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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 없이도 홀로서기 성공한 감독

[2017-2018 NBA] 에릭 스폴스트라, 지도력 의심 받았으나 마이애미 상위권 유지

18.01.11 16:27최종업데이트18.01.1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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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불스와 LA 레이커스에서 감독으로, 뉴욕 닉스에서는 경영을 담당하는 사장으로 일한 필 잭슨은 NBA팬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특히 닉스 사장 시절, 외곽슛과 스몰 라인업이 대세를 이루는 NBA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보수적인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팀을 망친 '원흉(?)'으로 꼽혔다. 지금은 팀을 떠난 슈퍼스타 카멜로 앤서니(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많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잭슨이 NBA 파이널 13회 진출, 11회 우승이라는 엄청난 금자탑을 세운 감독 시절의 커리어에도 평가가 나뉜다는 점이다. 시카고 감독에 부임했을 때는 이미 팀에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펜이 있었고 레이커스에서는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를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1번의 우승 경력을 가진 잭슨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시카고가 72승을 올렸던 1995-1996 시즌 한 번뿐이었다.

NBA에서 스타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소위 '슈퍼팀'을 이끄는 감독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마이애미 히트의 에릭 스폴스트라 감독 역시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비롯한 '빅3' 시절의 마이애미 히트를 이끈 지도자라 상대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스타 출신 선수가 한 명도 없는 마이애미를 동부 컨퍼런스 공동4위로 이끌고 있는 이번 시즌, 스폴스트라 감독의 지도력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빅3와 함께하며 저평가 받았던 스폴스트라 감독의 지도력

그 동안 '빅3'의 명성에 지도력을 의심 받던 스폴스트라 감독은 이번 시즌 비로소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 NBA.com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의 스폴스트라 감독에게서 어쩐지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유는 그의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폴스트라 감독은 포틀랜드 대학에 진학해 4년 동안 포인트가드로 활약했지만 NBA에 진출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 못했다. 스폴스트라 감독은 대학 졸업 후 독일로 건너가 프로팀에서 선수 겸 코치로 활약했지만 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현역 생활을 접었다.

스폴스트라 감독이 NBA와 인연을 맺게 된 시기는 1995년 마이애미의 비디오 분석관으로 재직하면서부터다. 스폴스트라 감독은 2년 동안 비디오 분석을 하면서 농구에 대한 이론과 전략 등을 공부했고 1997년 마이애미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팻 라일리, 스탠 밴 건디 같은 좋은 감독을 보좌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은 스폴스트라 감독은 2005-2006 시즌 파이널에서 마이애미의 첫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스폴스트라 감독은 2008년 은퇴한 라일리 감독의 후임으로 10년의 코치 생활을 끝내고 마이애미의 새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만 해도 마이애미는 드웨인 웨이드(클리블랜드)의 원맨팀에 가까웠지만 두 시즌 만에 스폴스트라 감독에게 천지가 개벽할 행운이 찾아왔다. 바로 NBA를 대표하는 최고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와 올스타 포워드 크리스 보쉬가 마이애미에 합류한 것이다.

웨이드가 홀로 이끌던 원맨팀에서 포지션마다 올스타를 보유한 슈퍼팀으로 거듭난 마이애미는 2010-2011 시즌부터 파이널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1-2012 시즌에서는 파이널에서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케츠)이 함께 뛰던 오클라호마시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최초로 미국 메이저 스포츠의 아시아계 사령탑이었던 스폴스트라 감독은 최초의 아시아계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추가했다.

스폴스트라 감독은 '빅3'와 함께 한 4번의 시즌 동안 파이널 우승 2회와 준우승 2회를 차지하며 마이애미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스폴스트라 감독은 네 시즌 연속 파이널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하면서도 지도력은 크게 인정 받지 못했다. 그 정도의 호화 라인업을 구성하면 어느 감독이라도 스폴스트라 감독 못지않은 업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스폴스트라 저평가의 요지였다.

이번 시즌 신기할 정도로 잘 먹히는 스폴스트라 감독의 용병술

제임스가 빠진 '빅2'는 기대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 NBA.com


2013-2014 시즌이 끝나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로 돌아가면서 마이애미는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실제로 웨이드가 20경기, 보쉬가 38경기에 결장한 마이애미는 2014-2015시즌 37승45패로 스폴스트라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고란 드라기치와 웨이드, 하산 화이트사이드가 분전한 2015-2016 시즌에는 컨퍼런스 준결승까지 진출했지만 거기까지가 '제임스 없는' 마이애미의 한계처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13년을 함께 했던 프랜차이즈 스타 웨이드마저 팀을 떠나고 보쉬마저 폐혈전으로 사실상 선수생활을 마감하면서 마이애미의 '빅3'는 6년 만에 완전히 해체됐다. 결국 마이애미는 2016-2017 시즌 5할 승률을 기록하고도 시카고에게 상대전적에서 밀려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제임스가 떠난 후 세 시즌 동안 두번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서 스폴스트라 감독의 지도력은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에도 마이애미는 만족할 만한 전력 보강에 실패했다. FA로 영입한 켈리 올리닉은 대어급과는 거리가 멀었고 14순위로 지명한 켄터키 대학 출신 빅맨 뱀 아데바요도 뛰어난 가드 자원이 많았던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썩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애미는 정확히 40경기를 소화한 10일까지, 23승17패로 남동부 디비전 공동 1위, 동부 컨퍼런스 공동 4위를 달리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마이애미는 작년 12월 31일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파죽의 5연승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6일 닉스전에서는 연장전 승리를 거뒀고 10일 토론토 랩터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1점 차의 짜릿한 재역전 승리를 거뒀다. 특히 스폴스트라 감독은 토론토전에서 88-89로 역전을 당한 4쿼터 3초를 남겨두고 웨인 엘링턴에게 과감한 베이스라인 돌파를 지시해 역전 결승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번 시즌 마이애미의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마이애미는 현재 디온 웨이터스와 저스티스 윈슬로우,타일러 존슨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 더 위로 치고 나갈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 한 명의 올스타 선수 없는 마이애미를 동부 컨퍼런스 빅4로 이끌고 있는 스폴스트라 감독의 지도력에 의심을 품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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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2017-2018 시즌 마이애미 히트 에릭 스폴스트라 고란 드라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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