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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홀린 엄마... 진짜 위험은 따로 있었다

[미리보는 영화] 영화 <장산범>의 과감함, 이 잔혹동화가 그린 세상

17.08.09 14:58최종업데이트17.08.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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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산범>은 늦여름을 수놓을 기대작 중 하나다. ⓒ NEW


자신의 첫 장편영화 <숨바꼭질>로 흥행을 맛본 허정 감독이 <장산범>으로 돌아왔다. 거대 예산이 아닌 중급의 예산으로 기획력과 연출력에 승부를 걸기에 영화계에서 주목받아 온 무서운 신인이다. 게다가 최근 한국영화에선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공포와 미스터리 장르라니. 영화광이라면 일단 <장산범>에 끌릴 이유가 충분하다.

아파트 문 옆에 그려 넣은 수상한 기호와 정체 모를 사건의 연관성으로 관객들의 공포감을 자아낸 전작이 '도시 괴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면 <장산범> 역시 한국인에게 익숙한 설화를 모티브로 삼는다. 동화 '해님 달님'으로 잘 알려진 엄마를 흉내 내는 호랑이, 그리고 여기에 소리로 사람을 홀리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 이야기가 주요 모티브다.

공포의 청각화

출발점 자체가 소리와 연관이 있기에 영화는 각종 사건과 등장인물의 심리를 여러 소리에 연동시킨다. 큰아들을 잃은 엄마 희연(염정아)의 불안증은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허진), 그런 이들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지키려 하는 남편 민호(박혁권)에게 옮겨 다닌다. 이 모든 건 아들의 목소리를 닮은 정체 모를 소녀(신린아)가 나타나면서부터다.

영화는 상실의 아픔, 상처가 있는 가족 구성원 틈을 비집고 들어온 낯선 손님과 여기에 얽힌 전설을 토대로 사건을 전개한다. 어머님의 요양을 위해 시골 외딴집에 터를 잡은 이 가족을 불길하게 바라보는 마을 사람의 시선은 관객으로 하여금 충분히 불길한 사건이 생길 것을 예측하게 한다. 그 예측은 거의 틀리지 않는다.

영화 <장산범> 속 정체모를 이 아이는 관객들에게 여러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 NEW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전작과 달리 <장산범>은 사건과 인물 구성이 평범하다. 특별한 반전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갑자기 튀어나오는 정체 모를 존재와 각종 효과음으로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런 점에서 미스터리 스릴러보다는 공포 장르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영화의 모티브라는 것만 잠시 잊고 있으면 효과음으로 관객의 공포감을 자극하는 건 익숙한 시도다. 공포가 깃든 장면을 잘 못 보는 관객 중 상당수가 극장에서 눈이 아닌 귀를 가린다는 사실. 그만큼 청각은 공포영화 장르에서 중요한 감각이다. 허정 감독도 아마 이 부분을 가장 신경 썼을 것이다. 주요 장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괴상한 효과음과 함께 가족의 목소리를 따라 하는 소녀의 존재는 관객의 공포감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장르의 혼합

하지만 기성 공포가 아닌 허정 감독의 기발함이나 어떤 신선함을 기대했다면 <장산범>이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 영화적 설정과 특수효과에 공을 들인 티는 분명 나지만, 이야기적으로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캐릭터 설정 역시 몇몇 군데 빈틈이 보인다. 예를 들면 강한 모성애를 보이는 엄마는 넓게 보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종의 민폐 캐릭터로 읽힐 수도 있다. 낯설고 묘한 느낌을 강화하는 시어머니는 영화 중후반부터 그 존재감이 급격히 사라진다.

사실 홍보과정에서 <장산범>은 정통 공포라기보단 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 장르로 소개되고 있는데 결과물만 놓고 보면 공포 장르에 가깝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그것을 위해 달려간다. 장르의 혼합이 유행이라지만 <장산범>의 선택에 대해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아쉬움이 크지만, 이 영화가 살린 장르의 불씨는 유효하다. 특히 성인 배우와 아역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감독의 능력은 <숨바꼭질>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 검증받기 충분하다. 스타 배우에게 기대서 흥행을 노리는 기성 영화인들이 참고해야 할 지점이다.

영화 <장산범>의 한 장면. ⓒ NEW


한 줄 평: 배우의 발굴은 합격, 이야기와 캐릭터 구성은 노력 바람
평점: ★★☆(2.5/5)

영화 <장산범> 관련 정보
연출 : 허정
제공 및 배급 : NEW
제작 : 스튜디오 드림캡쳐
출연 : 염정아, 박혁권, 허진, 신린아, 방유설, 이준혁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00분
개봉 : 2017년 8월 17일


장산범 염정아 박혁권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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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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