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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브이아이피>, 배급사 "일방적 헐뜯음은 파시즘"

범죄 묘사 논란에 호불호 평가 갈리며 초반 흥행세 꺾여

17.08.28 16:50최종업데이트17.08.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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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지난 금요일 박스오피스에서는 일반적인 흐름과 다른 현상이 하나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상영작이 전일대비 관객 수가 증가한 것에 비해 유독 한 영화만 감소한 것이다. 박스오피스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는데, 수요일 개봉을 기준으로 한다면 목요일은 관객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고 금토는 늘어났다가 일요일은 소폭 하락하는 게 기본이다. 월요일은 관객이 크게 줄어들고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는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는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을 나타낸다.

간혹 대부분 영화의 관객이 줄어드는 날 오히려 관객이 늘어나는 영화가 있는가하면, 대부분 영화들의 관객이 증가한 날, 줄어드는 영화가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다. 관객이 늘어나면 좋은 일이지만 관객이 줄었을 때는 그 여파가 이어지면 흥행에 큰 영향을 끼친다. 관객들의 입소문이나 SNS, 포털에서의 평가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브이아이피>가 대표적인 경우다.

개봉 첫날 17만으로 출발한 <브이아이피>는 다음날인 24일 16만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흥행 흐름을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25일부터 문제가 생겼다. 관객이 늘어나서 상승 흐름을 받아야 하는 금요일 나 홀로 하락하며, 추락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평균적으로 최소 10% 정도는 늘어나야 하는 날 관객이 줄게 되는 것은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예상대로 그 여파는 주말로 이어졌다. 가장 관객이 많이 들어차는 토요일, 관객 증가율은 금요일 대비 67% 수준이었다. 주말에는 보통 두 배 이상 관객이 늘어가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약한 성적이다. 결국 주말에 100만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주말 누적 관객 94만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250만 이상)도 불안해진 상태다. 개봉 첫날부터 1위는 유지하고 있으나 좌석점유율이 경쟁작들에 비해 많이 낮은 데다 예매율에서도 <택시운전사>보다 떨어진 상태라 흥행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잔혹성과 범죄 묘사 불편 반응

영화 <브이아이피>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초반에 흥행 동력이 떨어진 것은 관객의 평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투자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측은 "평점 테러가 무시 못 할 영향을 줬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목요일부터 포털 사이트에서는 영화에 대한 혹평과 함께 별점 1점을 주는 누리꾼들의 평가가 잇따라 올라오는 중이다. 평점이 1점과 10점으로 갈릴 만큼 극단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브이아이피>는 한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기획 귀순시킨 북한 고위층 자제가 연쇄 살인을 저지르면서 이를 잡으려는 한국 수사기관과 정보가치를 위해 보호하려는 한미 정보기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세계>로 주목받은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지만 혹평하는 관객들은 여성에 대한 연쇄 살인을 묘사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평론가들 역시 비슷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시각이 다른 부분도 있어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모습이나 잔혹성이나 범죄 묘사에서는 대부분 비슷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성률 평론가는 "잔혹한 장면 때문에 초반에 적응하는 것이 좀 힘들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다"며 "미국 남한 북한의 국제 관계를 스토리 라인 안으로 가져오면서 캐릭터와 갈등을 적절하고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고, 전혀 의외의 반전도 있고 상상했던 쾌감도 있는 데다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이어 잔혹한 영화를 보고 좋게 느꼈던 적이 없지만 특히나 지금 북한을 다루는 것이 참 어려운데, 그 난제를 잘 풀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진미 평론가는 "영화를 보고 나면 감흥이 빠르게 식는다. 인물들은 각자 논리로 움직일 뿐, 인물들 간의 관계가 성글기 짝이 없다. 인물들 간의 감정이 쌓이면서 서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서사의 필요에 의해 인물들을 쓰고 버린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연쇄살인범에 대한 설정이나 범죄에 대한 지나친 묘사는 윤리적 비판의 지점을 갖는다"고 꼬집었다.

워너브러더스 측 "영화는 다양성, 보지 않고 헐뜯는 건 파시즘"

영화 <브이아이피>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에 대해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프로덕션 대표는 영화에 대한 극단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속이 많이 타는 듯 주말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서운한 심정을 나타냈다.  

최 대표는 "<변호인>도 <밀정>도 만들었지만 영화 제작의 가장 큰 이슈는 다양성이다. 방송이 아니라 스크린이기에 그 안에 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와 표현이 다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영화의 특성상 '익스트림'이라 표현하는 극한의 표현도 존재하고 그래서 심의를 통해 등급을 결정하게 된다. 그 안에서 각각 영화의 가치를 영화로서 판단해야 하고 그런 표현을 통해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각과 반성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소비한 관객의 어떠한 생각이나 비판이나 모두 소중하기에 그것이 다음 작업에 귀중한 근거가 된다"면서 "하지만, 비판이 아닌 특정한 입장이 강요되거나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헐뜯음이 생기고 그것이 아직 관람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면 일종의 파시즘에 가까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창작자의 결과물에 대한 비판과는 분명 다른 궤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대중문화는 다양성과 관객의 반응으로 지탱이 되고, 성숙한 관람태도는 곧바로 창작자에게 가장 좋은 자양분"이라며 "작은 반응에도 충분히 귀 기울이는 이들을 좀 더 애정있는 시선으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조망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는 계획과 함께.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 최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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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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