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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린 문근영... 그가 용기내어 꺼내놓은 말들

[스팟인터뷰] EBS <지식채널e> 신년기획 '타인' 8부작 연출한 김동준 피디

18.01.08 19:01최종업데이트18.01.0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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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명사] 다른 사람

EBS <지식채널e>가 꺼낸 2018년의 화두는 '타인'이었다. "나와 다른 것을 참지 못하는 혐오의 시대. '나'와 '너'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그 출발점이었다. 지난 3일을 시작으로 <지식채널e>는 신년 기획 '타인' 8부작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지식채널e>가 시도하지 않았던 '인터뷰 형식'을 품었다.

첫 타석에는 배우 문근영이 섰다. 그는 대중에게 오랜 시간 노출됐던 아역 출신 배우로서 '타인'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로서 스스로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려 노력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해받고 싶었는지 눈물을 흘리며 토로한다. 13살부터 대중의 관심 혹은 질타를 받고 그 성장 과정이 모두 공개된 배우로서 문근영은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사실 그게 제일 무서워요. 다른 사람을 만날 때 '나는 이 사람이 처음인데 상대는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알고 있고' 너무나 쉽게 그런 이야기를 해요.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 모르면서 너무나 쉽게 평가를 하고 비난을 하기도 하고. 처음에는 '왜 이해를 못 하지?'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삶이 너무 바빠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EBS


EBS <지식채널e> 신년기획 '타인' 중 한 장면 ⓒ EBS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 지내면서 내 삶에 너무나 많은 타인들이 있었어요. 너무나 영향을 주는 타인들이. 그 타인들을 미워하면 편했을 텐데 그걸 못해서 자꾸 저를 미워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른 타인에 의해서보다 나로서 생각하고 나로서 느끼고 나로서 살고 싶어요."

마침내 그 무수한 물음 끝에 문근영은 말한다. "나로서 생각하고 느끼고 살고 싶다"고.

Q.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거네요?
"절대 다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 누군가에게 다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표현을 쓰려면 절대 쉽고 단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있어요. 살기에도 너무 바쁘니까 일일이 모든 사람을 곱씹고 생각하면서 이해하고 이건 너무 어렵잖아요. 작품을 통해서 자꾸 그런 걸 더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어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거 말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하게 만들고 싶어요. 내 연기로. 내 노력으로."

'우리는 과연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배우 문근영의 대답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노력해야 한다'였다. 많은 고민과 쓰라림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그의 '대답'이 인터넷을 타고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만들어냈다. "나 또한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타인'이라니. 말로만 들었을 때는 도대체 무얼 다루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8일 <지식채널e> 김동준 피디는 "문근영씨가 말씀을 잘 해주셨다"며 거듭 고마워 했다.

"온라인에서도 그렇고 삶에서도 '나'와 '타인'의 관계에 어려움들이 많다. 굳이 깊게 이해하고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나치게 그러려고 한다든지 반대로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든지. 정말 오랫동안 벌어져 왔다.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싶었다. 어떻게 우리가 관계 맺기를 하는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을 하나.

사실 나와 타인의 관계가 어때야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본다. 어린애들도 알면서 성장해가고 교육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가 (관계맺기를) 못하고들 살고 있단 말이다. 그래서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자 싶었다. 인터뷰에 나오는 배우 문근영을 비롯한 3명은 결국 모두 같은 맥락의 말을 하고 있다. 이들의 메시지를 듣다 보면 '색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자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주제 자체는 오래 전부터 고민해온 것이라 하지만 인터뷰이 선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이전에도 한 번 인터뷰 형식으로 <지식채널e>를 제작한 적이 있긴 하지만 '타인'처럼 추상적인 주제가 아니었다.

"카메라를 보고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타인'이라는. 철학자거나 평론가 같은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다. 타인이 되어본 사람들. 예컨대 배우들. 나와는 다른 캐릭터(타인)를 창작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타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젊은 사람들 위주로."

배우 문근영 섭외가 가능했던 건 역으로 문근영의 적극성 때문이었다. 평소 <지식채널e>를 즐겨 하루에도 몇 편씩 연달아 보기도 한다는 문근영은 EBS의 제안이 들어왔을 때 거절하지 않고 흔쾌히 응했다.

"교양 프로그램에 나오신 적도 없고 프로그램 출연료가 얼마 되지도 않지만 흔쾌히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저희가 해달라고 졸라서 이게 될 게 아닌데 저희도 고마워하고 있다. 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런 깊은 이야기까지 차분하게 해주시고 그래서 좀 더 공감과 울림이 있었던 것 같다.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후로도 <지식채널e>는 직접적으로 '타인'은 아니지만 이후로도 타인과 관련된 주제를 다룰 것이라 말했다.

"'타인'을 빼고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모든 게 다 그렇지 않나. 이후로 나오는 다니엘 린데만씨 역시 타인이라는 주제에 대해 '타인이라는 말은 정말 아무 말도 안 할 수 있고 무수히 많은 말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배우, 소설가, 창작자, 방송인 등 자기 위치에서 타인에 대해 들어보자 싶었다. 누구나 자기가 정의하는 나와 타인이 있을 거다."

타인 지식채널E EBS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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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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