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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잡음? 해결책은 결국 재미다

[주장] 류승완 감독의 집중력과 장기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

17.08.01 10:44최종업데이트17.08.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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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내외로 잡음이 많다. 말이 나온다는 것은 호재가 되던 악재가 되던 관심이 쏠린다는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군함도>는 개봉 첫 주 400만명을 모으며 엄청난 속도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개봉 이후 2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차지한 상황에 독과점 지적이 나왔고, 류승완 감독도 이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CJ E&M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서 자주 지적받은 기업이었다. <명량>과 <검사외전> 때도 그랬다. 물론 CJ만의 문젠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는 개봉 당시 스크린 수가 1991개였고, 올해 개봉한 <스파이더맨:홈커밍>의 경우도 1965개였다.

소위 될 만한 영화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셈이다. 사실 이 부분은 감독 보단 제작사와 배급사의 영역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군함도> 개봉 2주차엔 또 다른 신작 영화가 나오고, 스크린이 줄어들면서 제 가치를 평가받게 될 것이다. 스크린이 빠르게 줄 것인지 남을 것인지는 영화 완성도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억울한 논란

역사 논란도 감독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하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등 전 방위로 감독을 성토한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군함도>는 곧 영화가 어디까지 감독의 상상이어야 하고 사실을 어느 선까지 서술해야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몇 년 전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를 보며 우리도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을 두고 이런 액션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자문해 본 적이 있다. <짝패>에서 타란티노 감독에 대한 오마주를 보였던 류승완 감독도 그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끝난 역사와 달리 미완의 역사를 대하는 방식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본다.

근본으로 돌아가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당거래>를 시작으로 <베를린>, <베테랑>까지 이른바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장타를 모두 치는 걸 뜻하는 야구용어) 직전, <군함도>는 병살타와 마찬가지였다. 류승완 감독에게 박훈정이라는 이름이 민감할 수는 있겠지만 <부당거래>의 흥행은 박훈정 감독(당시엔 <부당거래> 시나리오 작가)의 힘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류승완은 캐릭터를 잘 짜는 사람이었지 이야기를 치밀하게 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주먹이 운다>나 <베를린>, <베테랑> 등 그의 작품은 두 캐릭터 사이 서로 다른 옷을 입히는 구조였다. 다시 말하면 양자구도에 최적화된 감독이었다.

<군함도>는 이강옥(황정민), 최칠성(소지섭), 박무영(송중기), 윤학철(이경영) 이라는 네 캐릭터가 주축인 작품이다. 사실 이강옥을 제외한 다른 셋은 설정 층위가 얇다. 주연이라 부르기 멋쩍을 정도로 중심에서 다소 밀려나 있다. 아마 싸움을 잘 못하는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선 건 류승완 감독 영화에서 <군함도>가 처음일 것이다. 류 감독 영화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마초 성향이 강한 이유는 대부분 가장 혹은 책임 떠안은 지위라는 짐을 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임과 의무

영화 <군함도>의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근작인 <베테랑>을 보면 아버지로서, 경찰로서 주인공은 재벌 3세 조태오와 싸웠으며 <베를린>도 남편으로서 책임감 때문에 조국과 대립했다. <부당거래> 역시 최철기 반장이 소위 자기 식구들인 경찰 조직을 위해 악행을 저지른다. <군함도> 속 이강옥이 다른 건 가장으로서 역할에 충실하지만 싸움에 능하지 않다는 점. 그래서 감독 입장에선 액션을 최칠성과 박무영에게 분배시켜야했다. 예전 류승완 감독 작품이라면 <군함도>는 최칠성과 박무영의 대립 혹은 최철성과 박무영의 버디물로서 일본과 싸워야 하는 게 맞는 그림일 것이다.

지금의 구도는 감독으로서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던 류승완 감독의 욕심으로 보는 게 맞다. 군함도로 조선인이 끌려가는 초반부, 일본의 비인간적 만행을 예상 가능한 음악과 함께 보여준다. 이 코스를 이끌고 가는 가이드가 '평범한 가장'인 이강옥이다. 이강옥의 존재는 '민간인을 상대로 벌인 잔혹한 일제의 만행'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하다. 여기에 일제만큼 나쁜 존재가 친일파 조선인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이강옥은 평범해야 했다. 바꿔 말하면 이강옥은 윤제균 감독의 영화에서 볼 법한 캐릭터였다.

액션도 전작들이 비교하면 다소 떨어진다. 군함도 전체를 훑듯 움직이는 카메라는 격전지역을 찾지 못한다. 사연 있는 싸움보다 일본군을 불사르고 목을 베면서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내고 그 분노가 난반사 되고 있으니 액션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한 점으로 고집스럽게 뻗어나가는 카타르시스가 류승완 액션의 가장 큰 힘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면에서 <군함도>는 평범한 영화가 되었다.

못 만들었다 손가락질 받아도 모난 게 류승완의 영화였다.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그랬고 <짝패>가 그랬다. 그런 면이 류승완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일제가 아닌 친일에 조준하는 시도도 좋았고 군함도를 알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상업영화는 마땅히 제 소명인 재미를 어쨌든 추구했어야 한다. 거칠고 곧은 그의 철학을 마이크가 아닌 영화에서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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