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로 가자, 혼자여도 좋으니까

[사진] 크게 편안한 바다가 펼쳐지는 충남 태안(泰安)

등록 2017.12.31 12:49수정 2017.12.3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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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이불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겨울바다. ⓒ 김종성


부지런히 걸어온 한 해를 뒤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의 길에 나설 채비를 하는 요즘.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아갔다. 파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해변, 아늑하게 산책하기 좋은 바닷가 솔숲길이 있는 충남 태안반도. 도시에서 담아온 온갖 상념들이 청명한 겨울 바다 바람에 실려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태안군은 북쪽 이원면에서 남쪽 고남면까지 세로로 길쭉한 반도다. 꾸지나무골·파도리·몽산포·밧개·두에기 등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해변과 볼거리·먹거리 풍성한 항구들이 구불구불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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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이 있어 아늑한 기분이 드는 서해바다. ⓒ 김종성


겨울에 가도 좋은 태안(泰安)은 그 이름처럼 크게 편안한 곳이다. 흰 눈이 내려 바닷가를 이불처럼 덮으니 편안함에 포근함을 더했다. 바다 위에 떠있는 뒷섬·거아도·울미도·삼섬·지치섬 등 재미있는 이름의 작은 무인도들이 겨울바다를 정답게 해주었다. 올망졸망 모여서 정담을 나누는 것 같다.

'겨울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 스치는 바람 불면 너의 슬픔 같이하자 /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유영석 <겨울바다>·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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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서야 비로소 휴식을 갖게 되는 서해바다. ⓒ 김종성


여름철 피서 인파에 시달렸던 모래사장이며 바닷가는 겨울이 돼서야 비로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듯 보였다. 해변 모래언덕에 사는 솔숲에 서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파도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서해 바닷가 본연의 아름다움이 이제야 한껏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슴을 열고 순정한 바다와 직접 마주하는 경험, 겨울바다를 찾는 이유다.

찾는 이 없는 겨울바다에서 기분 좋은 고립감과 고요함을 제대로 느꼈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태안 해변을 거닐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빠져들 수 있었다. 겨울 여행은 되도록 혼자, 아니면 오래된 친구 한 명과 함께 떠나는 것이 적당하지 싶다. 겨울철 여행은 다른 계절과 사뭇 다르다. 사람을 사색하게 만드는 여행이 있다면, 그때의 여행이란 아마도 겨울 여행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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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에 빠지게 하는 겨울바다여행. ⓒ 김종성


달의 인력을 몰랐던 어릴 적엔, 매일 두 번씩 펼쳐지는 밀물과 썰물을 보며 바다가 숨을 쉬는구나 생각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엔 출렁이는 바다 속 이었던 모래사장엔 수많은 작은 구멍들이 퐁퐁 뚫려 있고, 게들이 둥글게 말아 놓은 깜찍한 모래공 풍경이 펼쳐졌다.


갯벌 속에 사는 낙지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의 기기묘묘한 무늬는 그대로 미적 영감을 주는 예술 작품이다. 추운 겨울도 활기차게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어 기운을 얻게 되는 곳이 서해바다다.

겨울 바다는 황량하고 쓸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태안의 해변을 거닐면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이다. 특히 해풍을 막아주는 소나무들이 사는 바닷가 곰솔숲길의 청량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해변길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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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닷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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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닷가. ⓒ 김종성


해변 뒤편 어디나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옛 부터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막기 위해 심어 놓은 방풍림이다. 서해바닷가 모래언덕에 사는 소나무들은 '곰솔'이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부른다. 곳곳에 펼쳐진 곰솔숲길은 태안 바다의 매력을 더해주는 상징이다.

곰솔은 내륙에서 자라는 일반 소나무보다 솔잎도 굵고 생김새가 투박하다. 색감까지 까맣고 거칠어서 정말 곰이 연상된다. 해풍을 받고 막고 서있느라 곧게 쭉쭉 뻗어 나가지도 못했다. 투박한 모습의 소나무지만 바닷가에서 숲을 이룬 모습은 참 청정하고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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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에 난 아늑한 솔숲길. ⓒ 김종성


덧붙이는 글 지난 12월 25일에 다녀왔습니다.
#겨울바다 #태안 #서해바다 #곰솔 #태안해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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