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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지 않은 김현수 출전 기회, 쇼월터 감독의 '변명'

[MLB] 모두에게 기회 주겠다던 쇼월터, 김현수는 4일 연속 벤치

17.05.10 17:27최종업데이트17.05.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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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시즌이 한 달 정도 지난 가운데,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출전하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10일(한국시각)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오리올스 파크에서 열렸던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인터리그 홈 경기에서 김현수는 선발에서 제외됐다.

이날 내셔널스의 선발투수는 2013년과 2016년 양대 리그에서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오른손 베테랑 투수 맥스 슈어저였다. 벅 쇼월터 감독이 시행하는 플래툰 시스템에 의하면, 김현수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이 날 선발로 출전한 선수는 신인 선수 트레이 맨시니였다.

김현수가 4경기 연속 벤치 대기 상태가 되면서 오리올스의 선수 기용에 대하여 의문점이 들고 있다. 김현수가 오른손 선발투수를 상대로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는 것에 대해서 쇼월터 감독은 가장 어려운 결정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김현수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는 신인 거포 맨시니

1992년 3월 18일 플로리다 주 윈터 헤이븐 태생의 맨시니는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 249순위로 오리올스에 지명됐다. 2016년에 5경기에 출전하며 메이저리그를 처음 경험했는데, 이 때 14타수 5안타 중 무려 3개가 홈런일 정도로 위력적인 장타를 선보였다.

이후 시범경기에서 30경기에 출전한 맨시니는 60타수 20안타 3홈런 14타점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갈 기회를 얻었다. 우투우타인 맨시니의 주 포지션은 1루수인데, 오리올스의 주포 크리스 데이비스(우투좌타)와 포지션이 겹치고 지명타자 자리에도 마크 트럼보(우투우타)가 있기 때문에 외야수로도 출전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불똥이 코너 외야수인 김현수(우투좌타)와 세스 스미스(좌투좌타)에게 튄 것이다. 이에 올 시즌 김현수는 16경기 44타수 10안타(0.227)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스미스 역시 19경기 61타수 19안타(0.311)로 역시 풀 타임 출전에 제한이 걸렸다.

그러는 동안 맨시니는 올 시즌 22경기에 출전했다. 71타수 21안타 중 홈런이 7개나 되는 등(20타점) 타율이 0.296인데 장타율이 0.648이나 된다. 홈런 타자가 많았던 오리올스 팀 컬러에 맞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일관성 없는 플래툰 시스템, 김현수의 입지는?

오리올스의 외야수 자리는 일단 중견수에 애덤 존스가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코너 외야수 자리는 좌익수에 김현수, 우익수에 스미스가 오른손 선발투수 상대로 출전하고 있다. 그리고 왼손 선발투수가 나올 경우 조이 리카드(좌투우타)가 출전했으며, 대타 요원으로 크레이그 젠트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맨시니가 끼어든 것이다. 우익수 자리보다는 좌익수 자리에 플래툰이 더 많이 적용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하여 우익수 스미스도 고정 출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쇼월터 감독은 가용 선수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기 위해 플래툰을 적용하는 감독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1루수 데이비스의 역할은 플래툰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맨시니의 장타력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경기에서 최대한 활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지난 시즌 초반 김현수의 자리를 밀어내고 꾸준히 출전했던 리카드의 모습이 연상된다.

지난 해 초반에는 리카드가 시범경기에서 뜨거운 타격을 선보이면서 몸이 늦게 풀렸던 김현수와 비교되었고, 결국 5월 초까지 리카드는 오른손 투수와 왼손 투수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선발로 출전하기도 했다. 리카드가 5월에 들어와서 방망이가 식어가기 시작하면서 김현수의 출전 기회는 조금씩 늘어났다.

당시 리카드는 룰5 드래프트로 지명되어 메이저리그 풀 타임 기회는 사실상 처음 얻은 셈이었다. 쇼월터 감독은 당시 리카드의 경기력을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시즌 초반에 많이 출전시켰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플래툰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맨시니의 경우도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는 듯하다. 일단 기회를 많이 주면서 그 선수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본 뒤 장기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쇼월터 감독의 방식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선수가 김현수이다.

올 겨울에 FA 되는 김현수, 불안한 미래

김현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오리올스와의 2년 700만 달러 계약이 만료된다. 올 겨울이 끝나면 오리올스와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거나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대로 가면 오리올스와의 재계약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떨어진다.

물론 김현수가 현재 경기력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시즌 첫 안타를 기록했던 4월 9일 경기에서만 3안타를 기록했을 뿐, 그 이후에는 멀티 히트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 첫 안타를 쳤던 경기에서 0.333이었던 김현수의 타율은 시즌을 치르면서 0.227까지 내려갔다.

그러한 가운데 쇼월터 감독이 오른손 선발투수를 상대하는 경기에서도 김현수 대신 맨시니를 출전시키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난 시즌 초반에 그랬던 것처럼 타격에 대한 간절함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극 방안일 수도 있다.

지난 시즌 리카드가 그랬던 것처럼 맨시니도 얼마 가지 않아 한계가 드러날 시점이 올 것이라는 쇼월터의 예상대로라면 김현수가 오른손 선발투수를 상대로도 결장하는 일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김현수가 안정적으로 오리올스에서 뛰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 시절에도 시즌 초반부터 뜨거운 방망이를 시전하는 스타일과는 다르게 슬로 스타터로 알려졌다. 그러나 KBO리그보다 로스터 운영에 있어서 제한 요소가 더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렇게 시즌을 보내는 슬로 스타터들에게 어려울 수가 있다.

김현수의 선구안과 타격 정확도는 일단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변칙적인 출전 기회 때문에 그 가치가 깎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일이 당장의 출전 기회 한 경기 확보보다도 김현수의 장기적인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김현수로서는 작년 초에도 그랬듯이 기회가 오면 어떻게든 경기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내야 땅볼이 나오더라도 안타를 만들기 위해 전력질주했던 김현수가 다음 경기에서 그러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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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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