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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우리' 나온 청년 투수들, 재취업할 수 있을까

[KBO리그] 고원준-안규영-조승수 등 젊은 투수들 25일 두산에서 재계약 불가 통보

17.11.26 13:37최종업데이트17.11.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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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끝난 후 KBO리그는 바야흐로 '만남과 이별의 계절'을 맞고 있다. FA시장과 2차 드래프트, 외국인 선수 계약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얽히면서 구단과 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2004년 프로 입단 후 14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와 동고동락했던 '안방마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의 이적은 부산 야구팬들에게는 단순한 선수의 이탈, 그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강민호는 FA 권리를 얻어 좋은 대접을 받고 이적하는 경우지만 각 구단에는 내년 시즌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해 쓸쓸히 팀을 떠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LG 트윈스의 정성훈과 한화 이글스의 김경언,KIA 타이거즈의 김광수, 롯데의 강영식, 박종윤, NC 다이노스의 김종호, 조영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 때 팀의 주력 선수로 활약했지만 나이를 먹고 전성기가 지나면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경우다(물론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리빌딩의 희생자도 있지만).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두산 베어스도 무려 7명의 선수를 방출 대상에 포함시켰다. 신인 선수나 군보류 선수, 2차 드래프트 이적 선수들이 새로 합류하는 만큼 선수단 정리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두산의 방출 명단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대부분의 선수가 아직 만으로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젊은 투수들이라는 점이다. 과연 이들은 내년 시즌 두산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KBO리그가 주목하던 우완 유망주 고원준, 4번째 기회 잡을까

두산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고원준 ⓒ 두산 베어스


7명의 방출 선수 중에서 1군 경력이 가장 화려한(?) 선수는 단연 고원준이다. 작년 5월 노경은과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한 고원준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2라운드(전체14순위)로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 출신이다. 고원준은 2010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5승7패 평균자책점 4.12 퀄리티스타트 10회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시즌 후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을 때는 히어로즈 팬들의 원성이 대단했다.

고원준은 롯데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1년에도 두 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9승7패2세이브 4.19의 성적을 기록하며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로 순조롭게 성장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갑작스런 구속저하와 심한 기복을 보이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12월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내며 사생활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고원준은 2012년 3승, 2013년1승에 그친 후 상무에 입대했다.

고원준은 상무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4년3.9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남부리그 1위에 올랐지만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2015 시즌 대부분을 재활로 보냈다. 고원준은 전역 후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고 구속을 시속 146km까지 끌어 올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고원준은 두산 이적 후 첫 등판에서 5이닝 1실점으로 1333일 만에 1군에서 승리 투수가 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면서 작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고원준은 올 시즌에도 3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5번의 등판에서 1패 10.61로 부진했고 시즌이 끝난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사실 퓨처스 남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던 2014년 이후로는 활약이 미진하지만 고원준은 한 때 KBO리그 전체가 주목하던 선발 유망주였다. 올해와 비교하자면 NC다이노스의 장현식과 비슷한 위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생활이나 훈련태도 등에서 문제를 보이면서 끝내 재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비록 히어로즈와 롯데, 두산에서는 실패했지만 워낙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만큼 고원준을 살려 보겠다는 4번째 구단이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산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우려다 실패한 안규영과 조승수

두산의 이번 방출 명단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안규영(1988년생)은 경희대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끈 후 2011년 두산에 입단했다. 안규영은 군복무 2년(상무)을 포함해 두산에서 7년 동안 활약했지만 1군에서 올린 승수는 고작 1승 뿐이다. 작년 시즌 허준혁(상무), 고원준 등과 함께 5선발 경쟁을 벌이며 9번의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5이닝을 넘긴 적은 첫 승을 따낸 6월5일 SK와이번스전 한 번 뿐이다.

안규영은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2패1세이브3홀드2.67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5번의 1군 기회에서는 13.50으로 맥없이 무너졌고 결국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완급조절에 능하고 포크볼이라는 무기를 가진 투수로 두산에서도 선발 투수로 키우기 위해 꽤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바 있다.

두산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키우려 했던 장신(192cm)의 우완 조승수도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두산을 떠난다. 체중을 불려 구속이 증가한다면 대형 투수가 될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 받던 조승수는 2010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두산의 투수코치가 윤석환(선린인터넷고)에서 정명원(kt 위즈), 권명철,한용덕(한화 이글스)으로 바뀔 때까지 조승수는 끝내 슬림한 체격을 유지하는 일관성(?)을 과시했다.

비록 1군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조승수는 프로 통산 55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이 19개에 불과할 정도로 소위 '볼질'을 통해 스스로 경기를 망치는 타입의 투수는 아니다. 두산이 끝내 이루지 못한 체중증가라는 미션을 완성시킬 수 있는 팀이 있다면 조승수는 의외로 유용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

2008년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인 홍영현도 박건우,허경민,정수빈(경찰 야구단) 등 친구들과 두산의 우승을 이끌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프로지명을 받지 못한 육성선수 출신이지만 189cm87kg의 좋은 신체조건에 시속 145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는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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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방출 고원준 안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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