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고집쟁이가 새 역사 창조" 한 팬이 뱅거에 남긴 한 마디

아스널, 2진급 선수들로 스쿼드를 구성해 노팅엄 상대... 4-2 완패

18.01.08 15:31최종업데이트18.01.08 15:31
원고료로 응원
'자기 과신의 함정'이라는 경제 용어가 있다.

자신의 능력을 실제 능력보다 과대평가해 오류를 범한다는 뜻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이러한 함정에 빠져 조직을 수렁에 빠뜨리곤 한다.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도 '자기 과신의 함정' 사례가 등장했다. 바로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아스널 FC를 이끄는 아르센 벵거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스트라스부르 제2대학교대학원 경제학 석사 출신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8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FA컵 64강전에서 2부리그 노팅엄 포레스트에게 4-2 완패를 당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함정에 빠진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널을 무너뜨린 노팅엄 포레스트 ⓒ 노팅엄 포레스트 공식 홈페이지


1889년 창단한 노팅엄은 '한때 잘나가던' 팀이었다.

잉글랜드 중부에 있는 노팅엄셔 주를 연고로 하는 노팅엄은 지난 1970년대 말 '명장' 브라이언 클러프 감독을 앞세워 프리미어리그 우승(1978)을 비롯해 유럽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챔피언스컵에서 2시즌 연속 우승컵(1979, 80시즌)을 들어 올리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들의 화려한 시절은 짧았다. 1980년대 초를 기점으로 주축 선수들이 팀을 차례대로 떠나면서 침체기를 걷기 시작한 것이다.

1998~1999시즌을 제외하고 줄곧 2~3부 리그에서 활동해 왔던 노팅엄은 올 시즌에도 24팀이 소속돼 있는 챔피언십(2부 리그) 무대에서 14위(10승 2무 14패)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3~2004 시즌 프리미어리그 무패우승 이후 13년 연속 리그 무관을 비롯해 올 시즌 아스널의 리그 6위 추락을 이끌고 있는 벵거 감독은 이런 노팅엄의 전력을 만만히 본 걸까.

아스널은 지난 4일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서 선발로 출격시켰던 베스트 멤버 10명(산체스, 외질 등)을 제외시키고, 메이틀랜드 나일스(잉글랜드), 모하메드 엘 네니(이집트) 등 2진급 선수들로 스쿼드를 구성해 노팅엄을 상대했다.

새해 벽두부터 심판에게 욕설한 혐의로 3경기 퇴장 징계를 받은 벵거는 관중석에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봤지만, 경기 종료 후엔 참담한 표정을 지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패스축구를 신봉하는 아스널은 이날 7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했지만, 효율적인 역습축구를 펼친 노팅엄에게 무려 4골을 허용하는 굴욕을 맛봤다. 아스널이 FA컵에서 2부 리그 팀에게 4골을 허용한 것은 110년 만이다. 

오랜만에 출전한 경기에서 2부리그팀에게 4골이나 허용한 다비드 오스피나(콜롬비아) 골키퍼는 경기 이후 넋이 나간 표정을 지어보였고, 이날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골을 기록한 페어 메르테자커(독일)와 대니 웰벡(잉글랜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지역 일간지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의 웹사이트에는 벵거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아스널 팬들의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특히 한 팬은 "옛 영광에 빠져 사는 고집쟁이가 FA컵에서 새 역사를 창조했다"라며 조롱했다.

한편, 이날 2골을 몰아치며 3만여 노팅엄 홈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선물한 리차제이는 "경기 전 아스널의 선발 라인업을 보고,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스널 벵거 노팅엄 포레스트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