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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찾아온 아버지의 옛 애인, 그 후 펼쳐진 반전

[리뷰] <더 미드와이프 (Sage femme, The Midwife, 2017)>

17.12.01 15:49최종업데이트17.12.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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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미드와이프> 포스터 ⓒ 더블앤조이 픽쳐스


제 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의 <더 미드와이프>가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7(11월 16일~29일)' 상영작에 선정된 데 이어, '2017 씨네큐브 예술 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12월 1~6일)'에서도 상영된다.

그 옛날 <셰르부르의 우산 (The Umbrellas Of Cherbourg, 1964)> 이후 멋진 연기로 사랑 받아온 까뜨린느 드뇌브의 노련한 연기를 개봉 전에 즐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주인공 클레어(카트린 프로 분)는 평생을 산파(Midwife, 미드와이프)로 일했다. 21세기에는 다소 낯선 직업군이다. 그 느낌만큼이나, 그녀의 성향도 아날로그이다. 분만실에서 아기가 첫 울음을 터뜨릴 때 너무 기쁘고, 의대생 아들이 멋진 외과의사가 되는 날을 기다리고, 센 강가의 텃밭을 가꾼다. 이것이 그녀 삶의 대부분이다. 그것 말고는 별 재미란 걸 모르고 산다. 텃밭 이웃 남자의 와인 얘기도 여행담도 그저 삶의 군더더기일 뿐이다.

이런 그녀에게 35년 만에 아버지의 옛 애인 베아트리체(까뜨린느 드뇌브 분)가 느닷없이 찾아오면서, 잔물결도 외면하던 그녀에게 거센 파도가 밀어닥친다. 아버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베아트리체는,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이며 자유분방하다. 게다가 의사의 길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아들, 대형 병원과의 경쟁에서 밀려 폐업하게 된 조산원, 경험 따위는 필요 없다며, 자신을 디지털화 된 '출산 공장' 같은 병원에서 일하라고 말하는 세상...

소크라테스는 산파법에서, '아이를 낳는 산모처럼, 지혜를 낳으려는 사람은 산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평생을 산파로 일한 클레어, 이젠 그녀 인생에 산파가 필요한 순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때, 죽을 때 죽더라도 스타일은 구길 수 없다며, 철없는 소리만 해대는 베아트리체와 그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콜라보 느낌이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이 반전이라는 멋진 피처링이 있지 않은가.

베아트리체에게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아름다운 생'의 블랙아웃이었다. 그랬기에 그렇게 세상과 충돌하면서 과거, 사랑, 그리고 추억과 회복의 산파로 선뜻 나선 것이다.

출산 장면을 진짜 조산원 분만실에서 촬영하였기에, 진정성 가득한 뭉클한 탄생의 장면이 관객에게 선사된다. 자신도 조산원에서 태어났고, 산파의 피를 수혈 받아 살아날 수 있었다는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의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나의 산파 이본느 앙드레를 기억하며'로 시작된다. 2018년 초 극장에서 개봉될 <더 미드와이프>는 많은 관객들의 삶과 지혜의 산고에 '산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드림 투게더>에도 송고한 글입니다.
제 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7 2017 씨네큐브 예술 영화 프리미어 페스 까뜨린느 드뇌브 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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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번역작가로 일하면서 접하게 되는 다채로운 영화들, 반추되는 인생, 또 여행과 일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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