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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정부 불편케 한 <러브레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질문

[동일본 대지진 7년] 탈원전 운동가들의 이야기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

18.03.10 13:38최종업데이트18.03.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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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 원전 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2011) 포스터. ⓒ Rockwell Eyes inc


이와이 슌지 감독은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기존의 원자력 발전 위주의 에너지 공급 체제에 위협을 느꼈다. 이후 그는 자신과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이 중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부터 '탈원전'을 주장하던 이들도 있었고, 이와이 슌지 감독처럼 재해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탈원전 운동에 뛰어든 사람도 더러 있었다. 탈원전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와 계기, 활동하고 있는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문제 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마음만은 모두 같다.

우리에게 영화 <러브레터>(1995), <4월 이야기>(1998), <하나와 앨리스>(2004) 등 로맨스 영화로 친숙한 이와이 슌지 감독은 극영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2011년 영화 <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Friends after 3.11)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공개했다. 2006년에도 일본 영화의 전설 이치카와 콘의 생애를 담은 <이치카와 콘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바 있다. 그러나 <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이 처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직접 인터뷰어로 참여한 <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에서 이와이 감독은 탈원전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원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자 한다. 영화 대부분을 탈원전 운동에 헌신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채웠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터뷰이들이 답하는 내용 또한 비슷하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각지에서 제기되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 일본 정부와 주요 언론들은 원전의 안정성만 강조할 뿐, 높아진 방사능 수치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이 현실을 생각하면, 원전에 강력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작업만으로도 상당한 의의가 있다.

탈원전 운동가 인터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 원전 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2011) 한 장면 ⓒ Rockwell Eyes inc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와이 슌지 감독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원전에 대한 위기감을 증폭시켰지만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이를 숨기기 급급하다. 다큐멘터리(documentary)는 'document(서류,문서,기록)'라는 어원처럼 영상을 통한 기록물의 측면이 강하지만,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사건과 현장을 담아내는 일종의 대안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은 탈원전 운동에 뛰어든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주요 언론들이 묵과 하고 있는 원전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대안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재난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을 뿐, 정작 일본 내에서 '원전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은 많지 않다.

2012년 오톨리스 그룹(The Otolith Group)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후쿠시마의 목소리>(The Radiant)는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와 일본 전역에 퍼진 방사능의 위험성을 짚었다. 그러나 오톨리스 그룹은 일본이 아닌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집단이다. 이외에도 한국인 이홍기 감독이 2013년 <후쿠시마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문제를 지적하는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바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 원전 운동에 앞장선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2011) 한 장면 ⓒ Rockwell Eyes inc


일본과 가까이에 위치한 한국 또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증폭된 방사능 수치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 특히 한국은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한 나라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국에서도 탈원전 운동이 일어나긴 했지만 에너지 공급 효율성 주장에 맞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에너지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안전한 나라를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과 자연 에너지 대체만이 최선"이라고 말이다.

<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에 출연한 탈원전 운동가들은 원전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자신들의 주장이 쉽게 관철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본 곳곳에 원전이 가진 문제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3.11 :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은 탈원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원전의 문제점을 세상에 조금이나마 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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