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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화 논란', 더 확인할 것이 남았습니까

슈퍼리그 선수들에 대한 미련을 접어야 할 때

17.10.09 15:02최종업데이트17.10.0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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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 대 러시아의 경기. 4-2 패배로 경기가 끝나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17.10.8 ⓒ 연합뉴스


'중국화' 논란은 끝났다. 제한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검증을 거쳤다. 경기력과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국가를 대표하거나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 신태용 감독은 오는 10일 모로코전 이후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대한 미련을 접어야 한다.

7일 러시아전은 똑같은 문제를 또다시 확인한 경기였다. 모로코전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K리거들이 뽑히지 않은 탓에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다수였지만, 경기에 나선 이들은 낯설지 않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면서 수차례 모습을 드러냈던 선수들이었다.

중국 슈퍼리그를 누비는 선수들은 여전히 대표팀 수비의 핵심이었다. 러시아전 스리백은 권경원과 김주영, 얼마 전까지 중국에서 활약한 장현수가 책임졌다. 정우영은 구자철과 짝을 이뤄 중원을 구성했고, 김영권은 조광래 전 감독 시절 이후 오랜만에 왼쪽 측면 수비수(윙백)로 경기에 나섰다.

수비를 책임진 중국파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세트피스 상황 시 돌아 뛰는 선수를 손쉽게 놓쳤고, 상대의 빠른 역습과 드리블에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그 결과 공격력이 강한 상대가 아니었음에도 무려 4실점을 내줬다. K리거의 자존심 김민재가 등장한 이후 2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였지만, 그가 빠지자 '최종예선 8경기 10실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불안한 '중국파', '연봉=능력'공식은 틀렸다

중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임이 틀림없다.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을 실력이 있으니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과 비슷한 혹은 더 많은 수십억 원의 연봉을 거머쥘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수십억 원의 연봉을 수령하는 데 걸맞은 실력이다. 이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핵심적인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남겼다. 혜성처럼 등장한 김민재를 제외하면, 대표팀 수비진에 안정감을 전해준 이가 누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았던 김영권과 홍정호, 김기희, 장현수 등은 안정감과 거리가 멀었다.

특히 김영권은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치러진 3경기에도 모두 선발 출전했다. 마지막 최종예선 2연전에는 경험이 부족한 김민재의 약점을 메워주는 부가적인 임무도 부여받았다. 그러나 매 경기 불안했다. 우리 진영에서 불안한 볼 처리나 패스 실수를 범하는 모습이 반복됐고, 오히려 A매치에 데뷔한 김민재가 김영권의 실수를 메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에서 뛰면 기량 상승은커녕 유지도 어렵다"라는 말은 동의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로 떠난 파울리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헐크(리그 13골 10도움)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 에세키엘 라베치(15골 13도움) 등을 보면,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냉정하게 실력이 부족한 선수에게 기회를 몰아주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상황이 아쉽다. 우리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연봉=능력'이라는 공식에 과도한 신뢰를 보이면서,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을 수차례 외면했다.

그중 하나가 김민재였다. 김민재는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했지만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고, 지난 6월 카타르 원정에서 대표팀 데뷔전이 기대됐다. 그러나 슈틸리케 전 감독은 그를 뽑지 않았고, 기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며, 32년 6개월 만에 카타르전 패배라는 굴욕을 맛봤다. 

K리그를 주목하라

K리그에는 수십억 원의 연봉을 수령하는, 대표팀 경력이 풍부한 중국파보다 뛰어난 재능들이 많다.

전북 현대에서 김민재와 함께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내고 있는 이재성은 대표팀 주전으로 손색없다. '닥공' 이미지 때문에 수비가 약할 것처럼 보이지만, 전북은 K리그 최소 실점 팀이다. 올 시즌 33경기에서 31실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권순태의 이적 공백을 메우고 있는 홍정남 골키퍼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0점대 실점률을 유지하는 데는 중앙 수비수 이재성의 맹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2016시즌 제주 유나이티드는 38경기에서 57실점이나 내줬다. 71득점을 뽑아낸 화끈한 공격력이 아니었다면, 2017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33경기를 치르는 동안 31실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전북과 우승 경쟁을 벌이는 데는 공격력(56골)뿐 아니라 탄탄한 수비력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김원일과 오반석, 권한진이 있다. 이름값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탄탄한 조직력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K리그 최정상급 '짠물 수비'를 구축했다. 이들은 '리더' 조용형이 급작스럽게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전북 김민재-이재성에 버금가는 수비력을 뽐내며, 상승세에 앞장섰다. 

FC 서울 수비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황현수도 대표팀에 뽑힐만한 재능이다. 키는 크지 않지만, 공중볼 경합에 강점이 있고 발이 빠르다. 1995년생으로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올 시즌 서울은 수비 불안으로 인해 AFC 챔피언스리그 조기 탈락과 리그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황현수의 등장 이후 안정감을 찾고 올라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대표팀과 거리가 멀다. 대표팀 수비는 최종예선 내내 문제를 일으켰지만, 선택을 받지 못했다. 대표팀에는 늘 똑같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았다.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지만, 변화는 없었다. K리그에서 아무리 잘해도 기회를 받는 것은 힘겨웠다. 김민재도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에나 기회를 받지 않았나.

변해야만 산다. 중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그것이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면, 애초에 중국화 논란은 없었다. 그들이 오랜 시간 기회를 부여받고, 주축으로 활동하면서 결과가 어떠했는지 돌아보라. 대표팀에 더 이상의 중국화 논란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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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 중국 슈퍼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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