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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나 미적분이 도움이 되나요?" 학생이 묻는다면

[TV리뷰] 학교 교육을 정면으로 다룬 일본 드라마 <먼저 태어났을 뿐인 나>

17.12.18 17:22최종업데이트17.12.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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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TV


"함수나 미적분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나요"라고 학생이 질문한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라는 대답은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조언을 하는 것이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 종영한 일본 NTV 4분기 드라마 <먼저 태어났을 뿐인 나>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갈릴레오> <료마전> 등 인기 드라마의 극본을 쓴 후쿠다 야스이의 힘이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나루미(사쿠라이 쇼)는 종합상사 카시마츠 물산에서 근무하는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지만 하루아침에 그룹 산하 사립 케이메이칸 고등학교 교장으로 발령된다. 그의 임무는 케이메이칸 고교의 경영개선. 그러나 편차치 44의 하위권인 케이메이칸 고교는 신입생 정원 채우기도 버겁다.

비즈니스에 익숙하던 젊은 상사맨이 교장을 맡는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에도 이 드라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교육 현장의 현실을 잘 녹였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의 지향점도 제시한다. 나루미가 떠올린 것은 서비스 정신과 교육의 결합이다. 등록금을 내는 학생은 고객이다. 교사는 질 좋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해야 한다. 좋은 대학 진학율이 높아지면 신입생 정원이 채워지고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이 나루미의 생각이다.

이 작품은 장학금에 대한 학생들의 책임감, '디지털 도둑'의 인식이 낮은 학생을 나무라지 않고 마음을 돌리는 방법,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실어주는 수업 방식인 펩 토크(pep talk),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정답에 접근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 동아리 투자를 통한 학생들의 만족감 상승 등 교육 현장을 폭 넓게 다룬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사의 노력도 계속해서 그려진다.

수업의 질을 높이고 투자를 위한 은행 대출도 필요하지만 드라마가 말하는 지점은 교사와 학생간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교사가 진심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이 교사의 진심을 이해해 자발적으로 나설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이 시작된다. 함수나 미적분이 사회생활에 필요하냐는 학생의 질문에 나루미가 "수학은 답에 도달하는 길을 찾는 과정"이라며 "올바른 판단을 하는 힘을 키우는 공부"라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이야기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드라마 첫 장면에서 학교 재정을 흑자로 바꾸기 위해 단순히 학교 경비 비용을 줄이려고 한 나루미가 결국 학교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려고 발 벗고 고민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이 작품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의 기존 학원 드라마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교사와 학생 간의 사건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지만 <먼저 태어났을 뿐인 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교사도 나이 많은 어른이지만 교육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한다. 이 드라마의 제목인 '먼저 태어났을 뿐인 나'의 의미다.

등록금이 비싼 사립학교에서조차 교육의 질적 개선은 쉽지 않았다. 극중에서 교장의 숱한 노력과 교사들의 화합이 이뤄져야만 겨우 개선될 수 있었다. 이는 실제 교육 현장의 변화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입식 교육의 철폐를 매년 외치고, 교육 여건의 개선을 부르짖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작은 통쾌함을 가져다준다.

먼저 태어났을 뿐인 나 아오이 유우 사쿠라이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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