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호랑이 예비군'의 힘, 올해는 '박정수-문경찬'

[KBO리그] 선발 도전장 던진 경찰청 출신 잠수함 박정수와 상무 출신 우완 문경찬

18.03.07 11:56최종업데이트18.03.07 11:56
원고료로 응원
사실 지난해 시즌이 시작할 때만 해도 KIA타이거즈는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 팻 딘으로 이어지는 선발 트로이카를 제외한 4~5선발 투수들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6년 90.1이닝을 던지며 4승을 올린 홍건희는 시범경기에서 썩 인상적인 활약을 해주지 못했고 '아픈 손가락' 윤석민과 김진우는 아예 시범경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IA는 작년 시즌 강력한 4선발을 보유한 팀으로 거듭났다. 그저 흔한 유망주에 불과했던 사이드암 임기영이 두 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8승 6패 평균자책점 3.65의 성적을 기록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임기영은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2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만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 투구로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전역 후 1군에서의 첫 시즌 가을야구와 국제대회를 포함해 131이닝을 던지며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탓일까. 임기영은 오른쪽 어깨에 미세한 통증이 있어 아직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등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임기영의 개막 엔트리 합류가 힘들어진 만큼 KIA로서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내심 작년 임기영이 그랬던 것처럼 '예비역 콤비' 박정수와 문경찬 중에서 또 다른 '신데렐라'가 탄생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광주KIA챔피언스필드를 소녀팬들로 가득 채울 '꽃미남 잠수함'

KIA팬들에게는 애증의 이름이 된 윤석민의 야탑고 10년 후배 박정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내야수로 활약하다가 2학년 때부터 투수로 전향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전체 65순위)로 KIA에 지명된 박정수는 낮은 지명순위와 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은 평범한 신인 투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박정수는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수려한 외모 덕분에 루키 시즌 때부터 KIA팬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즌 초반 퓨처스리그에서도 그리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던 박정수는 2015년6월3일 두산전에서 2이닝 1실점으로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7월부터는 주로 1군에 머물렀다. 박정수는 루키시즌 승리 없이 3패만을 기록했지만 19경기에서 42.1이닝을 던지며 5.53의 평균자책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박정수는 프로에서 한 시즌을 보낸 후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경찰 야구단에서 선발 수업을 받은 박정수는 22경기에서 11승 1패 1홀드 4.50을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2016 시즌이 끝난 후에는 멕시코에서 개최된 제1회 WBSC U-23 야구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다. 박정수는 2017년 부상으로 12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2승 2패 4.05로 투구내용은 더 좋아졌다. 무엇보다 46.2이닝을 던지면서 51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사사구는 단 13개에 그친 점이 고무적이었다.

군에서 전역한 박정수는 마무리 캠프에서 이대진 코치의 집중지도를 받았고 스프링캠프에서도 꾸준히 실전 등판을 하며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2월 15일 주니치 드래곤즈전 3이닝 무실점에 이어 지난 2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4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좋은 투구내용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퓨처스리그지만 경찰 야구단 시절 꾸준히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점도 박정수가 선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정수는 입대 전 시속 140km 중반의 빠른 공을 던졌고 나이가 젊은 만큼 구속 향상의 여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 활약한다면 굳이 구속 향상에 목을 메기보다는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신인 시절 선배들의 음료수를 나르던 사진 한 장으로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한 박정수는 일단 로테이션에 포함되기만 하면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 많은 소녀팬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예비 스타'이기 때문이다.

KIA를 동경하던 소년, 예비역으로 돌아와 KIA의 선발 노린다

고졸신인으로 입단한 박정수가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하며 기량을 끌어 올렸다면 건국대 출신의 우완 정통파 문경찬은 상무에서 경험을 쌓으며 성장한 선수다. 건국대 시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후보로 언급될 정도로 대학야구에서 손꼽히는 에이스였던 문경찬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22순위) 지명을 받고 KIA에 입단했다.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가 2015년 4월 4일 허리 부상을 당한 임준혁(SK) 대신 1군에 올라온 문경찬은 5일 kt위즈전에서 선발로 등판하며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5.1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 호투를 펼치며 '데뷔전 선발승'이라는 보기 드문 기록을 세웠다.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와 마운드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가진 신인 투수의 등장에 KIA팬들의 기대도 더욱 커졌다.

하지만 KBO리그 1군은 갓 프로 무대를 밟은 루키에게 쉽게 자리를 내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문경찬은 데뷔전 승리 후 연일 난타를 당하다가 1승 3패 9.76이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후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다. 문경찬은 2016년 상무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7승 1패 3.59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은 1군에서 만만치 않은 경력이 있던 강윤구(NC다이노스, 3.97)나 김혁민(한화 이글스, 4.03)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문경찬은 2017년에도 6승 2패 3.96의 준수한 성적으로 임지섭(LG트윈스)과 문성현(넥센 히어로즈), 허준혁(두산) 등과 함께 상무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문경찬은 상무 전역 후 곧바로 1군에 등록돼 정규리그 우승 순간을 함께 하는 기쁨을 누렸다(KIA는 시즌 후 FA를 영입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보상 선수 출혈에 대한 부담 없이 문경찬을 1군에 등록할 수 있었다).

문경찬은 이번 스프링캠프 3번의 연습경기에서 7이닝 5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2월 22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흔들렸을 뿐 나머지 두 경기에서는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문경찬은 부천과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음에도 전남 영광이 고향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KIA팬으로 성장했다. KIA의 팬으로 KIA에 입단해 프로 데뷔 첫 승까지 따낸 문경찬이 올해는 KIA의 풀타임 선발 투수에 도전장을 던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KIA 타이거즈 박정수 문경찬 예비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