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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 서울 삼성, 명가 재건은 지금부터

서울 삼성, 안양 KGC와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

17.05.03 14:49최종업데이트17.05.0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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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 시즌 전이었다. 2014·2015시즌 프로농구에서 서울 삼성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KBL이 낳은 최고의 스타 이상민의 감독 데뷔전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특히, 인천 전자랜드에 당했던 54점 차 대패는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 누구보다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 달리 첫 시즌부터 밑바닥을 경험한 이상민 감독은 과감한 리빌딩을 감행했다. 울산 모비스의 왕조를 구축한 문태영을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선발하는 행운을 얻었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팀의 기둥 역할을 해준 김준일과 부상에서 돌아온 임동섭까지 더해 삼성은 단번에 우승권 전력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백전노장 주희정까지 영입하면서 이상민 감독의 삼성은 완전히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새로운 삼성의 첫 시즌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2015·2016시즌 정규리그 5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마리오 리틀과 전성현, 이정현 등 안양 KGC의 외곽슛을 이겨내지 못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라틀리프와 김준일, 문태영을 앞세워 골밑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했지만, 외곽슛이 터지지 않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맞이한 이상민 감독의 세 번째 시즌. 그는 또 한 번의 변화를 감행한다. 이타적인 플레이로 선수들의 큰 신뢰를 받은 단신 외국인 선수 에릭 와이즈를 대신해 마이클 크레익을 영입했고, 천재 가드 6년 주기설의 마지막 주인공 김태술을 새로운 식구로 맞이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삼성은 2016·2017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라틀리프와 크레익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한물갔다' 평가받던 김태술은 1라운드 MVP를 수상하며 부활을 알렸다. 임동섭을 제외하면 3점 슈터가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리그 최고 수준의 골밑과 부활한 '지휘자' 김태술의 활약은 팀의 약점을 메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비록 정규리그 막판 김태술과 크레익의 존재감이 줄어들면서 삼성은 우승 경쟁에서 다소 멀어지기는 했지만, 3위를 차지하며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불과 두 시즌 전 최하위를 기록한 팀이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을 넘어 KGC와 우승 경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삼성의 올 시즌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드라마의 연속이었던 삼성의 플레이오프

삼성의 플레이오프는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정규리그 6위 인천 전자랜드와 만난 6강 플레이오프.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삼성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대접전이었다.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갔지만, 2, 3차전에서 내리 패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다.

삼성의 주전 포인트가드 김태술과 문태영이 정규리그 막판 당한 부상으로 인해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고, 크레익 역시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삼성은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손색없는 박찬희와 김지완, 정영삼 등 상대의 앞선에 완전히 밀렸고, 제임스 켈리와 강상재의 기동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은 주저앉지 않았다. '노장' 주희정과 언제나 자신의 몫 이상을 해준 라틀리프를 앞세워 4, 5차전을 승리로 가져가며 극적으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5차전까지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고양 오리온을 잡아낸다면 8시즌 만에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4강 플레이오프의 시작은 정말 좋았다. 삼성은 원정에서 치른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가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눈앞에 둔 듯 보였다. 라틀리프의 괴물 같은 활약이 이어졌고, 주희정과 임동섭, 문태영 등 외곽의 지원까지 더해졌다. 그런데 손쉬울 것 같았던 삼성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은 막판까지 알 수가 없었다.

삼성은 홈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3, 4차전을 모두 패하면서 챔피언 결정전 티켓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오리온의 '에이스' 에런 헤인즈의 슛이 터지면서 수비가 무너졌고, 이승현과 허일영의 외곽슛이 폭발하면서 삼성은 또다시 탈락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삼성은 위기에 강한 팀이었다.

원정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은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면서 8시즌 만에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마지막 4쿼터에 득점을 폭발시킨 문태영과 극적인 3점슛을 터뜨리며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한 김태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맹활약을 이어간 라틀리프까지, 삼성은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넘어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됐다. 

'준우승' 서울 삼성, 명가 재건은 지금부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1차전에서 KGC가 정규리그 우승팀의 위용을 뽐내자 2차전에서는 삼성이 저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삼성의 홈에서 열린 3차전에서 KGC가 승리를 챙기자, 4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은 라틀리프의 체력 저하와 함께 전체적인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5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6차전. 승패를 주고받는 시리즈였기에 배수의 진을 친 삼성의 승리가 기대됐다. 실제로 삼성의 경기력은 아주 좋았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트랩 수비를 통해 KGC의 실책을 유발해냈고, 데이비드 사이먼의 득점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공격에서는 라틀리프의 골밑 활약과 문태영과 임동섭 등 국내 선수들의 3점슛이 더해지면서 승리를 기대케 했다.

그러나 삼성은 웃지 못했다. NBA 최고의 선수 스테판 커리 못지않은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한 양희종(9개 시도 8개 성공)과 부상 투혼을 선보인 KGC 골밑 지배자 오세근(21득점 7리바운드), 지난해 6강 플레이오프에 이어 이날도 결승 득점을 기록한 이정현(13득점)의 활약에 무릎을 꿇었다.

특히, 이정현의 결승골이 터지기 직전 삼성의 공격이 성공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기에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삼성은 최선을 다했다. 앞선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인 수비와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아쉬웠던 국내 선수들의 득점포도 가동됐다. 다만, KGC 선수들의 집중력이 조금 더 강했을 뿐이다.

삼성은 4강 플레이오프 3경기만을 치르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KGC와 달리 10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챔피언 결정전에 나서야 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투혼을 발휘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챔피언 결정전을 치러냈다. 비록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경기를 선보였다.

물론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기에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다. 더군다나 KGC는 키퍼 사익스의 부상으로 인해 사실상 외국인 선수 한 명으로 이번 시리즈를 치러냈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음에도 KGC 국내 선수들의 활약을 막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삼성은 꼴찌와 6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하며,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아쉽게도 우승 트로피는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실패를 통해 느낀 진한 아쉬움은 앞으로 삼성의 큰 자산이 될 것이 확실하다.

다음 시즌 삼성은 팀의 미래이자 핵심 전력인 임동섭과 김준일이 군 입대로 인해 잠시 동안 자리를 비운다. 그러나 선수 구성에 있어서만큼은 놀라운 결단력을 보여주는 이상민 감독이 성공적인 FA 영입으로 전력 보강을 해낼 수 있다면, 삼성은 당장 다음 시즌 이날 느낀 아쉬움을 날려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삼성의 명가 재건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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