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계'와 '문재인 시계'의 차이

[사진과 이야기] 대통령 시계까지 '농단'했나,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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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bangzza)등록 2017.08.12 09:03
문재인 대통령 기념시계가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기념시계 ⓒ 연합뉴스


4년 전 이맘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념시계도 공개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기념시계 ⓒ 연합뉴스


그 때 이 소식이 "6개월 장고 끝에... 청와대 '박근혜 시계' 만든다", 이런 류 제목으로 세상에 알려졌었지요. 그럴 만했습니다. '박근혜 시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었거든요. '과시용'으로 쓰이는 일, '가짜 대통령 시계' 같은 게 돌아다니는 일, 그런 부작용과 이별하는 차원에서. 그러다가 '대통령 시계'만한 기념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한 번 비교해 볼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 기념시계 ⓒ 연합뉴스


일단 시곗줄 재질이 다르네요. 박 전 대통령 시계는 스테인리스강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가죽을 이용한 문 대통령 시계 시곗줄과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전자가 강하고 차가운 인상을 풍긴다면, 반면 후자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시계, '대통령'이라는 글자가 선명합니다. 박 전 대통령 시계에는 이름만 있네요. 이렇게 기념 시계 전면에 '대통령'을 표시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기념 시계 뒷면에는 "사람이 먼저다"란 문구를 새겼습니다. 청와대 측 설명에 따르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본주의 정치 철학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기념시계 ⓒ 연합뉴스


그런데, 이런 외관보다 더 큰 차이가 사실 하나 더 있습니다. 우선 청와대 측이 보도에 참고하라고 공개한 자료의 한 대목을 보실까요? (업체 이름은 자료에 나와 있지만 가렸습니다)

제작업체 선정방식 : 지명경쟁방식. 한국시계협동조합을 통해 6개 중소기업을 추천 받아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선정

선정 제작업체 : ○○코퍼레이션. ○○코퍼레이션은 1999년 설립된 시계제조 및 유통 중소기업으로 '○○○○ ○○'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제조 및 수출 중

예, 문재인 대통령 기념시계를 어떤 업체가 만들었고, 그 업체를 어떻게 선정하게 됐는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이와 사뭇 달랐습니다. 당시 업체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이를 굳이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업체 이름 공개로 인한 특혜 시비 등이 불거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다음 해(2014년) 1월, 김현 당시 민주당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런 발표를 합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급된 대통령 시계 제작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3억 800만원으로 약 7000개에 이를 것이다.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이용해 수천 개의 손목시계를 만들어 뿌리는 것에 대해 어떤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청와대가 새누리당에 '박근혜 시계'를 선물로 줬고, 새누리당이 소속 국회의원은 물론 원외 당협위원장 전원에게 남녀 시계 각 1세트씩 선물하면서 논란이 일어났었거든요. 이상한 일은, 청와대가 김현 당시 의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업체 계약 등 세부사항에 대해 "경영·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경우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두 대통령 기념시계 모두 '로렌스'란 국내 업체가 제작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봤던 문 대통령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 차이가 두드러지죠?

그래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떠오르고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시계'로 인해 누군가 이익이나 권리를 독점한 것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서 그랬던 것 아닐까요? 국정농단이 '대통령 시계 농단'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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