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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가 죽어야, 톰 크루즈가 사는 영화

[리뷰] 살아서도 죽어서도 남성에 의지하는 영화 <미이라> 속 여성들

17.07.03 15:18최종업데이트17.07.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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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6일 개봉한 영화<미이라>의 포스터. ⓒ UPI 코리아


지난달 6일 개봉한 영화 <미이라>는 기대 이하의 혹평을 받았다. 이야기에 개연성이 없고, 인물 설정 또한 너무 구시대적이란 비판이다. 특히 극 중의 여주인공들은 과거의 수동적 여성상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고대 파라오의 아마네트 공주는 죽음의 신과 거래해 왕권을 잡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세월이 흐른 뒤, 미국 군인 닉(톰 크루즈)이 우연히 아마네트 감옥의 사슬을 끊게 되고, 덕분에 아마네트는 미라가 되어 부활한다.

미라가 된 아마네트는 초인적인 힘을 갖지만, 한계가 있다. 거대한 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키스하면 살아있는 남성들을 미라로 만들 수 있는 권능을 지녔지만, 현대의 기술 문명까지는 넘어서지는 못한다.

아마네트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선 오직 죽음의 신을 불러들이는 수밖에 없다. 죽음의 신을 호출하는 방법은 닉의 몸에 죽음의 신을 깃들게 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아마네트는 닉을 차지하기 위해 폭력을 쓰기도 하고, 닉을 유혹하기도 한다.

한편 다른 여주인공 제니는 이집트를 연구하는 고고학자다. 제니는 고대어로 아마네트와 대화가 가능할 만큼의 준재임에도 불구하고, 역할은 남성인 닉과 지킬 박사의 보조에 머문다. 극 내내 닉의 보호를 받는 제니는, 닉의 활약상을 돋보여줄 수 있는 보조재에 불과하다.
제니는 과거 닉과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지만, 도둑질 경력이 있는 닉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후 아마네트의 위협으로부터 닉이 목숨을 걸고 제니를 지켜주는 과정에서 서로를 마음에 두게 된다.

영화 <미이라>의 여주인공 아마네트 공주. ⓒ UPI 코리아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채 닉을 갈망하는 아마네트와 닉을 사랑하는 제니, 이 셋의 관계는 남녀의 삼각관계를 연상시킨다. 일례로 아마네트는 제니를 질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닉은 아마네트의 유혹을 뿌리치면서 "너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는 대사를 뱉는다.

그런데 왜 남성인 닉을 통해서만 죽음의 신은 호출이 가능한 걸까. 아마네트는 왜 반나체로 몸매를 드러낸 채 닉을 유혹하고, 왜 키스를 해야 남성을 미이라로 만들 수 있는 걸까. 또 제니는 어째서 학자로서는 지킬 박사의 지휘를 받고, 탐험가로서는 닉의 보조자에 머무는 것일까.

닉을 차지하려는 아마네트와 이를 제지하려는 제니는 경쟁 관계지만, 둘 다 닉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같다. 아마네트는 닉이 없이는 세상을 지배하지 못한다. 제니 또한 닉이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극 중의 여주인공들은 철저히 남성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다. 산 제니도 죽은 아마네트도 남성이 없이는 독립할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톰 크루즈'란 이름값을 기대하고 <미이라>를 봤다. 그러나 실망스럽다는 평이 다수다. 이는 작품의 전개가 오직 닉, 즉 톰 크루즈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 영웅 한 명의 무쌍한 활약이 통하는 시대는 갔다.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여주인공들은 영화의 작품성은 물론 이제는 관객들의 흥미마저 떨어뜨린다.

전형적인 남성 영웅이 드러났을 뿐, 톰 크루즈 특유의 매력 또한 묻히고 말았다. 여주인공들이 기존의 관습의 틀을 넘어서는 매력을 드러낼 때 남주인공인 톰 크루즈도 함께 빛날 수 있을 것이다. 톰 크루즈가 죽어야 톰 크루즈가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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