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님, 홍위병 몰이도 '언론탄압'입니다

[取중眞담] 국민의당, SBS '세월호 인양 지연' 관련 오마이뉴스 비판 논평

등록 2017.05.03 21:02수정 2017.05.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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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2일 8시 뉴스에서 '차기 정권과 거래?…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조사'를 제목으로 보도했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삭제했다. 국민의당은 이 보도를 토대로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 맞춰 세월호 인양을 연기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실제 기사 내용은 거꾸로 해양수산부가 차기 정부 눈치를 보느라 뒤늦게 인양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 SBS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후보의 홍위병인가?"

국민의당이 3일 오후 낸 논평 제목이다. 정당이 대선기간에 특정 언론사를 겨냥해, 그것도 상대 후보의 '홍위병'이라고 비판하는 건 이례적이다.

논평으로 주장을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주장이라도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다. 국민의당 논평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었다.

김철근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SBS는 세월호 인양 지연을 두고 해수부가 차기 정부와 거래를 했는지의 여부는 의혹으로 남는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BS 보도 내용은 국민의당 주장과 다르다.

SBS "해수부, 탄핵 이후 세월호 인양에 적극적으로 태도 바꿔" 

앞서 국민의당은 2일 SBS 8시뉴스 보도를 토대로 문 후보가 대선에 맞춰 세월호 인양 시기를 지연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SBS 기사 내용은 해수부가 문 후보 때문에 인양을 지연시켰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맥락이었다.

SBS 8뉴스 앵커는 2일 보도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오늘(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인양 고의 지연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습니다"라면서 "이런 가운데 해수부가 뒤늦게 세월호를 인양한 게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본거란 취지의 해수부 공무원 발언이 나와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해수부가 뒤늦게 세월호를 인양한 게'라는 대목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문맥상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받고 있던 해수부가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보고' 뒤늦게 세월호를 인양했다는 맥락이다. 이 기사에서 '차기 권력'은 세월호 인양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던 문재인 후보를 가리켰다.

SBS에서 3일 발표한 사과문 내용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SBS 8뉴스 진행자이기도 한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SBS 뉴스는 2017년 5월 2일 세월호 인양 관련 의혹 보도를 통해 해양수산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다는 의혹과, 탄핵 이후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 방송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탄핵 이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야당 후보 입맛에 맞춰 세월호 인양에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따라서 SBS가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 인양을 지연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는 국민의당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SBS 보도 내용이 국민의당뿐 아니라 상당수 독자에게 취지와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본부장도 "그러나 기사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키핑이 미흡해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고 언급했다.

<오마이뉴스>가 관련기사에서 '국민의당이 SBS에 낚였다'고 표현한 것도, 국민의당이 보도 내용을 정반대로 해석한 데에는, SBS 기사도 원인을 제공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당이 "'오 나의 뉴스'가 아니라 마치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논평을 보는 것 같다"라든가, "오마이뉴스가 언제부터 문재인 후보의 홍위병이 되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같은 자극적 표현까지 써가며 <오마이뉴스>를 비판한 건 안타깝다.

부당한 언론 압력 막겠다는 안철수 후보, "오마이뉴스 고발 검토"와 엇박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달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JTBC 사주에게 손석희 사장을 경질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저도 개인적으로 JTBC와 다른 매체의 보도가 서운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본질은 모든 권위와의 불화입니다"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언론은 부당한 압력을 받아선 안됩니다.(중략) 앞으로도 언론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나타난다면 저 안철수가 가장 앞에서 막아 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오마이뉴스>가 안철수 후보 쪽과 천안함 유가족 사이에 국립현충원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게 사실이라는 증언을 보도하자, 한 종편 뉴스는 "안 후보쪽은 허위보도라는 이유로 오마이뉴스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은 이날 SBS에서 문제가 된 기사를 삭제하고 보도본부장이 사과까지 했는데도, 민주당의 '언론탄압'으로 몰았다. 그런 국민의당이 곧바로 <오마이뉴스>를 향해서는 '문재인 후보의 홍위병'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성준 본부장은 이날 "정치권은 이번 보도 내용이나 해명 과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언론보도를 자당의 유불리로 따져, 정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언론탄압의 또다른 모습이다.

[관련기사]
'문재인이 세월호 인양 연기? SBS에 낚인 국민의당'
[국민의당 논평 전문]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후보의 홍위병인가?
SBS "세월호 유족·문재인 후보·시청자께 사과"
'세월호 인양 지연' 보도 SBS "원 취지, 해수부 비판"사과

#세월호인양 #안철수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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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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