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의 공간은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입구 대나무 숲에서 연못, 대봉대, 애양단, 오곡문까지 이르는 진입 공간으로 기다림과 만남의 공간인 '전원前園'이다. 다음으로는 오곡문 옆 담장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과 광풍각 일대로 사색과 풍류의 공간인 '계원溪園'이다. 마지막으로 오곡문에서 매대를 거쳐 제월당으로 이르는 소쇄원의 중심 거처로 관조와 조망의 공간인 '내원內園'이다.
물론 이것은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1400여 평에 달하는 담장 안 공간이다. 소쇄원을 좀 더 넓게 보면 담장 안의 '내원內園'과 담장 밖의 '외원外苑'으로 볼 수 있다. 내원은 앞에서 말한 공간에 지금은 사라진 고암정사와 부훤당 터까지 포함되고, 외원은 지금의 주차장 자리에 있었던 황금정과 입구의 창암촌, 북쪽의 고암 동굴 등 소쇄원을 둘러싼 주변 자연 환경을 들 수 있다.
한편으론 입구의 초정과 제월당, 광풍각의 '주거 공간', 연못과 매대, (지금은 사라진) 석가산 등의 '정원 공간', 층계와 다리, 문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원림 곳곳의 '산책 공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완벽한 공간 구성이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별서로 소쇄원을 꼽는 이유이다.
소쇄원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모두 찾아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일단 소쇄원에 들어서면 몸의 모든 감각을 열어젖히고 천천히 음미하는 게 좋다. 책의 문장을 하나하나 읽어가듯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 풍경을 읽어야 한다. 의미 부여는 있는 그대로, 조금씩 하는 게 좋다. 지나친 의미 부여는 오히려 자연스런 감상을 해칠 뿐이다. 그리고 누가 언제 어떤 이유에서 원림을 지었는지, 원림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그 안에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차츰 알아 가면 된다. 그러면 비로소 원림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 참, 또 한 가지. 소쇄원에선 계곡 속으로 꼭 들어가 보자. 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소쇄원의 계곡이 얼마나 깊고 웅장한지를 느낄 것이다. 계곡에서 들여다보면 여태 봤던 소쇄원과는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소쇄원이 시작되기 전 태초의 공간, 하늘과 사람과 땅 천지인이 하나가 되는 소쇄원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운치 있는 풍경, 우아한 풍류, 고요한 시정, 올곧은 절의가 배어 있는 원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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