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개막식이 무사히 치러졌고, 지난 휴일에는 우리나라의 첫 금메달 소식도 들었다. 그런데 패럴림픽이 끝나는 날까지 매일매일 신경써야 할 뉴스가 있다. 바로 기상상황에 대한 것이다. 온국민이 우려했던 개막식날 강추위는 피했으나 본격적으로 시작된 야외 경기들이 심한 바람에 연기되었다는 걱정스러운 소식도 들려온다.
추위가 주춤해진 휴일 잠시 높아졌던 초미세먼지 농도에도 마음을 졸였다. 이처럼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 가운데, 날씨 문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삼한사미'라는 신조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전자는 '삼일은 한파가 계속되고 사일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들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후자는 '삼일은 춥고 나머지 사일은 미치도록 춥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어떤 의미의 삼한사미이든 올림픽을 치루는 개최국의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사태이다.
사태라고까지 할 만한가 싶겠으나, 우리는 신년 벽두부터 전국이 고농도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고 그에 대응하는 정책들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사회적인 논란도 경험했다. 미세먼지 사태가 주춤해진 이후로는 최근 10년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강력한 한파로 전국이 얼어붙어서 꼼짝달싹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북쪽에서 밀고 내려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위세를 떨치면 추위에 떨어야 하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주춤하고, 차가운 고기압이 위쪽으로 물러나면 북서풍에 실려오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풍이나 북서풍도 불어오지 않아 대기 정체가 길어지면 춥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2차 생성물로 인해서 올라가는 미세먼지 농도를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러야만 한다.
모순이 반복되는 이 겨울,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라는 저서에 나오는 유명한 한 줄에 대해 생각해본다. '빈곤은 계급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는 문구이다. 공기중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인한 전례 없는 한파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공동체가 만든 문제이다. 그 문제를 만들어낸 가해자인 우리 모두는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피해자 목록에 올라 쩔쩔 매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구촌 공동체의 평화로운 겨울 축제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무차별적이고 민주적인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위험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사실도 함께 인식하는 환경올림픽이 되도록 하면 어떨까?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해답일 것이다. 개막을 앞둔 평창올림픽에서 미세먼지 및 한파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차량 2부제에 동참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나 한 사람의 동참으로 무엇이 바뀌겠냐는 생각을 조금 다르게 바꾸어보면 어떨까? 울리히 벡이 말하는 위험사회의 극복 방안은 과학에 대한 성찰과 시민들이 이끌어 가는 하위정치의 부상이다.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위험에 대한 대처를 정치가나 과학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실천이 강조되고 있다.
지구촌 가족으로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이 시기에 세계적 위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도 할 말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날씨를 살펴보니 비교적 따뜻한 서풍이 유입되면서 추위는 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쪽 지역에는 중국발 스모그 영향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올림픽 기간 중에 중국발 미세먼지 농도가 문제가 예상된다면, 이 기회를 빌어 우리의 나쁜 이웃에게도 진정성 있는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강력히 촉구할 수 있어야겠다.
미세먼지 문제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위험이지만 세계적 위험 공동체의 구성원들 가운데 가장 위험한 구성원들은 역시나 아직 호흡기를 비롯한 신체가 성숙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호흡량이 많은 어린이들일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의 대응에 더욱 주목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교육청과 직속기관인 학교보건진흥원에서는 미세먼지에 대한 무력감이나 과도한 공포를 바로 잡고 학교 현장에서의 올바른 대응과 교육, 저감을 위한 학교의 실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지원단을 꾸리고 운영중이다.
그렇지만 위험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보다 궁극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가진 세계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속한 학교공동체를 넘어선 더 폭넓고 결속력 있는 세계적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에 모여 지구촌의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고 즐기고 있는 이 때에, 얄궂은 날씨가 걱정된다면 세계적 위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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