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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 복귀' 채선아, 인삼공사의 새 활력소

[도드람 2017-2018 V리그] 7일 현대건설전 프로 데뷔 후 최다 득점, 인삼공사 2연승

18.01.08 14:01최종업데이트18.01.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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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에 전패를 당했던 인삼공사가 기분 좋은 연승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23-25,25-19,25-16)로 승리했다. 새해 첫 경기부터 승점 3점을 챙긴 인삼공사(22점)는 최근 4경기에서 3패를 당한 3위 현대건설(30점)과의 승점 차이를 8점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의 활약에 울고 웃는 팀이다. 이날도 알레나는 트리플크라운에 서브득점 하나가 부족한 맹활약으로 39득점을 퍼부으며 인삼공사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날 알레나의 공격 부담을 덜어주며 프로 데뷔 후 최다 득점을 올린 선수가 있었다. 바로 트레이드로 인삼공사에 합류한 후 레프트로 복귀해 두 경기 만에 '인생 경기'를 펼친 채선아가 그 주인공이다.

리시브와 수비 전담, 기업은행 3회 우승의 숨은 주역

국가대표 공격수를 둘이나 보유한 기업은행에서 채선아는 굳이 공격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의 6번째 구단 기업은행이 창단 시기를 2010년으로 맞춘 이유는 여고배구의 양대산맥 김희진(중앙여고)과 박정아(남성여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얻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구단 혜택으로 세 학교의 졸업생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중앙여고와 남성여고, 그리고 진주 선명여고를 선택했다. 김희진,이나연(GS칼텍스 KIXX)과 함께 중앙여고를 이끌었던 채선아도 그렇게 기업은행의 창단멤버가 됐다.

채선아는 김희진이라는 대어에 가려 있었지만 공수를 겸비한 레프트 자원으로 신생팀 창단이라는 변수가 없었다 해도 드래프트를 통해 무난히 프로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유망주였다. 이정철 감독 역시 채선아를 박정아, 김희진을 보좌할 수비형 레프트 자원으로 점 찍어 두고 입단 직후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시켰다.

채선아는 입단 초기 박경낭과 윤혜숙에 밀려 백업 요원으로 출전하며 착실히 경험을 쌓다가 2013-2014 시즌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했다. 채선아는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리시브 1위(세트당 4.65개), 수비(리시브+디그) 2위(세트당 7.82개)로 기업은행의 수비를 책임졌고 공격에서도 102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채선아는 그 해 시즌이 끝난 후 시상식에서 기량 발전상을 받으며 프로 선수로서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채선아는 기업은행 전력에서 매우 중요한 조각으로 활약했다. 특히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리시브가 불안했던 박정아의 부담까지 떠안으며 서브 리시브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채선아가 팀 내 비중이 커질수록 공격시도 횟수는 점점 줄었다는 점이다. 이정철 감독 역시 채선아에게 공격보다는 리시브와 수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 아닌 배려를 해줬고 급기야 상대팀에서는 채선아에 대한 마크를 소홀히 하게 됐다.

2016-2017 시즌 박정아가 라이트로 변신하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미연이 기대 이상의 공격력을 선보이면서 채선아는 아예 리베로로 변신했다.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츨전했지만 공격득점은 단3점에 불과했다. 그렇게 채선아는 자신의 공격력을 강제로 봉인 당했고 그나마 플레이오프와 챔프전 같은 큰 경기에서는 경험 많은 남지연 리베로(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밀려 많은 출전 시간을 얻지 못했다.

트레이드 후 2경기에서 17득점, 채선아는 원래 공격수였다

인삼공사 이적 후 공격비중이 늘었다고 해고 채선아가 수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의 임명옥 리베로처럼 공격수 출신 리베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75cm의 신장을 가진 채선아는 후위에서 수비만 하기엔 아까운 재능을 가진 선수다. 실제로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채선아는 보조공격수로서 썩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오프시즌 채선아와 포지션이 겹치는 레프트 고예림을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영입했고 채선아의 팀 내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번 시즌에도 채선아는 기존의 리베로 노란, 새로 영입한 김혜선과 함께 레프트가 아닌 리베로로 활약했다. 14경기에서 서브리시브 성공률 40.94%, 세트당 2.24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제 몫을 다 했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노란 리베로에게 밀려 경기에 나서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들었다. 그렇게 새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던 지난해 12월 26일, 채선아는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인삼공사의 레프트 최수빈과 기업은행의 리베로 채선아가 서로 팀을 옮겼지만 새로운 선수들을 맞이하는 양 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이 최수빈을 리베로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반면에 인삼공사의 서남원 감독은 채선아를 레프트로 복귀시키겠다고 밝혔다. 본의 아니게 봉인시킬 수밖에 없었던 채선아의 공격 본능(?)이 해제되는 순간이었다.

채선아는 지난해 12월30일 GS칼텍스와의 4라운드 첫 경기부터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비록 5득점에 그쳤지만 블로킹1득점과 공격득점4점으로 올리며 코트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채선아는 7일 현대건설전에서 알레나에 이어 2번째로 많은 20.12%의 공격점유율로12득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다득점 경기를 만들었다. 특히 이재은 세터와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8개의 퀵오픈 시도 중 6개를 성공시키는 높은 효율을 과시했다.

인삼공사는 한유미(현대건설)가 팀을 떠난 2012년부터 레프트 공격수에 고질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최수빈을 비롯해 한송이, 우수민, 지민경 등을 두루 활용했지만 누구도 해답이 되지 못했다. 레프트로서 경기 감각이 완전하지 않은 채선아 역시 서남원 감독의 고민을 지울 확실한 적임자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레프트 복귀 후 코트 위에서 표정부터 달라진 채선아가 우울했던 인삼공사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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