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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갖고 바다를 보갔습니까?" 북측 응원단 등장에 경포해변 '마비'

[현장] 첫 나들이에서 공개 공연 펼쳐... 시민들도 "반갑습니다" 화답

18.02.13 20:53최종업데이트18.02.1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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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나들이 도중 깜짝 공연 선보이는 북측 취주악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 소속 취주악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오죽헌을 방문해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 첫 나들이 도중 깜짝 공연 선보이는 북측 취주악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 소속 취주악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오죽헌을 방문해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13일 오후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의 생가인 강릉시 오죽헌 자경문 앞 광장. 빨간색 상의와 하얀색 하의, 금실로 수놓은 모자를 쓴 북측 응원단의 취주악대가 '반갑습니다'를 연주했다. 가장 선두에 선 고적대장 2명이 봉을 화려하게 움직이며 같은 몸짓으로 리듬을 탔다. 하얀색 모자와 빨간색 체육복을 입은 북측 응원단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추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아리랑>, <쾌지나칭칭나네>, <옹헤야> 등 남측에서도 친숙한 전통 민요와 <달려가자 미래로>, <통일무지개> 등 북측 노래들이 연주됐다. 트럼펫,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드럼 등을 연주하는 취주악대는 곡마다 다른 대형을 취하면서 공연을 펼쳤다. 어떤 땐 트럼펫을 든 5명이 앞장섰고 그 뒤에는 색소폰을 든 5명이 앞장섰다. 뒤에 있는 취주악대도 지휘에 맞춰 좌우 앞뒤로 스텝을 밟으면서 악기를 연주했다.

휴대폰을 든 손들이 크게 그린 원 안에 있는 북측 응원단의 모습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한반도기를 손에 쥐고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방남 7일차를 맞은 북측 응원단의 첫 강릉 나들이에서 펼쳐진 '깜짝 공연'이었다. 사실상 북측 취주악대의 첫 공개 공연이다. 지난  8일 북측 선수단의 강릉 올림픽 선수촌 입촌식 땐 올림픽 관계자 등 제한된 사람들만 공연을 볼 수 있었다.

▲ 오죽헌 관람하는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오죽헌을 방문해 관람하고 있다. ⓒ 유성호


▲ 오죽헌 관람하는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오죽헌을 방문해 관람하고 있다. ⓒ 유성호


▲ 오죽헌 관람하는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오죽헌을 방문해 관람하고 있다. ⓒ 유성호


응원단 본 시민, "내 인생 처음으로 북측 사람들 가까이서 보는데..."



▲ 한반도기 흔들며 북측 응원단 반기는 시민들 "우리 다시 만나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오죽헌을 방문하자,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영하고 있다. ⓒ 유성호




▲ 한반도기 흔들며 북측 응원단 반기는 시민들 "우리 다시 만나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오죽헌을 방문하자, 시민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환영하고 있다. ⓒ 유성호


북측 취주악대의 공연은 북측 응원단의 오죽헌 견학 이후에 펼쳐졌다. 여유로운 견학은 아니었다. 이미 응원단의 강릉 나들이 소식을 들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도착 1시간여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던 터였다. 오죽헌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응원단을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북측 기자단은 취주악대의 공연 20여 분 전 먼저 오죽헌을 찾아 한반도기를 들고 환영하는 시민 등을 분주하게 촬영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응원단은 오죽헌과 율곡기념관, 향토민속관 등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 나왔다. 오죽헌 측에서 응원단에 전통차를 준비했지만 북측 인솔자는 "차요? 녹차? 마시진 못할 것 같습니다. 구경만 하겠습니다"라며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들이 "북측에도 비슷한 곳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응원단은 대답 대신 미소로 답했다. "너무 이뻐요", "환영합니다"라는 인사에는 손을 흔들며 "반갑습니다"라고 답했다.

논란이 된 몇몇 보도 때문인지 취재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카메라 기자가 몸을 낮춰 아래에서 위로 응원단을 비추자 한 인솔자가 다가가 "아름다운 것만 찍읍시다"라고 했다.

공연은 약 30여 분간 이어졌다. 강릉 시민인 김남순(43, 남)씨는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고 왔다가 공연을 보게 된 경우였다. 김씨는 "내 인생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가까이서 보는데, 너무 뭉클하고 좋다"면서 "그냥 우리랑 똑같다. 왜 이렇게 멀리서 떨어져 있었을까. 똑같은 동네 친구인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쇼트트랙 경기를 보기 위해 온 정순옥(61, 여)씨는 "공연 잘 봤다. 생각보다 너무 이쁘고 우리가 생각했던 이북사람들도 아닌 것 같다"면서 "날씨도 추운데 우리가 손 흔들면 마주 흔들어주고, 표정도 부드럽고. 그동안 생각했던 북한(이미지) 이런 게 무너졌다"고 말했다.

"어데 이래갖고 바다를 보갔습니까?" 핀잔에 웃음꽃 터져

▲ 경포해변 나들이 나온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을 찾아 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 유성호


▲ 북측 응원단 반기는 대학생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을 찾아 경관을 둘러보자, 서울에서 내려온 대학생들이 한반도기가 그려진 현수막을 들어보이며 반기고 있다. ⓒ 유성호


▲ 북측 응원단 반기는 시민들 "너무 예뻐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을 찾아 경관을 둘러보자, 아이와 손잡고 나온 시민이 응원단을 반기며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 경포해변 나들이 나온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강릉 경포해변을 찾아 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 유성호


북측 응원단이 이날 오후 12시 20분께 첫 나들이 장소로 강릉 경포해변을 찾았을 때도 분위기는 뜨거웠다. 내·외신 기자들만 아니라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북측 응원단을 기다렸다. 응원단이 경포해변 중앙광장에 도착했을 땐 곳곳에서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나왔다. 응원단은 이에 손을 흔들면서 "반갑습니다"고 마주 인사했다.

해변으로 가진 못했다. 기자들과 시민들이 너무 몰리면서 백사장 먼지가 뿌옇게 일어날 정도였다. 응원단은 때 아닌 '봉변'을 손부채로 흩어버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한 인솔자가 앞을 가로막은 기자들을 향해 "바다(를) 어데 보갔습니까. 이래 갖고"라고 핀잔을 주자,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기자들 때문에 먼지가 너무 많이 일어나죠?"라고 물었을 때도 웃음만 터뜨리고 답하지 않았다.

몇몇 응원단원들만 취재진의 질문에 응했다. 대다수 단출한 답변이었다. 한 응원단원은 "바다를 보시니 어떠냐"는 질문에 "가슴이 확 트여 좋습니다. 올림픽에서 하나가 돼 응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원단원은 오는 14일 여자 아이스하키 한일전 응원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일본을 이긴다고 확신합니다. (어떤 응원인지?) 미리 다 알면 재미있겠습니까? 앞으로 보게 될 것입니다"고 답했다.

한 인솔자는 "남측 바다는 북측과 비교해서 어떤가"라는 질문에 "조선의 바다요"라며 "같은 바다 아니냐"고 답했다. '가면 논란'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나랑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라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경포해변 나들이는 백사장 옆 나무 판자 길을 30여 분 정도 산책하는 정도로 끝났다. 기자들이 응원단 양 옆으로 따라다니면서 취재경쟁을 벌이는 동안 시민들은 휴대폰을 들어 올리면서 사진을 찍고, 손을 흔들면서 응원단을 반겼다.

대학생 통일응원단 일원으로 북측 응원단을 환영하러 나온 변은혜(27, 여)씨는 한반도가 그려진 소고를 대여섯 개 들고 응원단을 향해 "한일전에서 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물로 주고 싶어 '통일 소고'를 만들어 가져 왔다"면서 "손이라도 잡고 싶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김선경(36, 여)씨는 "전날 루지 경기를 보고 우연찮게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가 (북측 응원단을) 만나게 됐다"라면서 "되게 많이 뭉클하고 진짜 한민족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이렇게 좀 많이 만날 수 있는 날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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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평화올림픽 북측응원단 오죽헌 경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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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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