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색(草綠同色) 2017년 3월 고2 모의고사와 1학기 때 교내에서 실시된 ‘창의 융합 매쓰오름 대회’의 문제를 하나씩 발췌해온 것이에요. 다른 점이 보이시나요?
육태근
"학종을 살려 주세요, 손볼 것은 과감히 손보면서요"학종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이른바 금수저 논쟁입니다. 사교육이 개입해서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맞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도 지금까지 고치고 다듬는 일을 계속해 왔잖아요. 소논문(R&E)도 그렇고, 교외상도 그렇고, 대학연계프로그램도 그렇고, 독서활동도 그렇고.
생각해 보십시오. 학생부에 교내상만 기재할 수 있다고 할 때 얼마나 반발이 컸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교외상 기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아예 없습니다. 모두들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학생들의 시선'으로 보면 아직도 학생부에는 손볼 게 많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하니,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그중 하나가 교내상 수상의 공정성 문제입니다.
먼저, '경시대회/경진대회/탐구대회' 등의 이름으로 시행되는 수상에 문제가 많습니다. 내신 성적을 산정하여 과목별로 1등급을 받으면 교과우수상이 주어지는데, 그 학생들이 다시 수상하는 게 경시대회입니다.
경시대회 문제라는 것이 교내시험이나 수능시험에서 나오는 문제, 논술고사 등에서 출제된 문제를 다시 출제하여 시험을 치르거나 그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여 그 결과에 따라 시상을 하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별로 경시대회 문제를 수집해 보았습니다. 모 학교에서 실시된 '영미문화이해대회'의 경우 대학 수준의 영어능력 평가시험인 'TOFEL(토플)'에 나오는 문제들이 그대로 출제되어 있었습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경시대회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지요.
학교는 교육부의 '고등학교의 학교장상 수상지침'에 맞추어 학교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저촉(각종 교내 대회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여 평가하는 행위)되는 대회를 시행할 수 없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문제점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수업하기도 지쳐 쓰러지겠는데,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하라고들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시대회의 문제점을, 참여 학생들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익명 요청(16살) "저는 본선에서 상을 받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년에 상을 받은 학생은 8개월 정도 해외연수를 다녀왔는데요. 경시대회 심사 중점이 원어민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를 보는 거라 하던데, 해외연수를 하거나 스피킹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우리가 어떻게 따라가겠어요. 이런 경시대회는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생각합니다."
서영준(17살) "경시대회에 학교 수업이나 교과서에서 본 적이 없는 문제가 나와서 부담을 느꼈습니다. 저는 손을 거의 대지 못했어요.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말하기를, 자기들은 안 해도 학원에서 다 해주니까 상을 받을 수 있었대요. 박탈감이 느껴졌어요."
김여진(17살) "과학 올림피아드대회는 확실히 사교육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이번 창의융합매쓰오름 대회에서 아직 안 배운 내용들이랑 모의고사 문제 같은 것들이 많이 나왔어요. 궁금해서 알아 보니 3학년이랑 같은 시험지였어요. 대회준비를 해주는 학원에서 배우는 애들이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라 느껴졌어요."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기사를 작성하면서 길을 물으면, 우리에게 그 길을 자세히 알려준 고마운 길라잡이예요.
육태근
"공부 잘하는 게 '선행'입니까?"<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박용성)에 이런 구절이 실려 있습니다. "어떤 일에 좋은 성과를 내었거나 훌륭한 행실을 한 학생을 칭찬하기 위하여 주는 상을 '표창장'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수상의 정확한 근거를 밝힐 수 있도록 정비되었으면 해요. 보통은 학급임원이나 학생회임원, 그리고 성적우수자에게 이런저런 상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상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행위이지요. 우선 모범상은 학급회나 학생회 임원 중에 모범적인 지도력을 보인 학생에게 주는 형태로 정착시키고, 선행상과 효행상, 봉사상, 공로상 등은 그 실적이 뚜렷한 경우로 한정해야 해요. 실제로 면접장에서 "어떻게 선행상을 받았지?" 하고 물었더니, "반장이어서요"라고 대답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상의 권위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학생의 장래를 위해서도 더욱 필요한 일이 바로 '상의 공정성 확보'예요." (학교생활기록부를 디자인하라, 58~59쪽)우리는 이러한 문제점을 직접 파헤치고자 '선행상'을 받은 친구들과 인터뷰해 보았습니다. "선행상을 어떤 이유로 받게 되었나요?" 이렇게 질문을 던졌지요.
황○○(16살) "받고 나니 딱히 선행을 해서 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김○○(17살) "작년에 고등학교 진학 후 첫 시험이었던 3월 모의고사를 반에서 제일 잘 보았는데, 그래서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최○○(17살) "2학기 말쯤에 받았는데요. 1학년 때 성적이 좋은 편이어서 선생님이 별 이유 없이 그냥 넣어주신 것 같아요."
정○○(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 반장이었습니다. 반장으로서 학급 활동을 성실히 임했기 때문에 선행상을 탄 것 같습니다."
김○○(17살) "제가 만났던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상을 줄 때 순위로 매겨 보면 첫째도 공부 잘하는 학생, 둘째도 공부 잘 하는 학생, 셋째도 공부 잘 하는 학생, 무조건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었어요. 선행상은 명칭 그대로 인성 관련 부문에 인정받아 받는 건데 인성을 성적순으로 판단한다는 게 정말 씁쓸했어요."
정윤규(17살) "정확한 기준 없이 주는 선행상보다 상점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상을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행상의 경우 학급별로 3월, 6월, 9월, 11월에 각 3명씩 총 12명에게 상을 주는데, '받아도 친구들 보기 미안한 이런 상'은 시급히 손대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경우를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길거리 인터뷰 불타는 금요일, 해양공원에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많은 시민들이 우리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셨어요.
장훈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우리를 응원해 주셨어요"저희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우리가 편협한 생각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찾은 이상한 점들을 덮을 정도로 뛰어난 장점이 지금 수상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결과는 정말 놀라웠어요. 대부분의 어른들께서 저희 생각에 동의해 주셨거든요. 어른들은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저희에게 한 말씀씩 해주시면서 투표해 주셨어요. "사교육 문제가 심각한 것 맞다. 고쳐야 한다.", "수상의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개선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하시면서요.
어떤 어른 분은 자신도 이런 피켓 활동을 자주 한다면서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고 가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우리에게 정말 좋은 일 한다며 지역신문에도 기사를 쓸 의향이 있는지 물으며 언제든 도움 주겠다며 명함을 주고 가셨어요. 이렇게 받은 명함이 2개예요.

▲김상모 선생님 우리 학교 진로 선생님이십니다. 궁금한 것을 물었더니, 다 대답해 주셨습니다.
장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 우리 학교 진로 선생님이신 김상모 선생님과 인터뷰했습니다.
-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상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요?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보는 평가 요소에는 전공 적합성, 학업 역량, 발전 가능성 등이 있는데, 수상으로 이런 역량을 가늠합니다. 예를 들어 기계공학과에 진학하겠다는 학생이 수학이나 과학 특히 물리 같은 과목에서 수상한 적이 있다, 그런 학생은 전공 적합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것이고요.
똑같은 부문인데 1학년 때 받은 상보다 2학년 때 받은 상이 더 낫다면, 그 학생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교과 우수상을 받은 학생은 동일 집단 내에서 아무래도 높은 백분위 비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업 역량이 뛰어나다고 보는 거죠."
- 수상 종류마다 점수가 있는가요? "종합전형은 평가점수를 일률적으로 정량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상을 받았으니까 1점을 주고 조금 더 높은 상을 받았으니 2점을 주는 그런 방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공 적합성이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라면 '상중하' 3단계나 'ABCDE' 5단계 등의 대학별 자체 기준에 따라 평가하지요."
누구나 공정하다고 인정하는 상으로 대학이 학생을 평가하는 것을 탓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상을 받고 얼떨떨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그런 상은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느끼는 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상에는 무엇보다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이런 것을 바로잡기 힘들다면 그런 상은 과감하게 없애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새 정부의 우리 교육부가 학종을 둘러싼 그 거센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고, 그 결과 원하는 교육개혁의 길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존경하는 교육부장관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교각살우, 안 돼!’ 학종에 문제가 조금 있다고 아예 학종을 죽이려 한다면, 그게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정혜인
(기사 작성 : 〈젊은기자들 7기 교육팀〉 김다연, 이보겸, 육태근, 장훈, 정유라 기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공부 잘하면 '선행상'? 반 친구들에게 미안해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