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대표팀과 예선전을 치르는 중국 대표팀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지난 22일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중국팀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굴기'에 따라 이른바 '황사머니'를 쏟아 부으며 세계 각국의 축구스타들을 슈퍼리그로 데려온 중국. 상하이 선화의 테베즈, 상하이 상강의 헐크와 오스카, 텐진 콴잔의 파투와 악셀 비첼 등 슈퍼리그 빅클럽들의 영입 행보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슈퍼리그에서 손꼽히는 재벌 구단이자 빅클럽인 광저우 헝다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별다른 영입을 하지 않았다. 단지 장쳉린과 김형일을 각각 베이징 런허와 전북현대로부터 데려왔을 뿐이다. 지난 시즌 ACL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던 광저우는 더 많은 준비를 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 '변화'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택한 광저우 헝다
광저우 헝다는 지난해 엘케손을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시킨 후 AT마드리드의 잭슨 마르티네즈를 거액을 주고 영입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광저우 헝다 내부에서는 잦은 선수 변화는 조직력에 해가 된다고 판단해 보유하고 있는 자국 선수들을 잘 관리하며 팀 내 외국인 선수들(알랑 카르발류, 히카르두 굴라트, 파울리뉴)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광저우의 선택에는 팀 내 조직력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자국 선수들의 기량을 더욱 끌어올려 중국대표팀의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 광저우 헝다의 '유스 시스템'
'풋볼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광저우의 '유스 시스템'은 중국 슈퍼리그 팀들 중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광저우는 지난 2012년 광둥성 칭위안시에 38만평 규모의 '헝다황마 축구학교'를 설립했는데, 이는 1000여명의 유소년 축구선수들이 동시에 공을 찰 수 있는 엄청난 크기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와 협약을 맺어 매년 스페인에서 100여명의 코치들이 직접 날아와 3500명이 넘는 유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다.
광저우 헝다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유럽 빅클럽들의 축구철학을 유소년 때부터 주입시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자국 선수들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광저우 헝다와 리피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중국 대표팀 부임 과정에 광저우 헝다가 큰 공을 세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중국축구협회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 가오홍보 감독 후임으로 리피 감독을 데려오고자 광저우와 많은 협조를 한 바 있다.
광저우는 리피에게 대표팀 감독직에 광저우의 유스 시스템인 '풋볼 아카데미' 자문위원 역할을 더하는 조건을 내걸어 협상을 진행했다. 또한, '리피와 그의 코치사단'의 연봉을 무려 55% 부담하기로 하며 끝내 리피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그 정도로 광저우의 중국 축구 내 영향은 엄청나다.
리피 감독은 광저우를 3년간(2012~2014) 이끌며 5차례 우승컵(리그 3회, FA컵 1회, AFC챔피언스리그 1회)을 들어 올린 만큼 현재 광저우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향후 중국 축구의 미래는 광저우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다.
# 그들의 목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아닌 그 이후다
지금 당장 뛰어난 성과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광저우 헝다를 필두로 중국 대표팀은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을 1대0으로 꺾었고, 이란에 아쉽게 0대1로 패했다. 이미 그들은 '진짜 목표'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아닌 그 다음 단계로 정했다.
리피 감독은 중국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U-23 대표팀까지 관리하기로 했다. 자국 선수 육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리피와 광저우 헝다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렇게 강조한 '축구굴기'에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가공할 만한 '황사머니의 힘'에, 앞서 말한 3가지(중국축구협회-광저우-리피)의 협력파워가 합쳐진다면 언젠가 거대한 팀이 되어있을 수 있다. 중국 축구, 그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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