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섬문화축제, 설문까지 했는데 결국 '무산'

설문에서 '축제 필요하다' 81%에서 54%로 하락, "지방선거 논란 등 시기상조"

등록 2017.08.22 15:33수정 2017.08.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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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8월 22일 세계섬문화축제 부활 등을 골자로 한 제주 문화 예술의 섬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8월 22일 세계섬문화축제 부활 등을 골자로 한 제주 문화 예술의 섬 추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제주도정이 야심 차게 추진해 왔던 가칭 세계섬문화축제가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해 원 지사가 '제주 문화 예술의 섬' 추진 계획을 발표한 지 정확히 1년 만으로, 공론화 부족 등 졸속 행정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2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민 공감대와 준비기간 부족으로 축제의 성공 개최를 보장할 수 없는 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논란 등이 예상됨에 따라 세계섬문화축제 개최 여부를 지방선거 이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원 지사가 지난해 8월 22일 세계섬문화축제 개최를 비롯해 제주예술종합학교 유치, 문화콘텐츠진흥원 설립 등을 담은 제주 문화 예술의 섬 추진 계획을 발표한지 1년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당시 원 지사는 "세계 섬들 간 공통관심사에 대한 국제적 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어 오는 2018년부터 제3회 제주세계섬문화축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998년 처음 열린 세계섬문화축제는 200억 원에 이르는 예산 낭비 논란과 대행사 선정 문제 등으로 2001년 2회 축제를 끝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제주도가 새롭게 추진하려던 섬문화축제 역시 약 5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었다.

세계섬문화축제 보류 배경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축제 개최와 관련한 도민 의견을 확대 수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축제 무용론이 제기되자 제주도는 재개최 여부에 대해 도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지난해 12월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1천8백여 명이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 세계섬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81%에 달한 것을 두고 설문문항이 특정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편파적으로 설계됐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언론과 도의회가 문제 삼자 결국 2차 조사에 나선 것이다.


당시 설문 문항을 몇 개 살펴 보면 '귀하는 제주를 대표하고 제주하면 떠오르는 '국제적인 문화축제'가 있으십니까?', '귀하는 제주만의 섬 문화를 반영하는 국제적인 문화축제(세계섬문화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등의 문항이 포함돼 있었다. 부정적인 답변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축제로 세계섬문화축제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문항의 편향성을 보완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7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조사에서는 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54%로 '뚝' 떨어졌다.


특히 43개읍면동 주민과 20대 청년층 2천6백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기존축제 활성화나 충분한 사전준비 필요, 개최당위성 부족 등으로 필요하지 않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이 무려 51%가 나왔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민 설문조사와 전문가 토론 등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축제 개최를 위한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것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내년 지방선거 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부연했다.

현재 제주 지역에는 들불축제와 왕벚꽃축제, 탐라문화제 등 3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축제들이 도 전역에 걸쳐 연중 개최되고 있다.
#제주축제 #여론조작 #졸속행정 #세계섬문화축제 #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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