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쪽지 논란, 진위 가릴 키는 북에 보낸 '통지문'

[대선후보 검증] 북이 "인권결의안 찬성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답신한 까닭은

등록 2017.04.21 21:25수정 2017.04.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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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언론에 공개한 2007년 11월 인권결의안 투표와 관련해 북한의 반응을 정리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던 청와대 문건의 모습. ⓒ 연합뉴스


"남측이 반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증거물이라며 공개한 '쪽지'의 핵심내용이다. 그는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서 사전에 북한의 입장을 물어보고 결정했으며, 이 과정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도했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송 전 장관은 이 '쪽지'에 대해 "아세안+3 회의차 싱가포르로 출국한 노 대통령이 2007년 11월 20일 오후 6시 50분 자신의 방으로 나를 불러 '인권결의안 찬성은 북남선언 위반'이란 내용이 담긴 쪽지를 보여줬다"며 "서울에 있던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내용을 정리해 싱가포르에 있는 백종천 안보실장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는 남측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것임"이라며 이런 내용을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이 쪽지가 북한 통지문을 정리한 것이 맞다는 전제 아래 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측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밝힌 대로 "기권 입장을 정한 뒤에 북한에 문서 통보를 했고, 그에 대해 북측에서 반응을 해온" 답신이다.

문재인 후보가 이날  "송 전 장관이 제시한 전통문으로 보이는 문서가 북쪽에서 온 것이라면 거꾸로 국정원이 그에 앞서 보낸 전통문 역시 국정원에 있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그것을 제시하면 이 문제는 깨끗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한 것처럼, 이 사전통보문의 내용이 이번 논란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핵심 열쇠이다.

북한이 '남측이 찬성하는 것은…북남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라는 표현이,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유엔인권결의안에 찬성하겠다'고 전달했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칙적 입장' 정도의 표명에도 미리 '쐐기'를 박아 놓으려 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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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은 2007년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 과정을 담을 자신의 회고록 내용과 관련, 당시 정부가 사전 확인한 북한의 입장을 담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을 21일 공개했다. ⓒ 연합뉴스


문 후보 측 "'대한민국이 주권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내용,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

이에 대해 문 후보 선대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대한민국 정부가 주권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사전통지문 내용에 대해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면서 "(사전통보문) 작성자와 전달자가 누군지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전통보문 내용과 관련해 MBN은 지난해 10월 21일, "이 문건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 간에 남북은 같이 갈 것이다'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북한의 의견을 구하는 내용이었거나, 찬성 입장을 알린 뒤 북한의 격한 반응 때문에 기권으로 돌아선 것으로 밝혀질 경우 문 후보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 입장을 정했으면 그대로 표결에 참가하면 되지 왜 북한에 사전통보를 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당시는 2차 남북정상회담에 직후에 남북관계가 긴밀한 시기였고, 10.4선언 후속조치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 후보 측에서는 송 전 장관의 '집요한 찬성 주장'이 북한에 사전통보까지 한 배경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디렉터)
#송민순 #문재인 #2017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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