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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오늘, 내 귀에는 보라색 비가 내렸다

[음악 리뷰] 다시 꺼내 듣는 '퍼플 레인(Purple rain)'... 프린스를 기억하며

17.07.10 16:09최종업데이트17.07.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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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는 금기와 통념에 맞선 예술가였다. ⓒ 워너 브러더스 레코드


작년은 음악 팬들에게 잔인한 해였다. 데이비드 보위와 모리스 화이트, 글렌 프레이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4월, 프린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마저 들려왔다. 프린스가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쉰일곱의 나이다. 우리의 세대가 지난 후에도 울려 퍼질 음악을 만든 그이기에 세상 사람들의 충격은 몹시 컸다. 에펠탑, 미네소타 경기장 등 세계 각지에는 그를 상징하는 보라색 불빛이 깜빡였다. 뉴스를 통해 보았을 뿐이지만, 지금도 눈에 선한 명장면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팝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즐겨들었다.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는 중학교 때부터 내 가슴을 설레게 해왔다. 용돈을 모아서 간 스티비 원더의 공연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하지만 프린스의 이름은 비교적 뒤늦게 접한 편이다. 프린스의 세계적인 입지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이름이 비교적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군사 정권은 대중문화를 정치의 논리로 바라보면서 적극적으로 규제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프린스의 가사와 몸짓은 '불온'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한동안 우리는 프린스를 만나기 쉽지 않았다. 불행한 일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던 중 라디오 방송을 통해 프린스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그 유명한 'Purple Rain'을 연주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덤덤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프린스의 '불온한' 비음, 아름답고도 격정적인 기타 솔로의 조화. 보라색 비가 내리는 퇴폐적 거리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강한 영혼은 규칙을 뛰어 넘는다


물론 프린스는 'Purple Rain' 한 곡으로 회자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는 늘 한계에 도전한 예술가였다. 'When Doves Cry', 'Dirty Mind' 등 금기시되는 성적인 코드를 정면에 내세우며 통념과 맞섰다. 음반사의 갑질에 대항하며 프린스라는 이름을 지우고 활동하기도 했다. 펑크(Funk), 록 등 온갖 장르가 결합한 그의 음악은 '미니애폴리스 사운드'라는 장르로 규정되었다.

그는 부지런한 예술가였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새로운 음악들을 꾸준히 세상에 내놓으니 말이다. 특히 2014년에 발표한 < Art Official Age >는 프린스 후기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는 생전에 '강한 영혼은 규칙을 뛰어넘는다(A strong spirit transcends rules)'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프린스의 인생을 잘 함축한 명언이었다.

'한 명의 노인이 죽는 것은 도서관이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격언이 있다. 프린스와 보위 그리고 신해철의 죽음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죽음은 한 시대의 종언이다. 우리는 그들이 구축한 우주가 소멸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었던, 그 영웅들과 동시대를 살 수 없다는 상실감도 뒤따른다.

프린스가 떠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많은 뮤지션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지의 영웅 크리스 코넬은 스스로 목을 매고 삶을 마무리했다. 맙 딥(Mobb Deep)의 래퍼 프로디지 역시 오랜 투병 끝에 잠들었다. 심지어 프린스의 드러머였던 존 블랙웰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음악 팬들은 이렇게 한 시대가 끝나는 순간들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위안 삼을 것은 있다. 2015 그래미 시상식에서 프린스가 남긴, '앨범은 여전히 소중하다'(Albums still matter)라는 말처럼, 그들의 음악은 영원히 기억되리라는 것이라는 거다. 오랜만에 책장에 있던 프린스의 앨범을 꺼내 들으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프린스 데이비드 보위 퍼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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