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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보다 실리 택한 두산, 그래도 아쉬움은 있다

17.11.12 16:54최종업데이트17.11.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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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오버. 상대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면 공격팀이 느끼는 감정이다. '9회 공격은 힘들겠구나.' 2005년 정재훈은 이 별명이 부끄럽지 않게 세이브왕의 자리에 올랐고 볼은 느리지만 강심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팀이 원하는 순간이면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2010년 홀드왕, 2016년 홀드 2위가 이를 반증한다. 이런 그가 8일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불펜투수의 상징이라는 100홀드-100세이브도 이뤘고 어떻게 보면 야구선수로서 성공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다. 아쉬움이라면 우승반지가 없다는 것과 자신의 마지막 투구 모습이 오른 손목을 맞고 골절되는 장면일 것이다.

가수 싸이는 항상 자신의 공연 중간에 이렇게 말한다. "대마초 사건으로 입건되기 전 날 그 무대가 마지막인줄 알았다면 조금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후회가 남는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다시 무대라는 소중한 기회가 왔을 때 항상 마지막임을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재훈 역시도 그 투구가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이제 투수코치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그는 또 다른 기회를 잡았다. 위치는 바뀌었지만 선수들에게 공 하나의 소중함을 전해줄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공에 맞고도 왼손으로 던지려 했던 그의 프로정신을 선수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코치가 되길 바란다.

같은 날 김성배도 팀을 떠났다. 정재훈과 같이 2005-2006년 불펜 투수로 뛰면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투수다. 사이드암이 희소했던 시기에 나타난 혜성 같은 존재였다. 두 선수 모두 2차 드래프트로 친정을 떠나 롯데로 갔다가 다시 두산으로 돌아온 케이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김성배는 2016년 정재훈처럼 마지막 불꽃을 기대하고 데려왔지만 차츰 기회를 잃고 팀에서 방출되었다. 두산은 2차 드래프트 전 방출하면서 구단으로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배려는 해줬다는 입장이다. 그동안의 수고를 감안해 보상금액 없이 김성배를 영입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프로라는 것은 결과로 보여주어야 하는 스포츠이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2010년부터 두산은 이종욱, 손시헌을 잡을 마음이 없었고 그 이후로 임재철, 김선우, 이재우 등 팀의 베테랑 선수들을 모두 떠나보냈다. 그 결과 팀 전체가 젊어지고 활력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베테랑 선수가 없다보니 결정적인 상황에 팀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동현(LG), 박정진(한화), 이호준(은퇴)과 같이 팀에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 주는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두산은 투수 쪽에서 김승회(36) 타자 쪽에서는 오재원(32)이 가장 나이가 많다. 즉, 김승회는 이번 시즌에 온 선수기 때문에 논외로 치면 결국 30대 초반 선수가 최고참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동현과 박정진의 역시 은퇴를 하거나 방출을 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그들이 팀에서 하는 역할이 있다.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 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두산도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젊은 선수들은 '자신들도 나이가 먹으면 저 선배들처럼 팀에서 매몰차게 버려지겠구나'라는 인식이 생겨 팀에 대한 애정이 없어질 수 있다. 구단은 샐러리캡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선수는 마지막 1년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플레잉 코치'제도를 이용해서라도 구단과 선수가 함께 '마지막'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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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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