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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에 봐야 할 영화, 안 낳는 게 문제가 아니다

[리뷰] 희소성과 생명에 대한 작품 <칠드런 오브 맨>

17.07.28 17:38최종업데이트17.07.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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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포스터. ⓒ 영화사마농㈜


희소한 것들은 늘 가치가 크다. 경제학에선 흔히 사람들이 가지고 싶은 만큼 다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희소성을 설명한다. 자원이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의미다. 모든 사람이 앉을 수 없는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의자나 모든 이들이 꿈꾸는 직업의 정해진 채용 규모가 일상적인 예라고 할 수도 있다.

희소성과 생명의 가치

<칠드런 오브 맨>은 시작부터 이러한 희소성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은 100살을 넘긴,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르신을 인류가 조명한다. 100살 이상 인생을 살아가신 분들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칠드런 오브 맨> 속에서는 다르다. 영화는 18세 4개월의 '디에고'라는 인류 최연소 아이의 사망 소식으로 문을 연다. 그렇다. <칠드런 오브 맨>은 더는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가상의 현실의 영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디에고의 나이가 말해주듯, 영화 속에선 십수 년간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 반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민자와 노인은 늘어만 갔다. 폭동과 테러로 다른 나라들은 무정부 상태가 됐고, 영국만 남았다. 이들을 컨트롤 할 수 없는 영국 정부는 광고를 통해 이들의 자발적 안락사를 유도했다. 'Quietus(조용히 잠재우는 것)'라는 약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나눠준다. 'Quietus'라는 약은 자살하는 약이다. 이러한 약의 광고가 BBC에서 흘러나온다. 여기에 더하여, 이민자들을 따로 관리하며, 그들의 인권을 짓밟는다. 그들의 목숨 역시 바람 앞에 촛불처럼 늘 위태위태하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극 속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단체인 피시당의 '루크'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임신한 키의 아이는 소중히 여기면서, 정작 다른 사람들의 생명은 하찮게 여긴다. 여러 사람에게 쉽사리 총부리를 겨누며 생명을 위협한다. 새로운 생명은 희소성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조직을 이끌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루크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다. 성인, 노인의 목숨은 꽤 가볍게 여겨진다. 이민자 분리 구역에서의 교전이 아이의 울음소리에 멈췄다가, 이내 곧 다시 시작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아이에 대한 기쁨과 신기함도 잠시, 인류는 서로 목숨을 노리는 모양새였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몰랐다"

영화는 왜 인류가 아이를 못 낳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이유에 갑자기 산모들이 유산하기 시작했고, 아이를 못 낳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설명이 전부다. 그러면서 '미래(tomorrow,내일)호'와 '인간 프로젝트'라는 희망적인 소문을 넌지시 던져준다. 미래호와 인간 프로젝트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석학들이 고민하는 곳이자, 인류가 다시 아이를 밸 수 있게 해준다는 희망의 결정체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언급을 해주지 않고, 소문 속, 안갯속의 존재로 나타난다.

이러한 모호성은 희소성과 겹쳐 단단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폭력적인 반목과 대립은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생명은 소중하고, 생명이라는 가치는 희소성에 따라 좌우될 것이 아니란 것이다. 아이든 노인이든, 이민자든 아니든 간에 모두의 생명이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함을 말해준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땐,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 겹쳐서 생각됐다. '출산율이 낮은 데 이유가 한 가지뿐이겠는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세 번째 보는 지금도 이 메시지는 <칠드런 오브 맨>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희소성과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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