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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득점' 셀비, 유도훈 감독의 결단 필요치 않을까

전자랜드, KGC에 패하며 5연패

17.12.23 15:02최종업데이트17.12.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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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자랜드가 잘 싸우고도 졌다. 어느덧 5연패다.

전자랜드가 22일 오후 7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3라운드 안양 KGC와 맞대결에서 75-78로 패했다. 이로써 전자랜드는 12승 13패를 기록하며, 서울 삼성에 공동 6위를 허락했다.

전자랜드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KGC가 6연승을 질주 중인 강팀이었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전자랜드는 연패 탈출을 위해 한 발씩 더 뛰었고, 4쿼터 중반까지 리드도 잡았다. 정효근이 오세근과 데이비드 사이먼이 버틴 KGC 골밑에서 3점 플레이를 완성했을 때만 해도 연패 탈출이 눈앞에 다가온 듯 보였다.

무엇보다 수비가 좋았다. 이정제가 'KGC 기둥' 오세근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힘에서 밀렸지만, 몸싸움에서 물러섬이 없었다. 강상재도 오세근 봉쇄에 힘을 보탰고, 공격에서는 3점슛 1개 포함 15득점을 몰아쳤다. 특히 브랜든 브라운이 빠른 농구에 앞장서며 24점을 몰아쳤다. 리바운드도 20개나 따냈다.

그런데, 4연패의 늪에 빠진 팀과 6연승을 질주하던 팀의 차이는 분명했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경기 막판 크게 드러났다. KGC는 4쿼터 종료 4분 10초 전, 잠잠하던 강병현이 3점슛을 터뜨리며 71-68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오세근과 사이먼이 집중력이 떨어진 전자랜드 골밑을 공략하면서 점수 차를 벌렸다.

전자랜드는 손쉬운 득점을 잇달아 내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점수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득점' 셀비, 유도훈 감독의 '결단' 필요치 않을까

전자랜드는 올 시즌 초반 1승 4패를 기록하며 9위까지 처졌었다. 장신 외국인 선수 아넷 몰트리가 부진한 것이 뼈아팠다. 몰트리는 신장 206cm에 체중109.7kg로 훌륭한 체격 조건을 갖췄지만,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유도훈 감독은 일찍이 승부수를 던졌다. 높이에 집착하기보다는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를 찾았다. 브라운이었다. 브라운은 193.9cm로 신장은 작지만, 109kg으로 강인함을 자랑했다. 빠른 발로 속공에 앞장설 수 있고, 골밑 플레이에도 능했다. 긴 팔과 상대를 압도하는 힘을 활용해 리바운드와 수비에도 힘을 더했다.

브라운은 KBL 전설 조니 맥도웰을 떠올리는 맹활약을 이어가면서, 전자랜드의 7연승에 앞장섰다. 장신 외국인 선수를 단신이나 다름없는 이로 바꾼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순간이었다. '만수' 유재학 감독이 시즌 개막 직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전자랜드를 꼽았던 것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듯했다.

브라운의 기록은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자기 득점은 확실하게 해내고, 리바운드도 따낸다. 수비에서도 팀 중심을 잡는다. 하지만, 상대가 브라운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더블팀 수비로 브라운의 득점력을 줄이고, 전자랜드의 볼 흐름을 답답하게 만든다. 지난 14일 서울 SK와 경기가 대표적이었다. 

이럴 때 조쉬 셀비가 득점력을 더해준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셀비의 활약상은 들쑥날쑥하다. 지난 10일 전주 KCC와 맞대결처럼 30득점을 몰아칠 때도 있지만, 16일 모비스전처럼 한 자릿수 득점(6점)에 머무르는 날도 있다.

4연패 탈출이 눈앞으로 다가왔던 KGC전에선 무득점에 그쳤다. 21분 33초 동안 코트에 나서 2점슛과 3점슛을 3개씩 시도했지만, 모두 림을 외면했다. 그중에는 림도 맞지 않은 에어볼도 있었다. 전자랜드는 셀비가 시즌 평균 득점(16.8)에 가까운 활약만 해줬어도 연패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셀비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다. 그는 고교 시절 현 NBA 최고의 가드 카이리 어빙과 함께 전미랭킹 1, 2위를 다퉜던 재목이다. NBA 서머리그에선 MVP에도 뽑혔었다.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 활약하며 NBA를 경험했고, 중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다양한 해외 리그도 누볐다. 지난 시즌 이스라엘 리그 성적도 평균 17.5득점 4.4어시스트로 훌륭했다.

신장이 187cm로 크진 않지만, 개인기와 돌파, 슈팅 등 공격 능력이 역대 최고의 선수란 평가를 받았다. 전자랜드 주전 포인트가드 박찬희는 "셀비는 1:1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선수"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이름값을 증명하는 듯했다. 팀은 개막전 포함 5경기에서 1승 4패로 부진했지만, 셀비는 평균 23점을 기록했다. 박찬희의 말대로 1:1로는 셀비를 막을 자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브라운이 합류하면서 셀비의 존재감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전자랜드가 브라운을 앞세워 7연승을 달리는 동안 셀비는 평균 15.14득점에 머물렀다. 한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경기도 두 차례나 있었다. 셀비는 전자랜드 특유의 조직적인 농구가 살아나면서,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상대가 들고나오는 지역 방어도 익숙하지가 않았다.

개인기가 뛰어난 셀비는 조직력이 강점인 전자랜드와 어울리지 않는다. 올 시즌 25경기를 소화하면서 여러 차례 확인했다. 이종현이나 김종규, 하승진과 같은 국내 장신 선수가 있다면, 셀비가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자랜드에는 서장훈(은퇴) 이후 골 밑을 지켜줄 확실한 국내 선수가 없다. '복덩이' 브라운이 중심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패 탈출 절호의 기회에서 무득점에 그친 셀비. 유도훈 감독이 반등을 원한다면, 다시 한 번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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