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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싸우며 시작된, 이번 생의 마지막 로맨스 <내 사랑>

[리뷰] 나를, 연인을,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하여... 영화 <내 사랑>

17.10.11 10:17최종업데이트17.10.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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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8일 오후 1시 51분]

영화 <내 사랑>은 러브스토리다. '달달한' 사랑 에피소드들로 엮이지 않았고, 진솔한 인생 이야기가 담긴 러브스토리다. 극장에는 20대부터 60대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의 관객들이 있었는데, 나잇대가 달라서 그런지 웃음 포인트와 눈물짓는 부분이 조금씩 달랐다.

영화 속 여주인공 모드는 관절염이라는 선천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 그녀의 가정 형편도 좋지 않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오빠가 남매의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팔아버린 후 그녀를 외숙모 집에 맡긴다. 그녀는 버려진 것이다. 외숙모는 그녀의 사생활을 간섭하며 그녀를 억누른다. 어느 날 모드는 식료품점에 들렀다가 가정부를 구한다는 메모를 붙이는 에버렛을 우연히 만난다. 그녀는 누구도 보지 못하게 그가 붙인 가정부 구함 메모를 떼어내 에버렛을 찾아간다. 에버렛은 고민 끝에 그녀를 고용한다.

처음에는 몸이 불편한 그녀의 일솜씨에 불만을 가진 에버렛이 화를 낸다. 모드는 그럴수록 악착같이 열심히 일한다. 얼마 후 일솜씨를 인정받은 모드는 집 안 곳곳에 페인트칠을 하기 시작한다. 에버렛은 그녀의 행동에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녀는 꾸준히 그림엽서를 만들어 식료품점에 판다. 어느 날 그녀의 카드 엽서에 관심을 가진 수집가가 그녀의 그림을 사 가면서 그녀는 화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에버렛은 차츰 그녀의 할 일이었던 집안 일들을 대신하게 되고, 사랑을 키워 그녀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이후 감정이 절절해지는 부분들이 이어진다.

결혼까지 이어진 감정

개인의 삶을 철저히 지켰던 모드. ⓒ 오드(AUD)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 영화는 연인들의 데이트 에피소드가 아닌 모드가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 이겨내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상황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개인으로서의 삶. 모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다리를 저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사귀러 클럽에 갔다. 에버렛이 붙인 메모를 아무도 모르게 떼어내 혼자 먼 길을 걸어 그를 찾아갔다. 에버렛에게 매달 자신의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 챙겼다. 자신의 그림엽서를 무시하는 식료품 주인을 대놓고 욕한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에버렛이 섹스를 시도하자 결혼을 한 이후에 가능하다고 명확히 자기 뜻을 전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평생 줄기차게 그렸다. 그녀는 주변 환경의 멸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켰고, 자신의 삶을 지켜나갔다. 그 원동력은 자기를 좋아하고 지키는 데서 시작된 듯하다.

변화의 시작

모드의 옆에서 아픔을 같이 했던 에버렛. ⓒ 오드(AUD)


두 번째, 연인으로서 삶. 에버렛은 첫 등장에서 무식하고 성질 급한 농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의 부족함을 채워준다. 그런 그의 태도는 모드가 가정부 취직처를 찾아 왔을 때 아이들이 돌을 던졌다고 하자 그녀를 멀리 떨어진 곳까지 바래다준 데서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모드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가 곁에 다가와 머물러 준다는 것에 대해 고맙게 느꼈고, 그림도 그녀의 세계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녀의 그림이 제법 팔리자 에버렛은 모드가 할 일을 대신하며 그녀를 지원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드의 그림을 부통령까지 사 가게 되면서 그녀는 유명인이 된다. 에버렛은 자신을 불쾌하게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에 당혹스러워 그녀에게 화를 낸다. 죽어버린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구석에 몰린 모드는 에버렛과 싸우고 결별한다.

에버렛은 몇 개월 후 그녀를 찾아가 지금 이 자체로 사랑스럽다는 말을 모드에게 해주고 모드 역시 에버렛을 받아들여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에버렛은 모드를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딸의 집에 데려다준다. 모드는 죽어버렸다고 생각해 평생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죄스럽게 생각했던, 가슴을 앓게 했던 딸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는다. 에버렛은 모드가 스스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녀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녀의 아픈 마음에 공감하고 늘 옆에 있어 주었다. 그런 태도가, 그런 사랑이 모드만의 그림 세계를 그릴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모드와 에버렛이 친해지는 장면이 영화 1/3 지점에서 나온다. 고아원 출신인 에버렛이 글을 못 써 빚진 것을 못 받자 모드는 수첩을 만들어 그와 함께 다니며 빚을 받으러 다닌다. 에버렛은 모드가 그린 그림엽서를 팔 때 같이 돌아다닌다. 여기서 중요한 태도는 글을 쓴다, 같이 걷는다는 기술적인 행동보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태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을 고민하고 같이 행동하며 서로를 지켜주려 하였다. 그럼으로써 튼튼하고 지속적인 연인이 될 수 있었다.

이 삶을 지키기 위해

여성 차별과 싸웠던 모드. ⓒ 오드(AUD)


세 번째, 여성으로 사는 삶. 당시 어려웠던 여성의 삶이 영화 곳곳에 있다. 부모가 물려준 유일한 재산인 집을 모드의 오빠가 무단으로 팔아버리고, 그녀를 고모에게 맡겨버린 상황. 밤에 친구를 사귀러 클럽에 다녀온 후 고모에게 욕을 먹는 상황. 가정부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에버렛이 모드를 때렸던 상황, 모드의 첫 아기를 그녀의 오빠가 부잣집에 팔아버린 상황. 연인 관계가 아님에도 모드에게 성폭행을 하려 했던 에버렛의 태도. 이때 모드는 여성이라서 받아야만 압력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해석하고 분노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녀는 같이 언성을 높여 싸우고, 욕을 하고, 월급을 달라고 한다. 집을 팔아버렸던 오빠의 경우 다시는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의 그런 태도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게 했고, 에버렛과의 행복한 삶을 지켜나가는 데 중요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다면, 우선 주변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 사랑하려면 상대방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옆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 사랑 나를 지키기 연인의 조건 여성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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