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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을 잘 보시라"... 김명민이 강조한 깨알 팁

[인터뷰] 영화 <조선명탐정3>를 대하는 김명민의 자세, 그리고 자부심

18.02.01 18:29최종업데이트18.02.0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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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명민이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로 관객과 만난다. 변함 없이 유쾌하고 재기발랄 한 탐정 김민으로 분했다. ⓒ 쇼박스


어느새 8년이 지났고, 3편의 시리즈가 나왔다. 2010년 이후 상업영화 중엔 유일하다시피 한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명절이면 떠오르는 상징적 작품이 됐고, 그 중심엔 배우 김명민과 오달수가 있었다. '흡혈귀'를 소재로 한 세 번째 시리즈는 오는 8일 개봉예정. 그에 앞서 김명민을 만나 이 시리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들을 수 있었다.

"생각 없이, 분석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임을 그는 강조했다. "어렸을 때 열광하던 시리즈물이 거의 외국 영화들이었던 게 참 아쉬웠다"며 김명민은 "나이 먹으며 관객들이 같이 성장하고 추억할 수 있는 시리즈물이 나올 때가 됐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첫 만남

2011년 개봉한 1편은 김탁환 작가의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했다. 당시만 해도 진중한 캐릭터 혹은 가장 캐릭터로 관객과 만나던 김명민은 "어설프게 코미디를 하느니 차라리 안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기에 1편에선 간을 좀 본 게 있다"고 고백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로서 이미지 소모를 염려하며 예능 프로 출연와 벽을 쌓다시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변신을 잘해야 했지. 거부감이 없어야 하니까. 1편 땐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근데 이게 개봉 후 명절 때마다 재방영 되고 사람들 반응 역시 좋다 보니 2편 때부턴 편해진 게 있다. 이제 김명민과 김민(<조선명탐정> 속 캐릭터)은 별개의 캐릭터처럼 인식되는 거 같다. 콧수염만 달면 뭐든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웃음) 이 시리즈가 가능하게 된 힘이 어쩌면 이런 요소들이 아닌가 싶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관련 사진. ⓒ 쇼박스


나아가 김명민은 1편 출연 당시 오달수와 체험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지금에서야 "어떤 영화 현장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화기애애함이 있다고 자랑할 정도"지만 당시만 해도 모든 게 어색했다고 한다.

"처음엔 우리가 방황하는 게 있었다. 드라마보다 더 빨리 돌아가는 현장이었거든. 감독님은 또 자리에 앉아 있질 않는다. 계속 돌아다니고, 저랑 달수 형은 툇마루 구석에 있으면서 어색해 하고 그랬다(웃음). 그러다 서서히 둘의 호흡이 붙으면서 재미가 생긴 거지. 

제가 부족한 건 형이 채우고, 형이 답답해하는 부분은 또 제가 채우고. 달수 형이 '내 여자(비유적 표현)'가 되기까지 그런 과정을 겪어야 했다(웃음). 재밌는 건 저도 그렇게 연락을 자주하는 게 아닌데 할 때마다 기막히게 타이밍이 맞는다. 형, 뭐해? 장어 먹으러 가자! 그러면 마침 또 형이 일정이 없더라. 이게 인연인 거지."

창작의 고통 

그렇게 해서 2편을 지나 3편이 나올 수 있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흡혈괴마(이민기)가 양반집 자제들을 노리는 사건을 넣은 건 제작사와 김석윤 감독의 조율이 있었던 결과였다. 2014년에 개봉한 2편의 결말 부분에 흡혈귀의 등장을 예고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김명민은 "그때만 해도 3편을 노리고 넣은 건 아니었다"고 전했다. 김석윤 감독 역시 지난 언론 시사회에서 "조선 흡혈귀를 소재로 한 다른 영화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차용한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본래 지금의 제작사에서 다른 장편 영화를 준비하다가 각색 과정에서 잘 되지 않았다더라. 그 설정을 여기에 접합시켰다고 알고 있다. 여기에 또 우리 <조선명탐정>만의 장점이 있다. 어떤 소재를 가지고 와도 다 접목이 가능하지(웃음). 1편이 끝난 이후 우리끼리 농담 삼아 다음엔 이걸 하면 어떨지 얘기한 게 있다. 그때 나온 얘기 중 하나가 타임머신이었는데 그걸 타고 조선 사람이 현재로 온다는 설정이었다. 근데! 문제는 원작이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만 가지고선 시나리오가 잘 나올 수 없거든. 어쨌든 <조선명탐정>은 다른 영화에 비해 시리즈물로 가기에 많은 이점이 있다."

ⓒ 쇼박스


소재의 확장성과 함께 3편만의 재미로 김명민은 "김민의 콧수염을 잘 보시라"고 귀띔했다. "기분이 좋을 땐 수염 끝이 올라가고 안 좋을 땐 내려가는데 전편에선 분장을 바꿔가며 했다면, 이번엔 CG로 처리했더라"고 그가 말했다.

여기에 더해 영화엔 오달수의 출연작이기도 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속 장면의 패러디도 등장한다. 다만 이 장면은 10대 관객들이 못알아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김명민은 "자막으로 '이 장면은 <올드보이> 패러디입니다. 15세 이하 분들은 잠시 다른 걸 하셔도 좋습니다'라고 깔아야 할까?"라며 재치 있게 반문하기도 했다.

시리즈 이야기에 신이 난 그였지만 사실 김명민 하면 해당 캐릭터에 깊이 몰입해 연기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마침 그의 전작 드라마 <하얀거탑>이 재방영 중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관에 대해 물었다.

"<조선명탐정>은 제겐 치유의 의미다. 여기선 준비된 옷만 입으면 되니까. 본래 캐릭터를 분석하고 형상화 시키는 작업은 참 힘들다. 대본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습관, 말투, 걸음걸이 등 모든 걸 만들어야 하니까. 배우 입장에선 그런 과정이 일종의 창작의 고통일 것이다. 그래도 뭔가 다른 걸 시도할 때 전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 했던 걸 또 하면 재미 없지. 연기를 하는 동안은 내 창작열을 식히지 않는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

흥미로운 건 대중 분들은 배우가 하나의 모습으로만 나오면 '쟤는 변신 안한다'고 지적하고, 또 반대로 다양한 걸 시도하면 '어울리지 않는다. 하던 거나 잘하지'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배우는 어쨌든 창조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관습적으로 하다 보면 관객이나 시청자들 이전에 본인 스스로가 괴롭다. 그래서 계속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연기 엔진은 곧 창작의 열기였다. 이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조선명탐정3>는 김명민의 엔진에 윤활유를 부어주는 작품이지 않을까. 마침 할리우드 대작 <블랙 팬서>와 맞붙게 됐다. 2편이 <킹스맨>과 붙었다는 걸 떠올리면 역시 만만찮은 상대. 김명민이 유쾌하게 화답했다. "<블랙 팬서>도 잘 될 것 같고, <조선명탐정>은 또 우리만의 정서와 냄새가 있으니 잘 될 것 같다!"

ⓒ 쇼박스


드라마 <하안거탑>에 관해


인터뷰 중 <하얀거탑> 재방영을 물었다. 이미 그에게도 연락이 왔었고, 여러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 김명민은 "지상파에서 다시 편성해서 방영하는 첫 사례로 알고 있다"며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우에겐 이런 재방영이 뜻 깊은 의미로 다가오는 거 같다. 제겐 <하얀거탑>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제가 평생 살면서 우울증이 두 번 왔는데 하나가 <하얀거탑>이 끝난 뒤였고, 또 하나가 <내 사랑 내 곁에> 이후였다. <하얀거탑> 재방영과 관련해서 MBC에선 팬 미팅하고, 인터뷰도 하자는 요구가 있었는데 어휴, 좀 그래서 인터뷰만 했다. 이 드라마가 일본 원작이 있긴 하지만 참 참신했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된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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