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면 충분하다, 전주에서는

기린대로 자전거 도로 개설에 부쳐

등록 2017.08.17 16:29수정 2017.08.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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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가진 도시가 위대한 도시가 아닙니다. 자전거를 탄 아이가 어디든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도시가 위대한 도시입니다."

콜롬비아 수도인 보고타 시장, 엔리케 페날로사의 이야기다.

서구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이 20세기 후반부터 자전거에 주목하고 있다. 한정된 도시공간에서 차를 통한 교통수요 충족의 한계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날이 악화되는 도시환경을 간과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선택에서의 결론이기도 하다.

이런 덕분에 많은 도시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안 되는 거리의 풍경을 누리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경우 교통소통의 50% 넘는 수준을 자전거가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네덜란드, 독일 등의 서구도시는 물론 일본에서도 20~50% 가량의 수송을 담당한다고 한다.

한편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는 2019년까지 자가용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한다. 하늘까지 치솟은 빌딩숲 사이의 별천지로 여겨지는 뉴욕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 번화가인 타임스퀘어에 자전거와 보행자만의 전용거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밖에도 많은 도시가 이와 비슷한 일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도시는 왜 이런 무모하다 싶은 길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자전차가 전주에게 길을 묻다는 구호를 내걸고 행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시민 행동을 통해 최근 전주를 자전거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논의에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다. 매주 한차례 기린대로를 달리며 주장해왔고 현재는 자전거 대행진에 합류해 행동을 대신하고 있다.
▲자전차가 전주에게 길을 묻다는 구호를 내걸고 행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시민 행동을 통해 최근 전주를 자전거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논의에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다. 매주 한차례 기린대로를 달리며 주장해왔고 현재는 자전거 대행진에 합류해 행동을 대신하고 있다. 김길중

전주시는 2017년에 조직 개편을 하면서 자치단체의 사례로는 유일무이한 자전거 정책과를 신설하였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박차를 가해 '기린대로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시민들의 생각을 반영해 도시의 나아갈 길에 관한 고민을 담아두는 기구로 '자전거 다울마당'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간 다울마당에서 논의해온 과정의 고민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도시의 미래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싶어 이렇게 소개하고자 한다.

전주는 지난 20여 년간 자전거 도시를 표방하고 여러 사업을 벌여왔다. 여러 공과에도 불구하고 실패해온 것이 그간의 전주의 자전거 정책이었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나아지지 않고 정체 상태이니 실패로 단정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길은 우리가 가야할 미래라고 생각해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 논의와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20년의 실패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되어 있음에도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자전거가 가야할 길의 부재였다.

도로는 자동차의 것으로 인식돼 자전거가 밀려나고 천덕꾸러기가 되어 인도로 쫓겨났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 길은 자전거의 길이 아니라 걷는 사람들의 길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그것을 자전거길이라고 불러온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이런 문제의식 아래 다울 마당에서 나온 게 기린대로 전용차로에 관한 의견이었다. 그리고 최근 이런 제안이 전주시의 전향적인 고민과 움직임에 부합되면서 논의가 크게 진척된 것이다.

기린대로 자전거 전용차로를 연구하기 위해 몇 개월째 매주 정기적으로 자전거 정책과 직원들이 이 구간을 달리며 연구하면서 새롭게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도로 중앙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 어떨까

우회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도로환경에서 자전거가 법령상의 우측차선의 가장자리로 주행하는 데는 대단히 많은 장애물이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 도로 중앙의 자전거 도로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알고서 시작된 접근이 아니라 누군가에서 도로 중앙을 달려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실제 주행을 해보니 오히려 도로 중앙을 달리는 것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도 눈에 더 잘 띄게 되고 예상보다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확신을 가지며 이 주행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부서의 직원들에게도 이 주행을 권유해 함께하며 현장에서의 실증적인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여기에서 많지 않은 사례를 찾아보니 힌트가 될 만한 단서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Passeig de sant joan'라는 지구를 리모델링하면서 차로 중앙에 자전거도로를 2km를 개설한 사례가 있었다. 아울러 미국 뉴욕의 퀸스 플라자 일대는 낡고 복잡한 지대를 재정비하면서 자전거 길을 도로 중앙에 개설하였다.

이들 사례는 2010년을 전후하여 시작된 것으로 기존의 도로 가장자리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맞게 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사례로 보인다. 이 외에도 버스전용차로가 중앙에 있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경우에도 자전거도로를 중앙에 두어 운용하고 있다. 최근의 동향이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를 찾아본 것이다.

선진적인 교통문화를 가진 나라들과 달리 우리의 교통문화 속에서 적지 않게 시도되었다가 좌절된 자전거 도로의 사례들이 많다. 대전이나 인천의 경우 이미 설치해둔 자전거 도로를 걷어낸 사례가 있고 그러한 실패를 넘어서는 새로운 길이 전주에서 기대되고 있다.

자전거 다울마당에는 자전거를 타는 시민은 물론이고 생태환경과 관련한 시민단체 관계자, 그리고 교통전문가와 택시 및 버스운전사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있다.

20년 동안 정체된 과정을 겪어온 바 있는 몇몇 위원들이 처음에는 전주시가 내보이는 의지를 의심하며 미심쩍어 했다. 거듭된 접촉과 부대낌을 통해 전주시가 가고자 하는 생태도시의 한 중심에 자전거가 있음을 확인하는 중이다.

그에 대한 의지를 담아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해가는 주무부서 공무원들과의 갭을 좁혀가며 논의를 성숙시키고 있다. 올해만도 네 차례의 소위원회와 세 차례의 전체회의를 통해 기본적인 방향을 정리하고 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조만간 이에 관한 정리된 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민들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만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해 나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제목에 달아둔 것처럼 기린대로에 자전거 도로를 다시 내는 일은 도시가 새로운 생각을 가지는 일이다. 모름지기 새로운 시도가 다 좋은 일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그 길을 달리고 영위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평온함으로 내딛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을 강조하며 새로 만들어질 전주의 자전거도로가 평화롭고 편리한 도시의 새로운 풍경이 되어야 함을 우선에 두고 진행할 일이다. 그런 길 속에서만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유형의 자전거 길 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던지곤 한다. 택시를 언제 타게 되는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지인들은 비슷한 맥락으로 대답한다. 잘 모르는 길에서 헤맬것 같고 시간이 촉박할 때라고 한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한다.

반면에 지방의 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승용차를 이용할 수 없을때 택시를 선택한다고 한다. 길에서의 움직임은 사람들 사는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길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에 서둘러야 하는 대목이다. 그 한 축에 자전거가 있다.

필자는 전주시내 곳곳을 승용차에 뒤지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자전거에 좀 더 안전한 길을 내주게 된다면 누구나 그렇게 달릴 수 있음을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고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찾을 수 있다. 자전거를 애호하는 사람들이 종종 말하는 이 대목, '자전거면 충분하다'가 딱 어울리는 도시가 전주인 것이다.
#자전거 도시 #전주 자전거 #기린대로 자전거 전용도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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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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