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4·3 70주년을 하루 앞둔 2일 오전 4·3 행불인 유가족들이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 내 행불인 표석을 찾아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있다.
연합뉴스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 김수열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천둥 번개에 놀라 이리 휘어지고
눈보라 비바람에 쓸려 저리 휘어진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나이테마다 그날의 상처를 촘촘히 새긴
나무 한 그루 여기 심고 싶다
머리부터 어깨까지 불벼락을 뒤집어쓰고도
모질게 살아 여린 생명 키워내는 선흘리 불칸낭
한때 소와 말과 사람이 살았던,
지금은 대숲 사이로 스산한 바람만 지나는
동광리 무등이왓 초입에 서서
등에 지고 가슴에 안고 어깨에 올려
푸르른 것들을 어르고 달래는 팽나무 같은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허리에 박혀 살점이 되어버린 총탄마저 보듬어 안고
대창에 찔려 옹이가 되어버린 상처마저 혀로 핥고
바람이 가라앉으면 바람을 부추기고
바람이 거칠면 바람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봄이면 어김없이 새순 틔워 뭇새들 부르고
여름이면 늙수그레한 어른들에게 서늘한 그늘이 되는
그런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푸르고 푸른
일흔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내일의 바람을 열려 맞는 항쟁의 마을 어귀에
아득한 별의 마음을 노래하는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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