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고택-추사서예기념관, 장애인이 접근하기에는 '천지 차이'였다

장애도 나이도 잊게 하는 통합현장학습

등록 2017.07.26 16:47수정 2017.07.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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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영향 이전과 다른 현장학습의 풍경.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보고 주변과 나누기 위해 사진과 동영상을 찍음 ⓒ 이영미


"아! 날씨가 괜찮네...감사해라"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베란다를 통해 하늘을 보고 중얼거린다.


이른 새벽에 일어났지만 24명의 평생학습 교육생들과 현장체험학습을 가기로 한 날이니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뭔가 빠트리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에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고 아침식사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이른 시간에 출근을 했다.

저녁에 퇴근하면서 시원하라고 냉장고에 넣은 놓은 식수와 카스테라를 꺼내어 일일이 다시 포장하고 현수막과 명찰, 출석부, 비상연락처가 적힌 메모지와 청심환, 멀미약 등 비상약품을 비롯해 각종 조사도구, 필기도구와 자원봉사대학생들의 봉사조끼를 비롯해 휠체어 등을 다시 점검했다.

새로운 기관에 와서 처음으로 내가 담당하는 현장체험학습이다. 이전 기관에 일할때는 40명까지 혼자서 일년에도 여러 번 서울에서 경주, 안동까지 공연과 봉사활동 또는 현장학습까지 다양한 주제로 인솔하고 잘 다녀와 경험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긴장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새로운 기관에서 처음으로 인솔하고 가기 때문이지만 긴장하는 것은 자폐장애, 지적장애, 뇌병변, 뇌전증, 지체장애, 청각장애 등의 중증장애에서 경증까지 장애는 다양했다. 또 이전에 내가 근무하던 곳의 70대 이상에서 80대까지 고령의 노인들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체험학습이지만 현장체험보다 특별한 심신들을 가진 이 분들이 무탈하고 안녕하게 다녀오게 하는데 자연스럽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우선 나도 특이체질이라 그 전날은 미리 병원을 다녀와 항생제 주사를 맞아 유사시에 진통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했다.


사전에 휠체어를 신청한 교육생들 분과 전동휠체어채로 그대로 버스에 오르내리기 원하는 분들을 위해 리프트가 장착된 버스를 오래전부터 약속 잡았다. 그리고 힘 좋은 풋풋한 지역의 사회복지학과 대학생들 4명도 미리 봉사자로 확보해놓았다. 모두들 기분좋게 약속시간까지 와서 출발하였다.

사전답사한 코스대로 새로 생긴 도로를 따라 장애편의가 잘 된 쾌적한 휴게소도 중간에 경유하고 목적지인 추사서예기념관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전에는 추사고택만 있어서 장애인분들과 학습지로 가기에 엄두를 못 내었다.

왜냐하면 추사고택안으로 들어가는데 경사가 높은 계단이 만만찮았고 안에서도 마당에서 충계석, 섬돌, 섬돌에서 다시 마당, 작은 문 하나를 넘는데에도 옛날 고택은 휠체어이용자들이 이용하기는 난공불락이었다. 옛날에도 분명히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인들이 존재했을텐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돌아 다닌 걸까?

다행히 몇 년전부터 새로 생긴 추사서예기념관은 들어가는 경사로도 잘 설치되어 있었다. 아쉬원 것은 미리 사전답사해 놓은 기념관 앞의 장애버스주차장이 약간 경사가 있어서 리프트차량이 주차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리프트차량은 수평이 맞아야 전자식이라 기계가 작동한다고 운전기사님이 말하였다. 결국 장애인버스주차장이라고 널찍하게 잡아놓은 주차장은 승용차이외에는 주차하기 어려운 것이다.

추사서예기념관에서 현장학습을 진행하면서 나는 세상이 달라진 것을 체감했다. 우선은 거의 모든 교육생들이 열심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 폰으로 열심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것이었다. 이유는 그냥 본 것은 잊어먹기에 귀가해서 다시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이고 그리고 와보지 못한 친구나 지인들에게 나누기 위해서란다.

예정된 학습시간보다 훨씬 지났음에도 더 머무를 수 없어 다음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내가 담당한 프로그램 주제와 맞춤하여 사전에 그 분들이 원하는 장소에 갔기 때문인 것 같았다.

자원봉사 대학생들은 태어나서 한번도 장애인분을 만난 적이 없다가 처음 만났다고 한 학생들도 있었다. 지적장애인과 대화가 소통이 안되었지만 자기만 보면 잘 웃는 그 천진함에 자신도 아무 생각없이 그냥 웃었다고 했다. 휠체어 다루는 것도 같은 지체장애인에 따라 척추의 어디가 이상인지, 그냥 다리만 불편한 지에 따라 이용법이 다르다는 것도 자원봉사자들이 처음 알았다고 한다.

맛있는 쌈밥과 파전이 있는 웰빙점심을 예당호가 시원히 보이는 곳에서 먹었다. 3우리나라에서 제일 넓은 호수라는 예당호국민관광지에서 새로 조성된 조각공원,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의좋은 형제마을인 대흥슬로우시티와 달팽이박물관을 거쳐 무사히 청주로 도착했다.

분명히 교육생들은 내가 듣지 못함에 조금 불편함이 있었을터이다. 그것을 감안하고 나는 허리를 펼새없이 내 가족과 부모님을 챙기듯이 챙겼다. 이러한 공감과 소통속에 교육생들은 100프로 만족하였다면서 도착 후 좋은 곳을 다녀오게 해주어 정말 감사하다고 두 손을 맞잡고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고 하셨다. 덩달아 나도 피곤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상반기 평가에서 여러 차례의 현장학습에서 내가 담당한 1차 학습이 제일 잘 진행되었으며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평가를 받았다. 그래도 나는 다음에 또 담당이 되면 마찬가지로 긴장할 것이다. 잘 해내고 싶은 그런 책임감에서, 날씨가 그저 좋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장애인식개선 #노인인식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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