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반장, 법정에서 홍준표를 당혹하게 만들다

[인터뷰] 여운환,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를 쏘다 3부 ③

검토 완료

구영식(ysku)글·사진소중한(extremes88)등록 2018.01.08 14:37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얼 25일 광주의 한 호텔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소중한


"조폭 세계에서 '후배와 공동 두목'이 어디 있어?"

- 국제PJ파 두목의 근거로 쓰인 것이 김길용의 탄원서(1991년 9월 28일)였나?
"그렇지."

- 김길용은 이 탄원서에서 "전희장, 여운환, 현희홍, 유재학" 네 명을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지목했다.
"한 조직에 두목이 네 명이나 있을 리 있나? 게다가 나이 차이가 엄청나게 많아. 전희장은 지금 한 80살이니까 20년 선배고, 유재학도 선배고, 현희홍은 3년이나 선배야. 전희장은 김길용이 11살 때 광주를 떴어. 이게 판결문에 다 나와. 거짓말로 쓴 탄원서라고. 홍준표가 탄원서를 이용하고 감형해준다고 해서 김길용은 그 목적을 이뤘어."

- 김길용은 유재학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사실상 국제PJ파의 모든 권한을 가진 선배라고 주장했다.
"판사는 김길용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판결했어."

- 그럼 김길용이 감형받기 위해 거짓 탄원서를 쓴 것인가?
"그렇지. 실제 감형됐어. 나는 검찰에서 작업했다고 봐. 홍준표가 다 한 거야. 그렇게 검찰이랑 짜고 2년을 감형받았어."

- 하긴 1, 2심 재판부도 김길용의 탄원서가 감형 목적이라고 지적하긴 했다.
"그랬어. 경찰의 조폭 관리 리스트에는 2017년까지 김길용이가 국제PJ파 두목으로 올라 있어. 변동이 없당께."

- 김길용이 양심선언할 수 있을까?
"그것은 기대할 수 없다고 봐. 김길용은 지금도 두목이여. 지가 감형받기 위해서 홍준표가 시킨 대로 한 거야. 김길용이 '평생 볼 낯이 없다'고 했다대."

- 홍준표가 국제PJ파 두목으로 본 사람은 당신과 현희홍 두 사람이었다.
"홍준표도 내가 두목이 아니란 걸 알아. 현희홍도 2년이나 후배 아녀? 조폭 세계에 후배들하고 공동 두목이 어디 있나? 게다가 선배와 후배가 같이 두목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 조폭 세계에서는 6개월만 늦어도 후배인디. 여기가 무슨 포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홍준표가 너무나 잘 알아. 나와 현희홍이 두목이 아니라는 걸. 경찰이 김길용을 두목으로 구속하고, 검찰에서도 김길용을 두목으로 기소했어. 법원도 6개월씩 재판하면서 김길용을 두목으로 인정해 5년형을 줬다고. 만약 내가 두목이라면 김길용이는 얼마나 억울한 꼴을 당한 건가? 수사도 잘못하고, 재판도 잘못하고. 완전히 직무유기여."

- 광주지검 강력부에서 김길용을 국제PJ파 두목으로 지목하고 당신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구속했다는 얘기인가?
"구속하고 있었지. 이미 재판도 받았고.

- 광주지검 강력부는 김길용을 국제PJ파 두목으로 특정한 것인가?
"그렇다."

여운환 아름다운컨벤션 대표가 지난 10월 2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차를 내리고 있다. ⓒ 소중한


홍준표를 당혹스럽게 한 김영암 강력반장의 진술

- 그럼 도대체 국제PJ파의 두목은 누구인가? 
"김길용이여. 조직원들도 다 김길용이 두목이라고 해."

- 경찰이 작성한 조폭 계보에서 김길용이 국제PJ파의 두목으로 올라 있었나?
"그렇게 돼 있으니 구속된 거제. 범죄와의 전쟁 중에. 검찰도 경찰이 맞다고 보고 김길용을 두목으로 기소했고, 재판에서도 두목으로 5년 형을 준 거 아녀?"

- 근데 홍준표는 당신과 현희홍이 경찰들을 매수해서 조폭 계보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경찰관이 매수됐다면 홍준표가 경찰관이 매수된 일을 못 밝힐 사람인가? 그것이 안 밝혀졌잖아. 그거 작성한 담당자가 마르고 닳도록 안 바뀔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지. 나이 스무살 먹은 놈이 경찰을 매수해수 폭력배 두목을 바꾸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여?"

- 국제PJ파에서 활동한 적이 전혀 없나?
"단 한 번도 없어. 새까만 후배들 밑에서 내가 놀았겠나?"

- 그럼 시민파에선 두목이었나? 
"조직원이었제. 김태촌도 조직원이었고. 나는 스무살도 안된 시절이야."

- 국제PJ파 행동대장이라는 박주화는 처음에 전휘장과 여운환이 두목이고 김길용이 부두목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김길용 두목이고 조규석이 부두목이라고 진술을 바꾸었다.
"그게 맞는 진술이여."

- 박주화는 당신이 두목이라고 진술해서 입건이 안된 것인가?
"그렇지. 지가 행동대장이면 3년 6개월은 살아야지. 다른 놈은 가입만 해도 징역인데 지는 행동대장으로 활동했다는데 왜 징역을 안 사냐고."

- 홍준표는 계보에도 없는 사람을 조폭 두목으로 만들어서 잡아 넣은 셈이네.
"나를 잡아넣고, 자기는 '모래시계 검사'가 됐제. 근디 재판 과정에 뭔 일이 있었냐 하면 홍준표가 광주경찰서의 김영암 강력반장을 증인으로 세웠어. 검찰 쪽 증인으로 세울 때에는 검찰에 유리한 말을 할 줄 알고 그랬을 거 아녀?

재판받는 과정에서 홍준표가 김영암 반장한테 이러더라고. '증인, 뒤돌아보세요.' 내가 거기 앉아 있었잖아. 국제PJ파 조직원들이랑. '여운환 피고인 알죠?' '알고 있습니다.' '여운환 피고인, 깡패 맞죠?' 그러자 김영암 반장이 '네? 지금은 아니죠'라고 했어. '국제PJ파 두목 아니에요?' '검사님, 이 뒤에 앉아 있는 피고인은 오래 전에 손을 씻고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저희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난리가 나불었어. 기자들도 그러고.

몇 마디 더 물었지만 '절대 깡패가 아닙니다' 그래. '그럼 옛날 리스트에 있었던 것은 뭡니까?' '그때 리스트에 시민파가 있었습니다. 당시 치안본부에서 전직, 현직 총망라해서 리스트를 작성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우리가 리스트를 한번 작성했던 적은 있습니다. 국제PJ파와 관계가 없습니다.'

그 다음날 신문에 '여운환 두목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나 나부렀어. 홍준표 자기가 세운 증인이여. 김영암 반장은 입지전적인 인물이여. '광주의 포도대장'으로 불렸어. 순경으로 출발해서 무궁화 세 개를 달았다. 그런데 홍준표가 바로 보직해임시켜부러. 수십 년 동안 수사만 했던 수사반장을. 그런 사람을 보안과인가 다른 경찰서론가 발령을 내불더라고. 그렇게 무소불위였어."

- 김영암 반장의 진술이 홍준표를 엄청 당혹스럽게 만들었겠다. 
"그렇다고 보직해임을 해서 쓰겄어? 나와서 그 사람 얼굴 한번 못 봤어. 나중에 내가 전화한께 '여 사장, 사업 잘 하시라'고 하더라고. 내가 '형님, 감사합니다'라고 했어. 그랬더니 '나는 할 도리를 한 거다'라고 하더만. 그런 사람이여. 지금은 퇴직했제. 지 맘대로 특진시키고 보직해임하고. 그러니 누가 홍준표 비위를 상하게 하겄소? 김영암 반장도 말 한마디로 거들었다가 보직해임 돼불고 음지에서 몇 년 동안 지냈는디. 홍준표가 그런 사람이여."

"5년 후배의 집사이자 고문? 기가 막히제"

- 1심 재판부는 당신을 "자금책이자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고 지칭했다.
"그렇다."

- 자금책이라면 국제PJ파에 돈을 댔다는 건데 그런 적이 있나?
"'자금책 겸 두목의 고문급 간부'. 그런 판결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1심에서 이런 이상한 명칭으로 판결이 났어. '항소심 가서 무조건 그 두목만 아니라고 밝히면 되겠지, 이런 걸로 싸움을 할 이유는 없잖아' 생각했어. 내가 만약에 조직의 자금책이라면 내가 어디다가 뭔 돈을 언제 줬다는 것이여? 단 10만 원이라도 줬다면 줬다는 흔적이라도 나와야 할 거 아녀? 내가 고작 김길용이 고문이고 집사란 말이여? 처음에는 나를 어마어마한 놈('국제PJ파 두목')이라고 해놓고."

- 5년 후배의 고문이자 집사라...
"그러니까 기가 막힐 노릇이제."

- 국제PJ파 축구대회에 50만 원을 찬조한 걸로 돼 있는데. 
"내가 축구대회에 50만 원의 찬조금을 낼 일도 없고, 축구장에 가본 일도 없고. 즈그들끼리 단합대회하는데 사람을 초청한 일도 없고. 나한테 '용돈 좀 주소' '그림 하나만 사주소' 이런 소리를 할 수 없는 처지여. 김길용이 마음을 안 잡고 현역으로 깡패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지. 나한테는 똘마니 중의 똘마니였어. 허지만 나는 어찌 됐든 광주에서 승승장구하며 사업하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나이는 어려도 '광주 유지'였어.

내가 국제PJ파의 무슨 사건에 한 번이라도 개입됐달지 싸움을 했달지 이런 게 하나라도 있어야 할 거 아녀? 그래서 재판부가 '그럼 여운환이가 무슨 활동을 했나?'고 물었어. 박주하가 하다하다 할 말이 없으니까 옹색하게 답했어. '축구할 때 찬조금을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건이 나면 김길용에게 피신하라는 말을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직접 봤다는 것도 아니고) 전해들은 적이 있다는 거여."

- 돈을 준 적은 정말 없었나?
"5만 원도 준 적이 없당께."

- 두목의 고문급 간부는 뭔가?
"그럼 두목이 있어야 할 거 아녀? 그럼 두목이 누구냐? 두목을 지정해야 할 거 아녀?"

"여운환을 두목으로 하는 국제PJ파는 없어"

2002년 2월 24일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의 미국에서의 자금사용내역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당신을 '국제PJ파 두목'으로 특정하지 못했나?
"그렇지. 우리 변호인들이 '아무리 시대가 그런다고 이런 재판을 할 수 있나?' 그래. 열이 나가지고."

- '여운환 = 국제PJ파 두목'은 홍준표가 만들어낸 허구인가? 
"완전 허구여. 완전 소설이여. 소설도 완전 3류 소설."

- 국제PJ파는 있지만 여운환을 두목으로 한 적은 없다?
"국제PJ파는 지금도 존재해. 그건 수사기관에서 죽 관리해온 일이니까 누구도 부인할 수 없잖아. 하지만 여운환을 두목으로 한 국제PJ파는 세상에 없어."

- 결국 홍준표가 당신을 국제PJ파 두목으로 만들고 자기는 '모래시계 검사'가 됐네.
"나 구속하고 홍준표는 서울로 영전해서 갔잖아."

- 홍준표가 공소유지를 끝까지 했나?
"끝까지 했지. 항소이유서도 쓰고, 상고이유서도 썼다드만."

- 서울로 갔는데도 끝까지 공소유지를 했네. 
"끝까지 했지만 (내가 국제PJ파 두목이라는 것은) 무죄가 나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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