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박근혜'와 닮아버린 안철수

2012년 '좌고우저'에서 이번엔 '좌저우고'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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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성(toutplus)등록 2017.04.14 17:57
안철수 후보 캠프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펴왔다. 문 후보를 싫어하는 보수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다. 일단 결과는 성공적이다. 문 후보를 때릴수록 보수층에서의 안 후보 지지율이 오르는 모양새다.

집 나간 '보수 집토끼', '보수'를 버렸나

이 와중에 가장 속이 타는 쪽은 보수의 본산이라고 자부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캠프일 수밖에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보수층 '집토끼'의 60% 정도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통령 탄핵정국이 빗어낸 기이한 현상 중 하나다.

서울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9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신문과 MBN 주최로 열린 제1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택한 전략이 안철수 후보 때리기다. 빼앗긴 '집토끼'를 되찾기 위해 보수층에서 지지가 가장 높은 안 후보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보수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보수당이 맹공을 퍼붓는다. 희한한 일이다.

별의별 의혹을 다 제기한다. 안 후보의 부인의 교수 임용과 관련된 의혹뿐만 아니다. 13일 홍준표 후보 캠프는 "1984년 안 후보의 동생이 대구한의과대학 성적 조작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고 비난하며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30년이 훌쩍 지난 과거사까지 끄집어내 공격의 빌미로 삼는다.

지역, 이념 깨지고 '세대'만 남은 선거

보수층이 보수당 후보와 영남출신 후보를 기피하고, 호남에 기반을 둔 당의 후보를 선호한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강성 보수유권자가 많은 대구-경북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중돼서 나타난다. 안철수. 현재 TK 보수층이 가장 선호하는 대권후보다. 그는 호남에 기반을 둔 당 소속이다. 또 TK가 아니라 PK 출신이다. 게다가 보수라기보다는 중도 성향이다. 과거 공식으로는 설명조차 불가능한 판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기반과 이념성향에 따라 지지후보가 결정되던 기존의 틀이 깨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남 유권자들은 호남 출신이 아닌 영남출신 후보를 지지하고, 영남에서는 호남 기반의 정당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한 가지 맥은 잡힌다. 지역과 이념에 입각한 지지성향의 심각한 균열. 이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그나마 과거의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게 있다면 젊은층은 진보를, 노년층은 보수를 지지하는 세대별 지지성향이다. 지역과 이념 성향이 크게 약화된 이번 5.9대선인 만큼 '세대별 성향'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세대별 지지율 비교 2012년 대선 때와 이번 대선. 비슷한 커브(좌고우저)를 그리고 있다. ⓒ 육근성


안철수, '좌고우저'에서 '좌저우고'로 대반전

문재인 후보는 젊은층(20~40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반면 노장년층(50대 이상)에서는 지지율이 낮다(4.13 리얼미터, 4.14 한국갤럽 지지율 평균). 진보성향의 후보가 보여주는 세대별 지지율의 전형이다. 2012년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도 이와 같은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안 후보의 세대별 지지성향이 확 바뀌었다. 문 후보와 반대 양상이다. 젊음층에서는 20%대라는 낮은 지지율에 머물지만, 노장년층에서는 50%대를 넘어서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을 지난 대선 때인 2012년과 비교해 보자. 먼저 문 후보의 그래프를 보면 '좌고우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왼쪽(젊은층)으로부터 오른쪽(노장년층)으로 가면서 낮아지는 커브를 그린다.

안철수 세대별 지지율 비교 2012년 대선 때는 '좌고우저' 형태였지만 이번 대선에는 '좌저우고' 모양으로 확 바뀌었다. ⓒ 육근성


안 후보의 경우, 2012 대선 때는 문 후보와 비슷한 '좌고우저' 형태였지만, 이번 대선에서 세대별 지지율은 그렇지 않다. '좌저우고'로 확 바뀌어 있다. 2012년 지지율 커브를 180도 회전시킨 것이 지금의 지지율 커브와 비슷할 정도다. 현재 세대별 지지율은 2012년의 그것과 정반대에 가깝다는 얘기가 된다.

'안철수는 4년 전 박근혜'?

현재 안 후보가 보여주고 있는 세대별 지지율은 2012년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의 그것과 흡사하다. 두 그래프를 놓고 비교해보면 커브 모양이 거의 같다. 세대별 지지율에서 안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이 같은 추이를 보인다는 얘기다.

박근혜-안철수 세대별 지지율 비교 안철수의 세대별 지지율 커브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의 그것과 닮아있다. ⓒ 육근성


문 후보와 비슷했던 안 후보의 세대별 지지율 커브는 4년이 지난 지금, 문 후보의 것과는 반대 모양을 그리며 박 전 대통령의 그것과 닮아있다. 대단한 변화이자 반전이다. 세대별 지지율만 놓고 보면 '안철수는 4년 전 박근혜'라는 말도 성립될 수 있다.

4년 만에 '박근혜가 되어서 돌아온 안철수'.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리더를 잃어버린 보수층이 안 후보를 차선책으로 삼아 보수후보로 둔갑시키는 동안, 안 후보는 지지율 상승이라는 달콤함에 빠져 '박근혜가 되어 가는 것'을 방치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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