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나바다*복합문화예술공간 울' 개장식 때 기자들의 활동이 대단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우리는 무엇을 쓸 수 있는가?12주 과정의 세미나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지난주 팀 모임 때, 세미나 끝나면 우리는 무얼 하지? 하는 질문이 나왔다. 아깝다. 이제 슬슬 달아오르려고 하는데. 세미나 끝나면 한때의 기자 생활은 아련한 추억으로 잠기는 것인가? 그럴 수는 없지. 12주 동안의 과정이 그냥 묻히게 할 수는 없다. 지금이 워밍업이라면, 이제 앞으로는 실전이 될 수도 있다. 내년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서 머지 않은 미래에, 진짜 우리가 주도하는 언론이 탄생한다면,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지 얘기를 나눴다. 우리가 쓸 수 있고, 우리만 쓸 수 있고, 우리라서 쓸 수 있는 그런 기사 말이다.
내년 1월에 첫째 아이가 태어나는 예비 아빠는, 초보 아빠의 육아 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정치면이나 경제면에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사회면이나 인물면에는 들어갈 수 있겠지. 순간 머릿속으로 기사 배치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구상한다. 종이신문이라면 어느 페이지에 넣을까, 사이트를 만든다면 눈에 잘 띄는 곳에 기사를 배치해도 좋겠다. SNS에도 당연히 공유할 것이다.
재개발 이슈를 파고들고 싶다는 10대 학생도 있었다. 그것은 어디 다른 동네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마을이 재개발 대상 지역이다. 아마도 이 친구가 쓰는 기사는 글의 농도나 질감이 남다를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마을 이야기를 다루겠지. 그러다 재개발 자체를 건드릴 때도 올 테다. 그럼 이건 단순히 마을 신문을 넘어서는 뭔가가 될 수도 있다. 내년에 스무살이 되는 이 친구는, 어디 언론사에 들어가서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 벌써 기자가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시사 만평, 나만의 요리 이야기 연재, 마을 사진 코너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또, 동네에 일주일에 3일만 문을 열고 여름에는 한 달 동안 휴가를 가는 만둣집이 있는데, 그집 사장님을 만나고 싶다는 인터뷰 계획도 있었다. 하기야 별난 이웃, 별난 장소가 얼마나 많겠나. 별나게 들여다 보면 별나지 않은 것들이 없다.
동네 기사는 그 동네 사람들이 제일 잘 쓴다 그런 상상을 해 봤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기자가 된다면?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글로 적을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맞춤법은 기본이요 기본적인 기사 구성 원칙도 알고 있어야 하고, 소위 '야마'라는 것도 흡입력 있게 뽑을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10주 정도 맛을 보니, 아예 못 할 것도 아니다. 그리고 글로 쓰는 기사 말고도 각자 소질과 재능에 따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사의 형태는 다양하다. 또 여럿이 모이면 혼자 하기 어려운 것들도 도우면서 헤쳐 나갈 수 있다. 얼마간의 훈련과 서로 돕는 관계만 있다면 그래서,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어디든 언론이 태어날 수 있다.
사실 이런 상상은, 우리 동네 일을 우리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매일 잠자고 밥 먹고 쉬면서 어울리고 뒹구는 우리 동네. 그래서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귀기울이고 정성껏 마음 담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 우리 동네 기사는 우리가 쓴다. 혼자 하면 힘들고, 여럿이 함께 하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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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쓰느라 머리 아플 때도 있지만, 모이면 즐거운 기자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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