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 변호사의 자격 제한, 달라져야 한다

[주장] 판례는 깨어질 때, 가장 아릅답다

등록 2017.09.06 16:21수정 2017.09.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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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변호사의 재등록 신청에 '적격'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대한 변협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변협 관계자는 "실형을 복역해 결격 사유가 있는 변호사의 재등록신청을 받아주는 것은 법 위반 사항"이라고 밝혀 대한 변협이 등록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적격 의견을 낸 서울 변협도 향후 위헌법률심판제청이나 헌법소원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등록 신청의 부결을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선고의 추세 등에 비추어 법해석의 재논의를 시도하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변호사법 제 5조 제 1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변호사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 재판소는 여러 차례 변호사법 제5조(변호사의 결격사유)에 대해서 심리를 진행해 왔다. 결정문은 "변호사의 직무는 보다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여 변호사는 법제도 및 준법에 대한 보다 고양된 윤리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의료인, 약사, 관세사와 당해 직업에 있어 필요한 윤리성이나 준법성의 수준이 다르다"며 일관된 논지로 합헌 결정을 했다.

의사는 의료법, 약사는 약사법, 관세사는 관세사법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를 받으면 즉, 직무관련범죄로 결격사유를 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변호사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으면 예외 없이 결격사유가 된다. 고의범, 과실범 구분을 하지 않는다.

집행유예의 경우에도 유예기간이 종료된 시점에서 2년이 지나야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다. 왜 2년의 기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언급은 없지만, 그 정도기간을 반성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형 집행 후 5년경과 규정도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니 합리성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다. 그저 법조문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판단할 뿐이다.

국제적으로 확장 추세에 있는, 보편적 인권인 '병역거부권'

이번 기회에 병역거부자들이 출소된 후에도 겪고 있는 이러한 제한 법령에 대해서 전반적인 재해석이 필요하다. 직업 선택권은 생계유지에 절대적인 필수요소로서 생존권과도 관련되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 무조건적이고 예외가 없다는 식의 귀속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나 본질적으로 다른 요소를 지닌 사유로 결격 사유를 안게 된 당사자는 곤란을 겪게 되기 때문에 심리를 함에 있어서 재판관들은 노심초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이 조항의 헌법소원청구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거의 대부분이 변호사로서의 직무을 수행함에 있어서 결격사유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직 재직 중 특가법상 가혹행위나, 뇌물수수 등과 관련된 경우였다. 만인이 보아도 합헌 결정을 수긍을 할 수 있는 범법행위였다. 그러나 병역거부 변호사의 경우는 달리 해석해야 할 여지가 있다.

변호사의 윤리 규약과 강령 어디를 보아도 병역 거부자 변호사가 어느 부분에 저촉되어 흠결이 있게 되었는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 병역거부 자체가 불법인지는 무죄선고와 위헌제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서 두고 볼 일이다. 국제법 존중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체계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자명하다.


현재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병역거부권은 국제적으로 승인되고 확장 추세에 있는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병역거부 변호사는 이러한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 관행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형사처벌을 예상하면서까지 변호사로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러나 국가는 대체복무의 요청을 거부했고 그를 범법자로 만들었다.

보도에 의하면, 병역거부 변호사는 수감 직전까지 수많은 무료 변론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변호사로서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추었다고 보아야지 법조문에 얽매여서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한 것만으로 사회적 비난이 크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직무 수행에 결격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과 다를 것이 없다. 유사한 사건을 다룬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

2000년 4월 6일, 그리스 정부 대 병역거부자 사건을 심리한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을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신청인은 병역거부로 아테네 군사법정에서 군복착용 불응으로 4년 선고를 받고 2년만에 가석방된 후 공인회계사 임용 시험에서 60명 중 2등을 했는데 당국은 중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임명을 거부했다. 신청인은 유럽인권 재판소에 유럽인권협약 제 9조(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제14조(차별금지)이유로 제소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신청인에 대한 유죄 판결은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을 훼손하는 부정직, 부도덕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리스 정부는 국가에 대한 복무를 거부한 사람에 대해서는 적절한 처벌이 뒤따라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신청인은 그로 인하여 징역형을 받았다.

신청인에 대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처벌 외에 추가적인 제재는 비례성이 없다. 따라서 정당한 목적이 없고 신청인을 다르게 대우하지 아니한 데 정당한 사유가 없다. 그리스 정부는 당시 법률하에서는 신청인을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법률을 제정한 것은 그리스 당국이므로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 그리스 정부가 중법죄자를 공인회계사 임명에서 배제함에 있어서 적절한 예외 규정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협약 제14조를 위반하였다(한편 협약 제 9조 위반의 점은 제 14조 위반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제 9조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보아 판단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차별금지원칙과 관련하여 '다르게 대우받을 권리'(the right to be treated differently)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차별 여부는 비례성 심사를 통해서 획일적 대우에 정당한 목적이 있는지를 심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재판소는  변호사법 제 5조 헌법 소원 사건에서 매 결정문마다 "차별취급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를 명기하고 있다.

현재 유럽인권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을 협약 제 9조(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위반이라고 일관되게 판결하고 있다. 병역거부자 처벌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차별금지원칙위반까지 더하면 '결격사유'를 적용하여 병역거부자의 직업선택을 제재하고 있는 현 상황은, 국제 사법계의 관행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사법수준을 스스로 비하시키는 것이다.

오늘날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 영역에서만 논의되지 않고 차별금지원칙 또는 실질적 평등원칙과 자의적 구금위반의 측면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병역거부에 관한 한, 현재 대한민국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인권 선진국의 판결과 어느 것 하나라도 논리에 맞는 것이 없다. 판례는 깨어질 때 가장 아름답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인권옹호의 판결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병역거부 변호사 #양심적 병역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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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사회의 제반 문제거리들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그 이면 에 숨은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리고저.... 관심분야- 소수자의 인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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