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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근처에도 못갔을 이 가수... 영향력만큼은 폭발적이었다

록 역사의 또 다른 전설 루 리드를 떠올리며

17.07.09 16:19최종업데이트17.07.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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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리드의 대표작 ⓒ 위키피디아


존재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역사에 남는 사람들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존재마저 규정하게 된다. 루 리드(Lou Reed) 역시 음악 역사의 구심점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가 몸담았던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The Velvet Underground)의 1집 <The Velvet Underground & The Nico>은 빌보드 앨범차트 129위에 그쳤다. 초라한 판매량을 거뒀고, 상업적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 앨범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새로이 규정했다.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는 이 앨범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앨범은 비록 3만 장밖에 팔리지 않았지만, 앨범을 산 모든 사람들이 밴드를 시작했다."

루 리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 이후로도 실험적인 음반들을 계속 내놓으며 족적을 남겼다. 필자는 작년 가을부터 한여름인 요즈음까지, 그의 명곡 'Perfect Day'를 즐겨듣고 있다. 밤바람과 어울리는 쓸쓸한 멜로디에 푹 빠졌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와 루 리드가 손을 잡고 만든 <Transformer>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루 리드라는 사람의 양면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무력함은 그의 삶 자체였다

글램록 시대에 발표된 < Transformer >는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편안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그저 무난한 팝 앨범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 앨범은 자기 환멸과 외로움, 약물 중독 등 인생의 어두운 부분을 담아낸 가사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 차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보위의 파트너' 믹 론슨(Mick Ronson)이 만든 현악 사운드가 빛나는 'Perfect Day'는 그 유명한 'Walk On The Wild Side', 'Satellite Of Love'와 함께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로 자리 잡았다. 언뜻 잔잔한 사랑 노래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약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환멸이 담겨 있는 듯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 밴드 스웨이드(Suede)의 음악이 주는 역설의 미학도 어쩌면 루 리드로부터 유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스웨이드는 루 리드의 명곡 'Carloine Says 2'를 부른 적이 있다.) 루 리드의 몸은 평생 마약과 술로 뒤덮여 있었고, 그로 인해 망가진 몸과 분투하다가 2013년 세상을 떠났다. 슬프게도, < Transformer > 앨범을 만든 세 명의 남자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테크닉으로 따지면 루 리드는 결코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의 힘없는 목소리는 계속 낮은 음역대를 맴돈다. 아마 <복면가왕>에 출연했다면 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노래가 생기고 테크닉이 생겨났지, 테크닉이 생겨나고 노래가 생겨났을까? 루 리드의 목소리에 담겨 있는 무력한 정서는 그의 삶 자체였다. 이것은 테크닉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다.

루 리드도, 데이비드 보위도, 프린스도, 신해철도 없는 슬픈 세상이다. 얼마 전 크리스 코넬 역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모두 누군가의 존재를 새로이 규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음악이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담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죽고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남긴 흔적과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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