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만들지 않는 메밀막국수, 속이 편안합니다

겨울에 먹는 깔끔함과 따뜻함이 있는 메밀막국수

등록 2017.12.29 21:41수정 2017.12.2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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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막국수하면 주로 한여름에 냉면처럼 차갑게 먹는 게 일반적입니다. 여름철에 먹어야 제맛입니다.


아내가 저녁 지을 생각을 않고 내게 묻습니다.

"여보, 오늘 막국수 먹으면 어때?"
"겨울에 무슨 찬 음식이야!"
"요즘은 따끈한 육수로 메밀막국수가 말아 나와요!"

아내는 막국수를 참 좋아합니다. 국수 종류의 밀가루 음식을 즐기는 편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얼음이 동동 띄운 매콤한 냉면을 잘 먹습니다.

우리는 자주 찾는 막국수 음식점에 도착했습니다. 한여름 점심때는 발 디딜 틈 없는 맛집이지만, 오늘은 주차장이 비교적 한산합니다.

서글서글한 주인아주머니 인상이 좋아 보입니다. 우리는 주문을 합니다.


"막국수, 따끈하게 해서 나오죠?"
"그럼요!"

밑반찬으로 초절임 무와 배추겉절이 두 가지. 한참 기다린 사이, 메밀막국수가 나왔습니다.

겨울철에 먹는 메밀막국수입니다. ⓒ 전갑남


깔끔하고 맛깔스런 막국수 밑반찬 ⓒ 전갑남


막국수가 담긴 스테인리스 그릇을 만져보니 따뜻합니다. 양도 푸짐합니다. 고명으로 올라온 유부와 쑥갓, 대파가 먹음직스럽습니다. 신선한 야채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깁니다. 깔끔함에 묻어있는 음식에 식욕이 돋습니다.

메밀막국수는 냉면보단 찰기는 좀 덜합니다. 면발이 도톰합니다.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따끈한 육수가 속을 편안하게 합니다.

아내가 주인 아주머니께 묻습니다.

국물이 개운하고 담백하여 참 좋습니다. ⓒ 전갑남


"육수 맛이 좋아요! 무슨 비법이라도!"
"무슨 비법은요? 무와 멸치, 북어 등을 넣고 반나절 푹 고운 뒤 다시마를 우려냈어요. 여타 조미료 없이요."
"그냥 집에서 하는 식이네요."
"이것저것 넣지 않은 개운한 맛이 비법이라면 비법?"
"막국수는요?"
"그건 강원도에서 메밀가루를 구해다 저희가 직접 반죽해 뽑죠!"

아주머니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지만, 나름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든다고 합니다.

막국수란 말은 어감상 별로 좋은 뜻을 지닌 것은 아닙니다. 그냥 막 만들어 먹는 국수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원래 막국수는 메밀 껍질을 벗기지 않고 맷돌에 갈아 걸러 제분한다 해서 생긴 말이랍니다.

사실 '막'이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아무렇게나 함부로'라는 의미가 붙습니다. 접두사 막이 붙은 낱말은 많습니다. 막말, 막장 드라마, 막노동, 막일, 막가파 등등.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가 담깁니다.

특히, 요즘 정치인들 입에서 나온 막말이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부아가 치밀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날 때 막말을 쏟아내는 수가 있지만, 어지간하면 막말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막말은 그 사람의 나쁜 인격이 드러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막국수의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내가 말합니다.

"여보, 막국수! 겨울에 먹어도 괜찮죠!"
"정말 그런데!"

'막'이란 접두사가 들어간 어감과는 달리, 막국수가 깔끔하고 따뜻한 맛난 음식으로 우리에게 겨울철에도 다가왔습니다.

고명으로 올라온 유부가 색다른 맛을 더해주었습니다. ⓒ 전갑남


#막국수 #메밀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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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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