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본류에서 사라진 큰빗이끼벌레 지천에서 발견

[현장] 환경부 4급수 오염지표종 득시글한 금강, 큰빗이끼벌레도 못 산다

등록 2017.05.14 13:32수정 2017.05.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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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기설기 자라는 나뭇가지에 큰빗이끼벌레가 붙어서 자라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본류에서 사라진 큰빗이끼벌레가 본류로 합쳐지는 지천에서 발견됐다. 4급수로 추락, 축산 분뇨처럼 잿빛으로 변한 금강 본류에서는 2, 3급수에서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큰빗이끼벌레가 더이상 살지 않고, 죽은 물고기만 썩어가고 있다.

금강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정지된 강물에서는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마름과 연꽃이 확산하고 있다. 13일 이른 아침부터 성가소비녀회 최 다니엘 수녀와 이 나타나엘 수녀와 동행하여 4대강 사업이 이루어진 금강을 찾았다. 

첫 번째로 찾아간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은 주말을 맞아 낚시꾼들이 포진하고 있다. 타다만 장작과 버려진 쓰레기. 지난밤 모닥불을 피웠는지 쌓아 놓은 돌멩이가 시커멓다. 바람에 떠밀려 홀쭉하게 썩어가는 물고기부터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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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축산분뇨처럼 벌겋게 변한 공주보에 죽은 물고기만 둥둥 떠다니고 있다. ⓒ 김종술


이 나타나엘 수녀가 핸드폰으로 죽은 물고기를 찍는다. 죽어서 둥둥 떠다니는 물고기. 야생동물의 공격을 받았는지 물 속에 가라앉아 있던 물고기는 반쯤 뜯겨나갔다. 강바람을 타고 심한 악취가 진동한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들어간 낮은 물가에서도 쌓인 펄 때문에 발목까지 푹푹 빠져든다. 오른손을 푹 찔러 넣어 강바닥을 파헤치자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가는 입자의 펄들이 올라온다. 시궁창 악취가 진동하는 펄 속에는 환경부 수생태 오염지표종 4급수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꿈틀거린다.

"기자님 물빛이 분뇨 같아요."

잿빛 물빛을 가리키며 안타까워한다.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악취는 여전하다. 강물에 던져 넣은 나뭇가지가 바람을 타고 상류로 흘러간다. 수자원공사가 녹조 제거를 위해 공주보 상류에 설치한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에도 죽은 물고기가 바람을 타고 흐느적거린다. 


맑은 물 찾아 찾아든 지천 곳곳에 큰빗이끼벌레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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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버드나무가지에는 길이 60cm가 넘는 크기도 발견되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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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자라고 있는 9cm 크기의 큰빗이끼벌레.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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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천의 작은 콘크리트 보 주변에서도 큰빗이끼벌레가 힘겹게 자라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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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크기의 큰빗이끼벌레.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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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본류에 합류하는 유구천의 건강한 수질 때문인지 주물러본 큰빗이끼벌레는 물비린내만 났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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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자라고 있는 큰빗이끼벌레. ⓒ 김종술


비교적 깨끗한 유구천으로 이동했다. 공주보 하류로 흘러드는 유구천은 금강 본류보다 상대적으로 맑았다. 물가에서 놀던 작은 물고기 치어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순간 몸을 가누기 힘든 강한 돌풍이 몰아쳤다. 태풍처럼 몰아치던 바람이 회오리를 타고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는다. 맑은 하늘이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이며 소나기를 동반했다. 따가울 정도로 몰아치는 소나기가 주춤할 때 다시 바지 장화를 챙겨 입었다.

물가엔 노란 애기똥풀과 버드나무, 부들, 갈대, 줄풀 등이 자라고 있다. 모래톱이 쌓인 작은 하중도에서는 왜가리가 날개를 펼치고 젖은 몸을 말리고 있다. 얼기설기 자라는 나뭇가지에서 낯익은 생명체가 발견되었다. 4대강 전역에 창궐했던 큰빗이끼벌레다.

지난 2014년 금강에서 발견된 이후 수질악화로 2016년부터 급격하게 모습을 감춘 큰빗이끼벌레를 이곳 지천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바지 장화에 물이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관련 기사 : 2016년산 '큰빗이끼벌레' 공개합니다).

나뭇가지와 수초에 매달려 손가락 크기부터 주먹 크기까지 자라고 있다. 물 속 버드나무가지에는 길이 60cm가 넘는 크기도 발견되었다. 물고기 알이 매달린 곳을 큰빗이끼벌레가 뒤덮은 곳도 있었다. 농경지 수로 입구에도 덕지덕지하다.

손바닥 크기의 큰빗이끼벌레를 손가락으로 짓누르자 부서져 내린다. 금강 본류에서 발견되던 역한 악취보다는 물비린내가 난다. 지난해 지천에서 합류하는 지점에서 발견된 날짜보다 18일 정도 빠르게 관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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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중인 성가소비녀회 초 다니엘 수녀가 손바닥 크기의 큰빗이끼벌레를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종술


바지 장화를 입고 따라나섰던 최 다니엘 수녀가 긴 한숨을 토해낸다. 그리고 툭 내뱉는다.

"작은 덩어리였지만 갈색 빛을 띠는 모양이 징그러웠다. 덩어리 채로 만졌을 때는 곤약처럼 단단하게 느껴졌지만 손으로 꽉 지어 부수었을 땐 푸딩 같이 쉽게 부서졌다. 생각보다는 냄새가 강하지 않았지만, 손을 씻으면서 미끄덩거리는 촉감은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금강 본류에서 사라진 큰빗이끼 벌레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은 무엇인가 시작될 것만 같은 무서운 생각이 밀려왔다."
#4대강 사업 #큰빗이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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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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