잃은 클리블랜드는 2010-2011 시즌 19승63패로 동부 컨퍼런스 최하위로 추락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카일리 어빙이라는 엄청난 재능을 얻었지만 어빙 혼자만의 힘으로는 클리블랜드를 강하게 할 수는 없었다. 클리블랜드는 2012년 드래프트에서 어빙의 파트너로 시라큐스 대학의 슈팅가드 디온 웨이터스를 선택했다. 클리블랜드가 웨이터스를 선택하며 포기한 선수로는 데미안 릴라드(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해리슨 반즈(댈러스 매버릭스), 안드레 드러먼드(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드레이먼드 그린(골든 스테이트) 등이 있다.

웨이터스는 클리블랜드에서의 두 시즌 동안 131경기에 출전해 평균 15.3득점을 기록했다. 신인급 슈팅가드의 성적으로는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공을 오래 잡고 공격을 주도하는 플레이 스타일로 어빙과 동선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식스맨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사실 클리블랜드 시절의 웨이터스에게서 기억나는 것은 2014년 올스타전 라이징스타 챌리지에 출전해 후반전 팀 하더웨이 주니어(애틀랜타 호크스)와 멋진 3점슛 대결을 펼친 것 뿐이었다.

결국 웨이터스는 르브론 제임스가 컴백한 2014-2015 시즌 중반 클리블랜드와 오클라호마씨티 선더, 뉴욕 닉스가 포함된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OKC 유니폼을 입었다. OKC는 웨이터스가 2011-2012 시즌의 제임스 하든(휴스턴)이 그랬던 것처럼 식스맨들의 리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웨이터스는 OKC 이적 후에도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말았다.

2015-2016 시즌 평균 12.7득점 필드골성공률 39.9%로 부진한 웨이터스는 시즌이 끝난 후 원 소속 구단이 일정 금액을 제시하면 잔류해야 하는 '제한적 자유 계약 선수'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OKC는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날 올랜도 매직으로부터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슈팅가드 빅터 올라디포를 영입하며 웨이터스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 NBA 입단 후 4년 만에 두 팀에서 버림 받은 신세가 된 것이다.

마이애미 대반격의 주역, 기량 발전상(MIP)도 꿈 아니다

다소 자극적으로 '버림 받았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그렇다고 웨이터스가 앤서니 베넷처럼 NBA에서 뛸 수준이 안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비록 포지션대비 신장이 작고 안정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나이도 젊고 폭발적인 득점력까지 갖추고 있어 충분히 발전할 여지가 있는 선수다. 거금을 투자하기엔 아까워도 적당한 금액에 데려 와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수준의 선수라는 뜻이다.

웨이터스는 작년 여름 브루클린과 필라델피아 76ers 같은 하위권팀에게 구애를 받았다. 사실 OKC 같은 우승권의 강팀보다는 차라리 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은 하위권 팀이 웨이터스가 활약하기엔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 7월 웨이드와의 협상에 실패한 마이애미로부터 구애가 들어왔다. 두 번째 시즌에 플레이어 옵션이 걸린 2년600만 달러의 계약이었다. 그렇게 웨이터스는 슈퍼스타 웨이드의 대안으로 히트의 유니폼을 입었다.

웨이터스는 시즌 초반 팀원들과 불안한 호흡을 노출하며 개인 성적마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애초에 연봉이 낮아 부진의 원흉으로 낙인 찍히진 않았지만 웨이터스 영입이 현명했다고 말하는 사람 또한 거의 없었다. 그렇게 미국 최고의 휴향도시에서 우울한 시간을 보내던 웨이터스는 마이애미가 13연승을 달리는 기간 동안 무섭게 변신했다. 웨이터스는 이 기간 동안 평균 21득점을 기록하며 마이애미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1월 마지막 주 4경기 동안에는 2경기 연속 33득점을 포함해 평균 23.3득점 3점슛 성공률 48%를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동부 컨퍼런스 이 주의 선수에 선정됐다. 2월 들어 여유가 생긴 웨이터스는 경기를 보는 시야까지 넓어지며 월간 어시스트를 5.6개로 늘렸다. 지금의 기세를 후반기까지 이어갈 수 있다면 이번 시즌 기량발전상도 노려볼 수 있다. 그만큼 최근 웨이터스의 기세는 무섭다.

한 때 2할대 승률에 허덕이며 동부 컨퍼런스 14위까지 추락했던 마이애미는 놀라운 연승행진을 기록하며 10위까지 순위가 상승했다. 6위 인디애나 페이서스부터 11위 샬럿 호네츠까지는 1경기 혹은 반 경기 차이로 촘촘하게 모여 있어 후반기 경기력에 따라 순위가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 그리고 웨이터스가 전반기 막판에 보여준 상승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동부컨퍼런스 후반기 판도를 이끄는 팀은 마이애미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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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마이애미 히트 디온 웨이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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