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종 인정한 '안희정 불법정치자금'은 52억

[대선주자 검증] 1.2.3심 판결문으로 본 안희정과 정치자금②

등록 2017.03.07 21:17수정 2017.03.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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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창립 1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2004년 5월 5일 결심공판에서 눈물을 쏟으며 "엄하게 꾸짖어 달라,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1심 재판부(재판장 김병운,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가 같은 해 6월 8일 징역 2년 6월에 몰수 1억 원, 추징 12억1000만 원을 선고하자 항소했다.

안 지사는 항소심 재판에서 "대선이라는 큰 판에서 생긴 어두운 면을 누군가는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대통령께 부담드리고 싶지 않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저도 새정치의 편에 서고 싶었지만 과거의 정치를 안고 가게 됐다, 제 스스로 권력과 낡은 관행에 물들기 전에 수사받게 된 것에 감사하다"라고 진술했다.

안 지사의 항소전략이 통했는지 항소심 형량이 크게 낮아졌다. 2심 재판부(재판장 김치중, 서울고등법원 제8형사부)는 2개월여 뒤인 지난 2004년 8월 31일 안 지사에게 징역 1년에 몰수 1억 원, 추징 4억90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검찰은 항소심에서 징역 7년에 추징 51억9000만 원을 구형했다. 1심과 같은 형량이고, 추징액만 91억5500만 원에서 51억9000만 원으로 줄었다.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에 "솜방망이 대선자금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법원이 정치부패와 관련한 정치인과 기업인에 대해 잇따라 감형을 해주고 있다"라며 "사법부가 사회정의를 세우는 기관으로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지도충의 비리를 선처해 같은 사건의 개발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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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1.2.3심 판결문으로 본 안희정과 정치자금①

[2심 판결문] "아파트 구입비 등 12억여 원 추징은 부당하다"

항소심에서 안 지사는 먼저 김효근 (주)닉스 대표와 곽용석 아스텍창업투자 대표로부터 받은 투자금(총 3억9000만 원)을 참여사회자치경영연구원 운영비로 전환한 것과 관련해 "시민단체의 성격을 가진 연구원에 제공된 돈이기 때문에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김 대표로부터 받은 2억 원 가운데 투자금 반환 채무의 범위에 해당하는 1억500만 원만 정치자금 수수액으로 인정해야 하고, 성명불상의 지인들로부터 받은 21억9000만 원 가운데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현금 15억 원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 지사쪽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현금 15억 원과 관련해 "불법정치자금을 준 후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성명불상 지인들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자백했다"라며 "그런데 그 후 대선자금 수사과정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현금 15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교부받은 사실이 밝혀져 (검찰이) 추가기소함에 따라 성명불상 지인들 중의 하나가 삼성그룹이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 오아시스워터 투자금 중 1억4000만 원 ▲ 아파트 구입비 2억 원 ▲ 국가전략연구소 운영비 3억1000만 원 ▲ 총선출마를 위한 여론조사 용역비 1억6000만 원 ▲ 박연차·권홍사 회장으로부터 받은 4억 원 등 총 12억1000만 원을 추징금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안 지사쪽은 이러한 추징금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오아시스워터 투자금 중 1억 4000만 원은 참여사회자치경영연구원의 자원조달 목적으로 설립된 오아시스워터와 보트코리아의 운영비로 사용되었고, 3억1000만 원도 당내기구인 국가전략연구소 운영비로 사용되어서 그 이익이 안 지사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컸던 아파트 구입비 2억 원과 관련, 안 지사쪽은 "피고인이 아파트 구입자금을 2개월 정도 사용한 후 다시 반환해서 피고인에게 귀속된 이익은 2억 원에 대한 2개월 대여기간 동안의 금융이익 상당액뿐이다"라고 주장했다. 2억 원을 빌린 기간(2개월)에 상응하는 이자 정도만 이익을 봤기 때문에 추징도 그 이자액에 한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총선출마 여론조사 용역비 1억6000만 원과 관련, 안 지사쪽은 "총선출마를 위한 여론조사 용역비도 국가전략연구소에서 2003년 2월부터 8월까지 사이에 2004년 총선에 대비해 전국적인 정치지형 로드맵을 작성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고, 피고인의 총선출마를 위해 논산지역에서만 실시된 여론조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대선이 끝난 이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에게 받은 4억 원의 추징도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안 지사쪽은 "권홍사로부터 받은 2억 원 중 1억 원은 권홍사에게 그대로 반환했고, 나머지 1억 원은 피고인이 총선 출마예정지역의 여론조사 비용, 새천년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하면서 사무실 임대료 등 열린우리당 지역구활동을 위해서 사용했다"라며 "박연차로부터 수령한 2억 원은 강금원이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고 강금원이 이미 별건으로 추징이 선고되어 이중의 추징을 당할 우려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 "불법정치자금 개인용도 사용... 선고형이 너무 가볍다"

반면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장수천 채무변제 관련 용인땅 매매'가 "겉으로는 매매계약의 형식을 취하였으나 실질은 매매를 가장하여 정치자금을 제공한 행위"라고 거듭 주장했다. 권홍사 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 원의 경우에도 "대통령 측근으로서 정부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 사실상 영향력이 있는 피고인을 통해 정부 고위층에 부탁해 선처를 받고자 하는 취지에서 주는 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금품을 수수한 것이다"라고 알선수재 혐의를 유지했다.

검찰은 1심 재판부의 양형에도 반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 불법정치자금의 규모, 수수, 방법, 강금원을 통해 불법정치자금을 관리하면서 특정인의 채무변제나 개인적인 용도로 전용한 점, 일부 범행을 은폐, 조작하는 등 개전의 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성명불상 지인들 불법정치자금 21억 유죄 파기"

2심 재판부는 먼저 김효근 대표와 곽용석 대표로부터 받은 3억9000만 원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오아시스워터를 매각한 다음 연구원을 확대·이전하여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전념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거나 연구원의 운영에 필요한 정치자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을 받고 연구원의 운영과 정치활동을 하는데 사용할 정치자금 명목으로 투자금을 차용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1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과 같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성명불상 지인들로부터 21억9000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인정한 1심 판결을 파기했다. 특히 21억9000만 원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현금 15억 원이 포함돼 있다는 안 지사의 주장과 관련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21억9000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안 지사의 자백이 사실에 기반을 두고 나온 것이 아니어서 믿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사실을 기억하고 그 사실에 기하여 자백하였다기보다는 불법정치자금을 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금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그 대신 성명불상 지인들로부터 수수했다고 한 다음 그 불법정치자금의 총액에 맞추어 수수시기, 장소, 회수 등을 임의로 특정해 자백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더라도 불법정치자금 21억9000만 원과 삼성그룹에서 받은 현금 15억 원의 사용처를 명확히 구분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불법정치자금 21억9000만 원에 삼성그룹에서 받은 현금 15억 원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결국 피고인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현금 15억 원 이외에 성명불상 지인들로부터 21억9000만 원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피고인 자백은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이 있다."(2심 판결문 14-15쪽)  

검찰은 안 지사의 자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유수동·김화준·강금원·선봉술·이화영 등의 진술을 제시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각각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시민사회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유수동·김화준은 검찰조사에서 "대선기간 중 안희정을 찾아온 사람들이 현금으로 든 것으로 보이는 쇼핑백을 들고 정무팀장실로 들어갔다가 갈 때에는 빈손으로 나가는 것을 여러 번 봤다"라며 "안희정 팀장이 선거자금을 마련하고 있구나 추측했을 뿐이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러한 진술을 "추측에 따른 막연한 진술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하면서 "이것들이 피고인의 자백이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만한 정도는 아니어서 보강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강금원(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선봉술(전 노무현 전 대통령 중학교 동기)·이화영(전 국회의원)의 진술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고 단지 불법정치자금 21억9000만 원의 사용처를 불과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에서 안 지사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조카인 강석봉씨와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게 총 17억90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한 바 있으나 위 자백을 보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어 위 자백은 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여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라며 21억9000만 원의 유죄 선고를 파기했다.

"아파트 구입비 2억 중 1억5000만 원은 추징할 수 없어"

2심 재판부는 추징액에서도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달랐다.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산정한 추징금 12억1000만 원 가운데 ▲ 오아시스워터 투자금 중 1억4000만 원 ▲ 아파트 구입비 5000만 원  ▲ 박연차 회장 2억 원 ▲ 권홍사 회장 2억 원 중 1억 원만 인정해 총 4억9000만 원을 추징했다. 

2심 재판부는 아파트 구입비와 관련해 "검사는 1억5000만 원과 5000만 원을 피고인이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아파트 구입자금 2억 원의 추징을 구하고, 원심도 같은 취지에서 2억 원 전액을 추징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1억5000만 원과 관련된 공소사실이 모두 무죄에 귀착되어 그 사용처로 기재된 금원은 추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나머지 5000만 원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위 금원을 아파트 구입자금의 일부로 사용했다고 자백한 바 있고, 이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2개월 정도 뒤에 반환했다고 하더라도 위 금원의 용도, 사용방법, 반환시기 등에 비추어 단순히 그 기간 동안의 금융이익 상당액만이 귀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이자액만 추징해야 한다는 안 지사쪽 주장 일부를 일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박연차 회장과 권홍사 회장에게서 받은 4억 원 가운데 안 지사가 권 회장에게 돌려준 1억 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연차로부터 수령한 2억 원은 피고인이 강금원에게 건네주고 강금원이 2억 원을 (강금원의 조카인) 강석봉의 통장에 입금했다가 인출해 사용해서 피고인에게 그 이익이 귀속된다"라며 "이는 강금원에 대한 추징 여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안 지사쪽 항소이유를 일축했다.

2심 재판부는 "권홍사로부터 받은 10만 원권 수표 2억 원 중 1억 원은 피고인이 강금원에게 잠시 보관을 부탁했는데 강금원이 만연히 통장에 입금해 버려 며칠 뒤 현금으로 인출해서 권홍사에게 반환했다"라며 "(하지만) 나머지 1억 원은 권홍사에게 반환하지 않은 채 자신의 총선 출마예정지국의 여론조사비,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해 그 이익이 피고인에게 귀속된다"라고 판결했다.

"용인땅 매매, 불법정치자금 제공 위한 가장매매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2심 재판부는 장수천 채무변제와 관련한 용인땅 매매의 정치자금법 위반을 주장하는 검찰의 항소이유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강금원은 피고인으로부터 5차례에 걸쳐서 합계 17억 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도 (조카인) 강석봉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인과 금전거래를 해왔다고 해서 곧바로 강금원이 가장매매의 방법으로 19억 원을 사용해 그동안 손해본 것에 대한 변상처리의 방법으로 위 금원을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강금원이 장수천 (채무)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피고인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매매라는 형식을 갖추어서 금원을 건네주었다면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인 2003년 2월 4일 4억 원을 송금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강금원과 이기명의 이 사건 임야 매매가 가장매매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권홍사 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 원의 알선수재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2억 원을 수수할 당시 권홍사와 피고인 사이에 권홍사가 경영하는 (주)반도를 비롯한 계열회사와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라는 이유에서다. "2억 원은 순수한 정치자금이었다"라는 안 지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권홍사는 강금원으로부터 피고인을 소개받은 후 노무현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한 피고인을 도와주어 대선 때 선거자금을 지원해주지 않은 것을 만회해 보려는 마음에 피고인과 충청도 출마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인간적으로 마음에 끌려서 주는 것이니까 부담갖지 말고 (총선 출마에) 보태 쓰라'는 말고 함께 2억 원을 교부했다."(2심 판결문 22쪽)

52억 불법정치자금 인정... "실제 비용에 사용 등 참작"

2심 재판부는 안 지사가 지난 2000년께 참여사회자치경영연구원 사무국장 시절 지인들로부터 받은 3억9000만 원,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무팀장 시절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43억7500만 원, 2002년 대선이 끝난 뒤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4억 원 등 총 51억6500만 원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 정무팀장으로 일하면서 공식적인 선거대책위원회와는 별도로 대선자금을 모금, 관리, 집행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개인적인 목적으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점 등에 비추어 그 죄질 및 범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대통령 선거 당시 받은 불법정치자금은 대부분 기업측에서 스스로 제공한 것이고, 실제 비용으로 사용된 점,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기타 수수한 불법정치자금의 액수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라고 판결했다.    

[3심 판결문] 징역 1년-4.9억 추징 확정... 2년도 안돼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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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출소한 안희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안희정 지사가 2004년 12월 10일 서울구치소에서 만기출소,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안 지사와 검찰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재판장 이용우 대법관)은 지난 2004년 11월 25일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징역 1년에 몰수 1억 원, 추징 4억9000만 원의 형이 확정되었고, 안 지사는 지난 2004년 12월 10일 만기출소했다. 형이 확정됨에 따라 안 지사의 피선거권은 향후 5년간 제한됐다. 당시 대법원 심리를 맡은 주심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했던 김영란 대법관(전 국민권익위원장)이었다.

출소하는 날 안 지사는 "역대 모든 정권이 출범 당시 국민으로부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매번 좌초된 건 새로운 출발선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나는 남의 발을 찍어 갈등선을 만드는 대신 내 발등을 찍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출소하기 며칠 전 옥중일기장에다 이렇게 썼다.

"1년 동안 지낸 방을 훝어보며 잠시 감상에 젖다가 짐을 싼다. 노트가 총 39권, 쓰다가 연습 노트로 버린 것이 서너 권, 볼펜심은 26개 썼다. 어깻죽지가 아프도록 많이 썼다. 내 마음의 밭을 맨 호미 자루라고 생각한다."(2004년 12월 7일) 

"저는 오늘 집에 돌아갑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용서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습니다.
새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는 국민과 역사의 요구로 볼 때
구정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변화하고 거듭 태어나서 그동안의 염려와 걱정에 보답하겠습니다.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아우성치던 몸뚱이들이, 하나라도 더 버리기 위해 용쓰는 곳. 오늘 비록 몸은 풀려 집에 갑니다만 마음은 늘 저곳에 있겠습니다."(2004년 12월 8일)

이광재 부원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나의 오랜 동지가 선거에 이긴 다음날부터 참으로 힘들고 모진 시간을 보냈다"라며 "희정이가 나보다 훨씬 자질이 훌륭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으면 희정이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한마디로 답할 것이다"라고 두터운 우정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2004년 1월 법정에서 "대선 당시 기획담당이던 나는 빛이었고, 금고지기였던 희정이는 그림자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음날(12월 11) 안 지사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식사를 함께 했다. 전날 노 전 대통령은 출소한 안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라고 안부를 물었고, 안 지사는 "오히려 제가 심려를 끼쳐 드렸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동업자'이자 '동지'였던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노무현 대통령은 안 지사가 출소한 지 2년도 안된 지난 2006년 8월 그를 복권시켰다. 당시 광복절 사면·복권 명단에는 안 지사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신계륜·서청원·김원길 등 불법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된 인사 5명이 포함됐다. 당시 정부는 "16대 대선자금문제는 임기 중 마무리 짓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자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복권받은 안 지사는 이후 민주당 충남 논산·계룡·금산지역위원장과 최고위원을 거쳐 충남도지사 재선에 성공했고, 지금은 대권 도전에까지 나서게 됐다. 본인이 그토록 원했던 '정치적 독립'을 이뤄가고 있는 셈이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안희정 #불법정치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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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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