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천만영화 만든 '보수' 영화제작자, 사회성다큐 지원한 이유

<광해> 이어 <신과 함께>까지, '쌍천만' 영화 만든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18.01.05 14:18최종업데이트18.01.05 14:22
원고료로 응원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개봉 16일 만인 지난 4일 오전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자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이로써 '쌍천만' 제작자가 됐다. <신과 함께>는 연출력이 뛰어난 김용화 감독의 첫 천만 영화다. 그러나 원 대표는 역사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이어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로 다시 천만 관객의 영광을 맛보게 됐다.

일반적으로 영화가 주목을 받을 때 감독이나 배우보다는 상대적으로 뒤에 서 있는 게 제작 프로듀서들이다. 하지만 불모지 장르인 판타지에서 흥행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제작자의 안목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영화계의 평가다. 원 대표가 쌍천만 제작자로서 주목받는 이유다. 그간 천만 영화를 두 편 이상 만들어낸 제작자나 감독은 영화 <도둑들> <암살>의 최동훈 감독과 안수현 프로듀서, 영화 <국제시장>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 등이었다.

<신과 함께>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개봉 전부터 흥행 부담이 적지 않았던 영화였다. 원동연 대표는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대립군>이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해 심적인 압박감이 컸다. 2016년 두 작품의 촬영현장을 다니며 결제한 제작비만 550억 원이라고 밝힐 정도로 원 대표는 두 작품에 전력을 다했다.

먼저 선보였던 <대립군>이 초반에 무너진 건 아쉬웠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신과 함께>에 임했고 흥행 대박이 나면서 부담감도 떨쳐냈다. <신과 함께>는 프랜차이즈 영화로 제작돼 올해 여름 2편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1편만으로 전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도 동시 개봉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특히 <신과 함께> 2편도 천만에 도달할지 관심거리가 됐다. 두 편이 연이어 천만 관객을 넘을 경우, 원 대표는 처음으로 천만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들어 낸 제작자에 오를 수 있다.

스크린 줄이고 독립 다큐 지원한 자유주의자

촬영현장에서의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제작자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다. 원 대표가 영화계에서 보이는 긍정적이고 유머 넘치는 태도와 관련 있다. 개그맨보다 더 웃긴 제작자라는 평을 받을 만큼 유머 감각이 뛰어난 그는 각종 행사나 모임에서 좌중을 휘어잡는다. 

원 대표는 제작 스태프들의 임금을 조금이라도 더 챙겨 주려하거나 제작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영화인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태도로 숨겨진 미담이 많다. 그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유주의자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

<신과 함께> 흥행 과정에서 스크린 수가 많아지자 독과점 논란을 의식해 자청해서 줄인 것도 원 대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원 대표는 "1900개를 넘긴 적은 단 하루였고 스크린을 대폭 줄였다"며 "그래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스크린 점유율도 30% 내외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연휴 때 1912개 스크린을 차지했던 <신과 함께>는 연휴가 끝난 다음날부터 직후 1662개로 250개 정도 줄었다. 이 때문에 다른 작품들은 스크린 수가 조금 늘어났다. 흥행 독주가 이어지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연말 경쟁 작품에 대해서도 신경을 기울인 것이었다. 83학번인 원 대표는 영화 < 1987 >에 대해 "내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라 영화를 보고 눈물을 쏟았다"며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영화가 1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숨기지 않았다.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 <국가에 대한 예의>의 제작비를 지원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화다. 권경원 감독이 연출한 <국가에 대한 예의>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으며 제4회 사람사는세상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또 서울독립영화제 수상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그해 백골단의 폭행으로 사망한 명지대생 강경대 사건 이후 계속되는 분신과 유서대필 조작으로 얼룩졌던 한국 사회를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 1987 >의 이후를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권경원 감독은 "영화 만들 돈이 궁해 처음 찾아뵌 분이었다"며 "늘 도전이 있는 제작을 해온 유능한 프로듀서라 제 영화도 알아봐 주시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을 속일 순 없단 생각에 '이 영화는 음악영화다'라며 강기훈 선배의 기타연주를 보여드렸다"고 밝혔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내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는 영화냐?"는 물음이었다며, 쿡 찔려서 대답을 머뭇거리며 자신없어 했는데 다음날 제 통장에 돈이 들어와 있었다고 전했다. 권 감독은 "그 때만해도 박근혜 정권과 (유서대필조작에 관련 있는) 김기춘의 서슬이 시퍼럴 때였다. 그러나 저에게 돈보다 고마운 것은 그의 한 마디 질문이었다"며 "쥐어줄 돈보다 큰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원동연이라는 제작자"라고 평가했다.

장르보다는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

<신과 함께> <대립군> 등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 ⓒ 리얼라이즈픽쳐스


오동진 평론가는 <신과 함께>에 대해 "이 영화엔 소방관 공무원의 애환, 군대 내 문제 사병, 양극화로 고통 받는 무산자들의 얘기가 담겨있다. 연말에 개봉된 영화 가운데 대중들에게 '가장 친근한' 영화였다"고 평했다. 이어 "제작자 원동연은 스스로 우파임을 자처하지만 그의 본질은 자유주의자, 곧 리버럴리스트다. 그를 존중하는 이유이고 또 그가 늘 성공하는 이유"라며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대립군>에는 원 대표의 마음이 일부 담겨 있기도 하다. 원 대표는 "지방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 촛불 혁명이 시작되었으나 단 한 번 참여한 것 외에는 겨울에 시민과 함께하지 못했다. 촬영장에서 시민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 대표는 무모한 도전으로 비쳐졌던 한국형 판타지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 "영화 <곡성>이나 <검은 사제들> 같은 오컬트(마술, 악령, 영혼, 사후 세계 따위를 다룬 괴기 영화)와 좀비영화인 <부산행>의 성공을 보고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과 함께>의 성공을 통해 또 한 번 영화적 완성도의 중요성을 입증한 셈이 됐다.

신과 함께 원동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