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언론사 사장들과 인식 같아"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53]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연출한 김진혁 PD

등록 2018.02.09 07:47수정 2018.02.0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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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PD ⓒ 이영광


지난 1일 언론노조 YTN지부(위원장 박진수 이하 YTN 노조)가 최남수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12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 연말 당시 사장 내정자었던 최 사장과 YTN 노조가 몇 가지 사안에 합의할 때만 해도 YTN 문제가 풀려 가는 거 같았다.

하지만 최 사장은 사장에 임명되자마자 노조와의 합의를 파기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해 최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마침내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 상황을 YTN 노조의 투쟁을 지켜보고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을 연출한 김진혁 PD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5일 서울 돌곶이역 근처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뉴스 전문 채널인 YTN이 지난 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PD님은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이란 다큐멘터리를 연출하시면서 지난 시절 YTN 노조의 투쟁을 지켜보셔서 이번 파업을 남다르게 보실 것 같은데.
"논리적인 이야기 이전에 감정적으로 마음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YTN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대량 해직과 징계가 발생한 언론사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정권 교체가 되었으면 당연히 가장 먼저 정상화가 돼야 했었죠.

물론 사장 임명 시기라든지 순서가 엇갈릴 수는 있죠. 그러나 지금 결과적으로 MBC는 최승호 사장이 됐고 KBS도 고대영 사장이 해임됐잖아요. 그렇게 보면 YTN은 이미 진작 해결돼야 했는데 황당하죠. 물론 최남수 사장을 임명한 이사진은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됐죠. 하지만 어쨌든 정권이 교체 됐는데 다시 파업까지 해야 한다는 자체가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과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어떻게 최남수씨 같은 사람이 임명됐던 걸까'하는 굉장한 궁금증이 들어요, 왜냐면 이건 단순히 YTN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KBS 사장도 임명될 것이고, 이번만이 아니라 계속 임명될 거잖아요. 전반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예전에 이용마 기자가 사장 선출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했잖아요. 이참에 공영언론이나 공적인 성격을 띤 언론의 사장 선임 구조를 전반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2008년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요.
"그렇죠. 근데 2008년과 지금은 모든 상황이 달라요. 물론 파업하는 등의 모양새는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 구본홍씨도 이명박 정부 초기 오랫동안 노조가 저항해서 스스로 사퇴했잖아요. 그런데 문재인 정권하에서 뭘 믿고 버티는지 잘 이해가 안 가고 설사 저렇게 버틴다 하더라도 용납될 수 있는 것인가에서 보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 사장은 9년 동안 떠나 있었고 YTN에 온 지 얼마 안 됐잖아요. 물론 예측이기는 하지만 지난 9년 동안 임원으로 계셨던 분들이 일종의 블록을 형성하고 최 사장을 간판으로 대체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도 들어요."


- 최 사장 생각을 추측하자면 어차피 문재인 정권을 언론 자유를 보장해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자기가 버티면 정권도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것 같거든요.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인 게 그러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 상태로 내버려 둘 순 없는 거거든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아니다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성격은 MBC나 KBS를 보면 알겠지만, 시대정신에 맞도록 하되 그것에 맞도록 서둘러서 간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절차대로 가는 거죠. 그니까 MBC나 KBS도 더디게 갔지만, 결과적으로 가는 방향성 자체가 거꾸로 가지는 않는 거예요.

그러면 최 사장은 '버티면 된다'가 아니라 그렇게 버티면 버틸수록 역으로 문재인 정부는 '이런 데 문제가 있고 시민은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주는 거죠. 최 사장은 정말 사장을 하고 싶으면 버티는 게 아니라 사퇴하든지 아니면 사과를 하고 화해 제스처를 해야지 저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거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최 사장에게 불리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 가장 먼저 탄압받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정상화 되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실제 지난해 5월 조준희 전 사장이 사퇴한 데 이어 8월엔 해직자 3명이 복직하면서 어느 방송사보다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더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그렇죠. 사실 타협안 같은 게 애매했었잖아요. 그렇게 되면 당시는 큰 무리 없이 넘어가더라도 지금 벌어지는 문제나 갈등이 최남수 사장이 재임하는 내내 있었을 수도 있어요. 굳이 나쁜 면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이렇게 최 사장을 사퇴시키면 지속 되는 내부 갈등이 이른 시일 내에 명료해지고 정리되지 않을까 해요. 아마 구성원도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대단히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뭔가 확실히 정리하고 갈 수 있는 계기로서 작동할 수 있지 않겠냔 생각도 들어요."

- 그런 논리로 보면 조준희 전 사장 퇴진이 너무 쉽게 이뤄져서 아무 대처를 안 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물론 내부적으로 성명서를 쓰긴 했지만, 총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선수를 친 거죠, 저쪽에서 어차피 시간이 가면 이렇게 될 것 같으니 조 사장을 빨리 내려 앉히고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이사들이 있을 때 사장을 뽑는 식으로요. 근데 그걸 막을 수는 없죠. 방금 제가 말한 것처럼 오히려 이게 계기로 작동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죠. 어디까지나 밖에서 보는 입장이죠.

정치적인 고려나 내부 정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런 파업을 통해서 YTN이 오랫동안 공정방송을 위해서 싸운 걸 더욱 많은 시민에게 알리는 게 제일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시민에게 알려져야 정치권도 긴장해서 신경 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상화 되는 것뿐만 아니라 정상화된 이후가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시민의 관심이 핵심이라서 그런 부분이 이번 파업을 통해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최 사장은 그때그때 말이 달라요.
"최 사장 트위터나 역사관이 문제 되잖아요. 처음 최 사장이 임명될 때 많은 사람이 중도인 척하지만 크게 모 안 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죠. 사실 그런 사람은 몰아내기가 애매하거든요. 지금 과정에서 여러 언행을 살펴보니 오히려 이명박근혜 정권과 궤를 같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그런 각도에서 다시 최 사장을 보니까 여기서 이 말 하고 저기서 저 말 하는 것조차도 사실 같은 궤가 있는 거죠.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과 사실 똑같아요. 조준희 전 사장보다 나쁠 수 있다는 거로 판명되었고 여기서 이 말 하고 저기서 저 말 하는 거도 그런 걸 뒷받침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허둥대서 하는 게 아니라요."

- 최남수 사장은 지난해 11월 초 이사회에서 선출되었으나 노조가 반대했죠. 언론노조의 중재로 합의했지만, 최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합의를 파기했어요. 하지만 최 사장은 합의 파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맨 처음 들어오기 전에는 해직언론인들의 생각이 자기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했잖아요. 그러다가 왜 합의 파기를 했는지를 보면 그건 립서비스예요. 원래 그런 생각이든 여기 와서 그런 생각을 가졌든 그건 모르겠는데 애초 그들이 YTN의 주인이라고 생각 안 하는 거예요. 즉 해직 언론인이나 노조 사람들은 YTN에 있어서 소수의 시끄럽게 구는 사람들인 거고 다수는 아니라는 인식을 가진 거죠.

그 인식은 박근혜 정권 때 언론사 사장을 했던 사람들의 인식과 똑같아요. 그러니 당연히 합의를 할 수도 없죠. '얘네들이 요구하면 조금은 받아줄게' 정도로 인식한 거죠. 근데 요구가 과하면 들어줄 수 없다고 쉽게 생각한 거죠. 촛불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마당에 굉장히 시대착오적이고 현실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사고를 이미 가지고 있던 거예요. 그런 게 드러나지 않다가 합의 파기를 통해서 드러난 거지 단순히 이 사람이 합의 파기한 자체가 문제 아니라는 거죠."

- 최 사장은 노종면 기자나 노조가 인사권을 달라고 주장했다고 하는데 보도국 내의 보직은 보도국장이 임명하는 게 옳다고 보지만 그게 무리라면 제청하도록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그걸 인사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게 잘 납득이 안 되어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왜 그렇게 보느냐고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 사장 생각은 애초에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요. 노조나 공정방송 또는 파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진 생각 자체가 저런 건 괜히 쇼하는 거라는 기존의 이명박근혜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거기에 대해 자기가 립서비스 하는 정도지 실제로 그걸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거예요. 받아들일 수 없으니 합의가 안 되고, 받아들일 수 없으면 인사권 침해가 되는 거죠.

왜 그러냐면 자기가 사장으로 오면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에 운영했던 임원진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싶은 거예요. 유지하려는 걸 반대하는 게 인사권 침해인 거죠. 노조는 교체하라고 하잖아요. 교체하고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바꾸라는 요구인데 그럼 최 사장이 현재 존재하는 이유가  결국 기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맡은 거예요. 그러니 유지시키는 걸 침해하는 그 어떤 것도 합의를 파기할 수밖에 없어요,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죠. 그럼 결국 최 사장 뒤에 있는 그룹의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 밖에 없죠. YTN 내부에서는 다 파악하지 않을까요?"

- 지난 1일 YTN 사옥에 경찰이 투입됐고 최 사장은 집단 린치당했다고 주장해요
"집단 린치라고 보는 생각 자체가 어디서 비롯되었느냐면 본인이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임명된 사장이고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에게 하는 모든 게 집단린치인 거죠. 근데 생각해보면 구본홍 사장도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임명됐어요. 언론사의 경우 단지 절차적 정당성이 있는지 없는지만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이 사람이 언론의 공정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고 그런 자격이나 품성을 가졌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거죠.

예를 들어 참여정부 때 KBS 사장으로 임명된 서동구씨도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이에요. 구본홍 사장 마찬가지예요. 그런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거죠. 그러면 최 사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역시 '당신이 시대정신에 맞는 사장으로서 작동하는지 의심스럽다'라고 질문하는 거고 답을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요구를 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거기에 대해 항의를 하는 거죠.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피상적인 것만 자꾸 주장하는 거예요.

물론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을 수는 없죠. 그건 이해를 해요.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 피상적인 것 말고 본질적인 걸 얘기해야 합니다. 최 사장이 피상적인 것만 얘기할수록 오히려 사장감이 아니라는 인상만 심어 준다고 생각해요."

- 노종면 기자는 "후배들 상대로 소송하지 말고 우리를 해고하고 징계하라"고 했다던데 복직자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가슴 아픕니다.
"지난 9년 동안 열심히 투쟁했죠. 다 응원했고 그것은 훌륭한 일인데 해직 언론인 처지에서 보면 후배들에게 미안하지 않을까요? 최 사장 왔을 때도 누군가는 YTN 노조가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지 못하고 최 사장과 타협하려고 한 걸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나 저는 그런 부분이 이해돼요, 그렇게 오래 싸워 왔는데 또 싸우자고 하기가 미안한 거죠.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사실 약간 뒤에 물러나 있으려고 했는데 후배들까지 하니까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후배들에게 책임감과 미안함 같은 것이 있으니 그런 말 할 수밖에 없죠."

- 설마 징계나 해고가 나오진 않겠죠?
"만약 그런다면 YTN뿐만 아니라 언론계 전체 그리고 정권에까지 모든 걸로 확산하면서 큰 무리와 부담이 될 거예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요,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지 않나요? 현명하게 판단해야죠. 정말 자기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납작 엎드려서 사죄하고 노조 요구를 빨리 수용해야죠. 이미 타이밍도 늦었지만,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하게 되면 어렵죠."

- YTN 노조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아요.
"노조원 스스로가 잘 알겠지만 결국 이 싸움에서 YTN 노조가 승리할 거라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승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언제냐는 건 아무도 예측할 수 없잖아요. 그때까지 너무 지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이나 예상이 아니라 응원해 주는 거죠. 많은 사람이 YTN 노조를 응원하고 있잖아요. 국민 대부분일 거예요. 그걸 기억하시고 저도 사태 해결까지 되도록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사태에 대해 알고 YTN 노조를 응원할 수 있도록 홍보할게요.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진혁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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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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