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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편대 재편 한국전력, '다크호스' 아니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프리뷰 ③]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17.10.10 15:42최종업데이트17.10.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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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에 창단한 한국전력은 현존하는 성인 배구팀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내세울 것은 오로지 '전통'뿐이다. 70~80년대 현대자동차서비스, 고려증권, 럭키금성, 대한항공 등 실업팀들이 차례로 창단하면서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우수 선수들의 스카우트 경쟁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2005년 프로배구가 창단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프로화를 거부한 한국전력은 상무와 함께 '아마추어 초청팀' 자격으로 V리그에 참가해 프로팀의 '승점 자판기'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 2005-2006 시즌의 승률은 고작 .086(3승32패)였고 2008-2009 시즌에는 프로스포츠에서 다시는 나오기 힘든 25연패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전력은 2008년 준프로 구단으로 재창단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 들었고 2011-2012 시즌 드디어 처음으로 봄배구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올해로 준프로 전환 10년째를 맞는 한국전력은 최근 세 시즌 동안 두 번의 봄배구를 경험했을 정도로 V리그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김철수 감독 체제로 팀을 재구성한 한국전력은 2017-2018 시즌 다크호스, 그 이상을 노리고 있다.

위력적인 삼각편대와 부활한 윤봉우 앞세워 봄배구 진출

FA 시장 최대어였던 서재덕은 한국전력에 잔류하며 의리를 지켰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부터 시작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한국전력이었다. 공기업으로서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서 언제나 불리함을 감수해야 했던 한국전력이 동등한 조건에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V리그 경험이 있는 헝가리 출신의 아르파드 바로티를 지명했다.

지난 2013-2014 시즌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에서 활약했던 바로티는 이후 이탈리아와 독일을 거쳐 2년 만에 V리그에 복귀했다. OK저축은행 시절엔 썩 돋보이는 선수가 아니었지만 유럽 무대를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트라이아웃 제도로 인해 V리그의 외국인 선수 수준이 다소 낮아지면서 바로티는 '특급 외인'으로 맹활약할 수 있었다. 실제로 바로티는 지난 시즌 득점 3위(876점)에 오르며 한국전력의 공격을 이끌었다.

한국전력이 자랑하는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콤비 전광인과 서재덕은 여전히 찰떡궁합을 뽐냈다. 전광인은 발목과 손톱 부상으로 고전하면서도 득점 7위(583점, 국내 선수 2위), 공격성공률 3위(54.41%), 서브 5위(세트당 0.33개)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살림꾼' 서재덕 역시 리시브 2위(세트당 4.88개)에 오르고 데뷔 후 처음으로 400득점을 넘기는 공격력을 선보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무엇보다 한국전력의 최대 수확은 은퇴가 임박했다는 평을 받았던 '마운틴 블로커' 윤봉우의 재발견이었다. 은퇴 위기를 극복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으로 이적한 윤봉우는 블로킹 1위(세트당 0.62개), 속공9위(58.97%)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윤봉우는 2016-2017 시즌 신영석(현대캐피탈)과 함께 센터 부문 BEST 7에 선정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한국전력은 바로티, 전광인, 서재덕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와 윤봉우의 맹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을 만나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다. 한국전력은 시즌이 끝난 후 5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신영철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김철수 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외국인 선수 펠리페와 권영민 세터 합류, 센터 공백은 불안요소

레프트 공격수였던 안우재는 이번 시즌부터 중앙 속공수로 변신할 예정이다. ⓒ 한국배구연맹


오프시즌 한국전력의 1순위 과제는 역시 FA 자격을 얻은 서재덕의 잔류였다. 서재덕은 V리그에서 몇 안 남은 왼손잡이 공격수로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활약할 수 있는 만능 살림꾼이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갖추고 있어 모든 팀에서 탐낼 만한 FA 최대어. 결국 한국전력은 부족한 살림에 4억3000만원이라는 V리그 역대 3위 규모의 거액을 투자해 서재덕의 마음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지난 시즌 활약이 좋았던 바로티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브라질 출신의 거포 펠리페 안톤 반데로(등록명 펠리페)를 지명했다. 개성 넘치는 헤어스타일과 화려한 문신으로 강인한 인상을 주는 펠리페는 지난 9월 천안·넵스컵 결승에서 30득점으로 한국전력의 컵대회 2연패를 이끌며 MVP까지 차지했다. 폭발적인 공격력과 경기를 대하는 뜨거운 열정은 이미 합격점을 받은 상황.

지난 8월에는 KB손해보험 스타즈에 센터 전진용을 내주고 노장 세터 권영민을 영입했다. 지난 시즌 실질적으로 강민웅 세터 한 명으로만 시즌을 치러낸 한국전력은 팀에 노련미를 더할 경험 많은 세터 보강이 필요했고 현대캐피탈 시절 두 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권영민이 적임자로 낙점됐다. 한국전력은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인하대의 세터 이호건을 지명해 세터 보강에 많은 신경을 썼다.

경험 많고 노련한 권영민 세터를 영입했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전 센터 전진용을 KB로 보낸 것은 썩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었다. 전진용이 떠나고 노장 방신봉마저 방출되면서 한국전력 선수단에 센터 자원은 윤봉우와 이재목, 박대웅 밖에 남지 않았다. 박대웅은 지난 시즌 원포인트 서버로 단2경기에만 출전했고 이재목은 아예 지난 시즌 출전기록이 없다. 김철수 감독은 197cm의 윙스파이커 안우재를 미들브로커로 변신시키며 '센터 부재'에 대비하고 있다.

컵대회를 통해 기량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 펠리페와 부상만 없다면 나란히 대표팀의 한축을 담당할 전광인,서재덕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위력은 단연 리그 최강이다. 문제는 이 다양한 공격 옵션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권영민 세터의 경기 운영과 상대적으로 허약한 센터진의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런 몇 가지 문제만 잘 해결한다면 한국전력은 2017-2018 시즌 남자부에서 충분히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는 팀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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