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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갔던 가수, 25년만에 다시 무대에 서다

[현장] 가수 정혜선, 데뷔 첫 쇼케이스... "기다려준 분들과 약속 지키기 위해"

17.11.10 11:59최종업데이트17.11.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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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혜선이 8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 '1집 리마스터 및 신곡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 주지운


ⓒ 주지운


가수 정혜선이 데뷔 후 생애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정혜선은 제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 수상자 출신으로 가수 고(故) 조동진이 수장이었던 하나뮤직에서 1992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당시 "시대를 앞서갔다"는 찬사를 받았던 정혜선은 사진작가 김중만의 제작으로 2집을 녹음했으나 안타깝게도 발매하지 못하고 결혼 후 잠정 은퇴했다.

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에서 개최된 정혜선 1집 리마스터 및 신곡 쇼케이스에서는 신곡 '너면 돼'의 뮤직비디오와 신곡이 공개됐다. 그룹 스윗소로우 멤버 김영우, 스트링 편곡 전문가 박인영, 호원대 교수 지영수, 신곡 '너면 돼'에 참여한 이규호 등 유재하 가요제 동문들이 참석해 정혜선을 응원했다. 다음은 쇼케이스 현장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이렇게 살다 죽으면 한이 될 것 같아서"

- 다시 무대에 선 소감은?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다면?
"2집을 발매하지도 않았는데 수록곡인 '꿈속의 꿈'이 PC통신 천리안의 한 동호회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우리 음악 100곡'에 포함되기도 하고 소수의 팬들이 이 음반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원성이 자자해서 2집을 다시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판권문제 등이 있어서 편곡을 다시하고 노래도 다시 불러 리메이크 앨범 형식으로 지난 4월에 발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본격적으로 활동할 생각을 미처 못 하고 있었다. 그러자 1집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1집과 2집 모두 내가 만들었지만 곡 스타일은 좀 다른 것 같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다 보니 아주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1집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서 리마스터 앨범을 내게 됐다. 그러다 여름에 한 곡을 만들었는데 보니까 듀엣으로 불러야 될 것 같아서 그렇게 진행하다보니 일사천리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내가 쇼케이스를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아직까지 얼떨떨한 면도 있다. 앞으로 공연도 열심히 준비하고 잘 해보도록 하겠다."

ⓒ 주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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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쉽지 않았을 텐데 다시 하게 된 이유는?
"이렇게 살다 죽으면 한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음악을 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거나 음악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음악을 느끼고 있었고 음악을 만들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을 많이 그리워했다. 하지만 신념 같은 것이 있었다. 지금은 환경 때문에 할 수 없지만 마음 속으로 언젠간 다시 할 거라 다짐했다. 사는 것엔 흐름이 있어서 '때가 되면 반응할 거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리고 아주 소수지만 제 음악을 아껴주시고 '다시 음반을 듣고 싶다', '공연을 꼭 보고 싶다'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1, 2집 재발매, 신곡 발표, 올해 안에 공연하는 것 등을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박차를 가하게 됐다."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참가 계기는?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외국에서 남자로 태어났으면 로커가 됐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친구랑 지나가는데 교내에 포스터가 붙었더라. 그런데 뭔가 다른 대회와 달리 아주 격이 있어 보였다. 작사·작곡을 본인이 하고 노래도 직접 불러야 한다는 것, 특히 가족들이 음악하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때 기타를 사고 작곡을 한 게 '나의 하늘'이였다."

- 고 조동진은 어떤 선배였나?
"조용하지만 강한 힘이 있고 그 분이 가진 인품과 표현하는 음악이 일치하는 분이었다. 음악적으로는 록적인 부분도 많이 갖고 계셨고 가사는 시인 그 이상이셨다. 음반을 제작하겠다는 생각을 말하려 찾아뵀더니 "가장 아끼고 끼가 많던 후배였는데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다"고 말해 주셨다. 그 말씀이 힘이 되고 고마웠다."

- 처음 음반 낼 때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그때는 너무 어려서 녹음이 좋았다. 그래서 다른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하나음악도 '연합콘서트'를 하는 정도의 수준이여서 매니지먼트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런데 다시 음악을 해보니 지상파 방송보다는 SNS나 유튜브 등 매체들이 더 강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노래가 좋으면 혹은 취향이 맞으면 시대가 바뀌고 매체가 바뀌어도 별 상관없다고 느낀다."

- 신곡 '너면 돼'에 대해
정혜선 "곡을 만들고 보니 피처링이 필요했다. 근데 내 목소리가 세서 같이 질러대는 파트너보다는 서정적이고 차분한 톤이 나을 것 같았다. 그때 마침 여러 소규모 모임을 통해 친해진 이규호에게 내 곡 좀 같이 하자고 말했다. 너무 고맙게도 음악을 듣지도 않고 "누나가 하자면 해야지"라고 말해줬다. 녹음하기로 한 날 (이)규호에게 여름 감기가 와서 그날은 그냥 곡만 익히고 가자고 했는데 스튜디오에서 한 방에 녹음이 끝났다. 그래서 "넌 가끔 아파야 되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이규호는 음악의 독특함이나 음색이나 그 존재가치가 남다른 뮤지션이란 생각이 든다."

이규호(오른쪽)는 정혜선(왼쪽)의 신곡 '너면 돼'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 주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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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호 "나도 3년 전 기준으로 15년 만에 앨범을 냈다. 음악을 오랫동안 못하고 있던 그 심정을 이해하는 마음에서 같이 작업하게 되었다. 감기에 걸려서 내가 가지고 있던 평소의 톤보다 좀 도톰하게 나왔다. 다시 그런 느낌을 내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녹음했다.

누나(정혜선)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그러다 내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나가고 또 음반을 만들면서 가끔 인사만 하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와 창법 때문에 당시에도 경연대회 선배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에 음악을 같이하면서 예전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니 너무 빨리 앞서나갔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 오랜만에 작업함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트렌디한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빨리 습득하고 싱어송라이터의 능력뿐 아니라 프로듀서로의 능력도 큰 것 같다. 안될 것 같고 못할 것 같은 것들을 해내는 걸 보면서 굉장히 많이 배웠다."

한편 이규호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 애비뉴에서 공연을 갖는다. 게스트로 정혜선, 윤종신 등이 출연한다.

정혜선 이규호 너면 돼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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