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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방 파일 모아두는 신인, "연기 짧게 하고 끝낼 것 아냐"

[인터뷰]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영화 <더 테이블> 전성우의 낙방 파일

17.08.28 11:30최종업데이트17.08.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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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이블>로 영화계에 데뷔한 배우 전성우. ⓒ 엣나인필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한 이후 전성우는 말 그대로 급상승을 경험했다. <쓰릴 미> <블랙 메리 포핀스> 등 인기 작품에서 그는 대부분 감정의 기복이 크거나 강렬한 성격의 캐릭터를 맡으며 인정받아 온 것. 무대를 활보하던 그가 영화 <더 테이블>로 자신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큰 화면 속 얼굴이 부담스러웠다"고.

만 31세로 영화계에 첫발을 디딘 게 다소 멋쩍을 수도 있다지만 전성우는 제 나이를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대도 컸다. 게다가 4개의 에피소드가 담긴 <더 테이블>에서 그는 정은채와 함께 풋사랑에 고뇌하는 청년의 모습을 연기했다. 무대에서 보인 강렬함과는 반대 성격의 캐릭터다.

그가 맡은 민호라는 캐릭터는 과거 짧게 만나고 헤어진 상대를 앞에 두고 되지도 않는 말을 떠벌린다. 대뜸 마음을 떠보려 하다가도 여자가 정색하자 '급 수습'하려 하고, 해외여행 중 사온 갖가지 선물을 카페 테이블 위에 벌여 놓는다. 이 모든 게 앞에 앉은 상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비해 서툰 그의 행동이 짐짓 미소를 머금게 한다.

사랑은 달콤한가

ⓒ 엣나인필름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남자의 진심"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 엣나인필름


"1년 전 촬영했는데 이틀 정도 현장에 나왔다. 여자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지만, 적극적으로 자길 표현하려는 느낌으로 했다. 영화가 처음이었는데 김종관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제 표현을 많이 받아주신 거지. 제가 택하는 게 아닌 택함을 받은 거라 캐릭터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사실 대본만 보면 민호가 답답하고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많거든. 누구나 처음 고백은 어설프고 투박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답답하거나 무책임하게 느껴지게 표현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래서 고민한 거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남자의 진심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민호와 경진(정은채)에게 놓인 두 잔의 블랙커피, 그리고 그사이에 초코케이크가 있다. 전성우는 "달콤함과 씀의 경계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청춘을 상징하려 한 게 아닐까"라고 당시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하나의 테이블에서 서로 다른 네 쌍의 커플이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의 특성상 각 커플의 미장센에 감독의 의도가 담겼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전성우는 간단한 내용이라도 허투루 접근하지 않는다. 70분짜리 중편 중 15분 정도의 분량이었는데 그는 "단순한 표현으로 민호가 미워 보일 수도 있기에 내면적으로 채워서 준비하려 했다"고 말했다. "현장성이 있어 매일 색다른 무대 공연과 달리 영화는 해당 캐릭터를 잘 만들기 위해 최고치의 표현을 모아 만드는 것"이라 할 만큼 해당 매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여러모로 만날 수 있을 만한 때에 좋은 도전을 한 셈이다.

"지금 또 강한 작품(연극 <엘리펀트 송>에 다시 참여한다)을 준비 중이기도 하고, 평소에 일상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장편 영화에 대한 욕심이 당연히 있다.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한 인물을 구축해서 전달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떨까. 그걸 해가는 과정이 되게 흥미롭더라. 공연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직은 서툴다. 제 첫 드라마가 <육룡이 나르샤>였는데 문서를 품에 숨기고 도망가는 장면에서 살짝만 고개를 돌려도 되는 건데 실제처럼 돌려서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 그만큼 이해를 못 했던 거지. 그래서 혼났다. (웃음)"

시작하는 단계

ⓒ 엣나인필름


그의 영화 연기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무대든, 스크린이든, 그는 가리지 않고 많은 연기를 해나갈 것이다. 무대에 처음 올라서기 위해 수많은 작품에 낙방했던 것처럼, 영화 도전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는 각오하고 있었다. ⓒ 엣나인필름


혹자는 전성우를 향해 '뮤지컬계 아이돌'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그다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10년 가까운 경력이지만 스스로 여전히 시작이라 말한다. 고운 외모와 목소리보다 그가 보낸 인고의 시간이 꽤 길다. 연극·뮤지컬계에 진입하기까지 역시 수많은 낙방을 경험했기 때문. 그렇게 탄탄한 내공을 쌓았다. 그 내공에 맞는 적당한 수식어가 뭐가 있을까.

"어느새 30대라 걱정은 좀 되지만 조급해하지 말자는 생각이 항상 있다. 내년에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쪽 오디션을 계속 보면서 준비하고 있다. 주위 선배들이 지금은 안 될지라도 기회는 온다고 매번 말해주신다.

돌아보면 뮤지컬을 처음 시작하기 전까지 많이 떨어져 봤거든. 서류에서 혹은 1차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그 자료를 파일로 정리해 컴퓨터에 모아두곤 했다. 한 60개 정도 된다. 그만큼 날 자극하는 게 필요했다. 영화 쪽에서도 신인이니 이런 과정을 겪어야겠지. 여유를 가지려 한다. 연기를 짧게 하고 끝낼 게 아니니까."

대학 입학 후 소속사가 없었음에도 연기가 하고 싶어 오디션을 전전했단 때, 그보다 먼저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워크숍 무대에서 연기한 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친구 앞에서 서럽게 울던 일을 그가 꺼냈다. "연기의 매력을 처음 느끼기 시작했던 때"로 전성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2016년 4월, 연극 <엘리펀트 송> 프레스콜에서 마이클 역을 맡은 배우 전성우. 오는 9월 돌아온다. ⓒ 곽우신

"그러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진 건 누군가가 제게 와서 제 연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을 때였다. 제가 표현한 인물로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보람이 들기도 하면서 설렜다. 또 사명감도 들었다. '끝까지 배우로 남자'는 생각이 강해졌다. 물론 솔직히 대학 시절을 지내며 다른 걸 해볼 생각도 하긴 했지.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꿈꾸잖나. 안정을 넘어 더 벌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근데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이것 말고는 없더라."

담담한 투였지만 그간 고민한 시간이 그의 말에서 느껴졌다. 공연을 준비하며 틈틈이 영화계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나이다운 패기가 보인다. 혹시 아직 전성우의 진가를 모른다면? 오는 9월 초 막이 오르는 <엘리펀트 송>을 찾자. "맡은 캐릭터는 힘들지만, 함께 했던 선배들이 너무 좋았고, 그때 준비하던 과정이 즐거워서 다시 해보려 한다"며 그가 자신감을 보였다.

궁금해요! 늘보?
팬과 연출자 사이에서 외형적으로 나무늘보와 비슷하다 하여 늘보라는 별명이 붙은 전성우. 정작 본인은 '늘 보고 싶은 배우 아니냐'며 능청스럽게 받아치곤 했다. 그에게 직접 물었다. 왜 그렇게 그 별명을 싫어하는지 말이다.

"이젠 내려놨다. 거부할 수 없는 거고. 그렇게 느껴지신다면, 뭐…. (웃음) 소중한 아이이고, 지켜야 하는 아이겠지.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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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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